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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파인텍 굴뚝농성 또 408일 넘길 순 없다” 온몸 호소

등록 2018-12-06 15:46수정 2018-12-06 16:37

시민사회·종교·노동단체 20여명 오체투지
24일이면 역대 최장기 고공농성 408일
2014년 파인텍 차광호 조합원과 타이 기록
“농성자 건강 악화…고용승계 약속 지켜라”
문규현 신부(맨앞)를 비롯한 ‘스타플렉스(파인텍) 투쟁 승리를 위한 공동행동’ 회원들이 6일 오후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서울 목동 열병합발전소 75미터 굴뚝에서 고공농성 중인 파인텍 노동자 문제해결을 위해 정부가 나서달라고 촉구한 뒤 오체투지를 하고 있다.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문규현 신부(맨앞)를 비롯한 ‘스타플렉스(파인텍) 투쟁 승리를 위한 공동행동’ 회원들이 6일 오후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서울 목동 열병합발전소 75미터 굴뚝에서 고공농성 중인 파인텍 노동자 문제해결을 위해 정부가 나서달라고 촉구한 뒤 오체투지를 하고 있다.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역대 최장기 굴뚝 농성 기록인 408일을 넘길 수 없다.’

간절한 마음으로 20여명이 차가운 아스팔트 길 위에 엎드렸다. 양 무릎과 팔꿈치, 이마까지 신체 다섯 곳을 차례로 땅에 닿게 절하는 오체투지다. 기온은 영상을 웃돌았지만 찬바람이 불어 쌀쌀했던 6일 오후, 금속노조 파인텍지회 조합원과 시민사회·종교·노동단체 등이 모인 ‘스타플렉스(파인텍) 투쟁 승리를 위한 공동행동’(이하 공동행동)은 서울 종로구 청와대 사랑채에서 출발해 서대문구 충정로3가까지 오체투지로 이동하겠다고 밝혔다. 이들은 “굴뚝 농성 중인 조합원들이 408일을 넘기지 말고 내려올 수 있도록 힘을 모아달라”고 외쳤다.

408일이란 기록은 2014년 차광호 파인텍 지회장이 세운 기록이다. 차 지회장이 고용승계, 단체협약 승계 등 동일한 요구를 하며 스타케미칼 구미공장 굴뚝 위에서 농성을 벌인 결과다. 2010년 한국합섬 제2공장을 인수한 스타플렉스는 충북 음성 스타플렉스 공장으로 파인텍 조합원 5명의 고용과 노동조합 승계, 단체협약 체결 등을 약속했지만, 지금까지 조합원의 교섭 요구 등에 응하지 않는 등 약속을 지키지 않고 있다.

공동행동은 오체투지 전 청와대 사랑채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스타플렉스 자회사 파인텍의 홍기탁 전 지회장, 박준호 사무국장이 ‘두 번째 408일’이 오기 전에 땅으로 내려왔으면 한다”는 뜻을 밝혔다. 두 사람은 지난해 11월12일 “스타플렉스 김세권 대표이사는 약속한 고용승계와 단체협약 이행을 지키라”며 서울 양천구 목동 열병합발전소의 75m 굴뚝에 올랐다. 6일 고공농성 390일을 맞은 이들은 오는 24일까지 지상으로 내려오지 못하면 역대 최장 고공농성 기록인 408일을 채우게 된다.

차광호 금속노조 충남지부 파인텍지회장(맨앞)이 6일 오후 청와대 앞에서 ‘스타플렉스(파인텍) 투쟁 승리를 위한 공동행동' 회원들과 함께 파인텍 노동자의 고공농성 문제 해결을 위해 정부가 나서달라고 촉구한 뒤 오체투지 행진을 벌이고 있다.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차광호 금속노조 충남지부 파인텍지회장(맨앞)이 6일 오후 청와대 앞에서 ‘스타플렉스(파인텍) 투쟁 승리를 위한 공동행동' 회원들과 함께 파인텍 노동자의 고공농성 문제 해결을 위해 정부가 나서달라고 촉구한 뒤 오체투지 행진을 벌이고 있다.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이날 오체투지 및 행진에 참여한 이들은 “약속을 지키라는 게 무리한 요구냐”며 김세권 대표와 정부를 향해 목소리를 높였다. 2014년 고공농성을 했던 차 지회장은 “그때 고공농성의 결과로 김세권 대표는 고용승계 등을 약속했다. 하지만 그 약속을 지금까지 지키지 않고 있다”며 “파인텍 지회 조합원은 지상에 3명, 굴뚝에 2명 다섯명이 전부다. (홍기탁, 박준호 조합원이) 고공농성 408일 넘기고 죽어 나가도록 놔두지 않겠다”고 말했다. 김소연 비정규직 노동자 쉼터 ‘꿀잠’ 운영위원장은 “500명도 아니고 50명도 아니고 5명 노동자다. 5명 고용승계 약속을 지키라는 게 불가능한 요구냐”며 “김세권 대표는 ‘나랑은 상관없다, 법대로 하라’고 얘기하고 있다. 5명의 노동자가 현장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마음을 모아달라”고 말했다. 공동행동은 또 “‘양측 입장차이가 워낙 커 중재에 한계가 있다’는 정부의 책임도 결코 가볍지 않다”며 “형식적 중립만 지키려는 정부 태도야말로 ‘노동존중사회’, 공정사회’에 반하는 모습”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집회 참가자들은 1년 넘게 고공농성 중인 이들의 건강이 심각한 상태라고 증언했다. 2~3개월에 한 번씩 굴뚝에 올라 두 사람의 건강상태를 확인했던 오춘상 길벗한의사회 원장은 “지난 4월에 봤을 때부터 두 사람은 급격한 체중 저하를 보였다. 7월에는 체중감량 상태가 극도로 심했고, 그중 박준호 조합원은 체중이 10㎏ 정도 감량되어 있었다”며 “이들을 여러 번 진료해봤지만 두 사람이 건강을 회복할 방법은 땅으로 내려오는 방법밖에 없다”고 했다. 지난 9월 잰 몸무게는 홍 전 지회장이 59㎏, 박 사무국장은 49㎏이었다.

노동·시민사회단체 모임인 ‘스타플렉스(파인텍) 투쟁 승리를 위한 공동행동' 회원들이 6일 오후 청와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파인텍 노동자의 고공농성 문제 해결을 위해 정부가 나서달라고 촉구한 뒤 오체투지 행진을 벌였다. ‘집회 시위 금지 구역’을 이유로 길을 막는 경찰 앞에 차광호 금속노조 충남지부 파인텍지회장(맨아래 누운 이부터)과 문규현 신부가 엎드려 있다.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노동·시민사회단체 모임인 ‘스타플렉스(파인텍) 투쟁 승리를 위한 공동행동' 회원들이 6일 오후 청와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파인텍 노동자의 고공농성 문제 해결을 위해 정부가 나서달라고 촉구한 뒤 오체투지 행진을 벌였다. ‘집회 시위 금지 구역’을 이유로 길을 막는 경찰 앞에 차광호 금속노조 충남지부 파인텍지회장(맨아래 누운 이부터)과 문규현 신부가 엎드려 있다.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기자회견을 마치고 청와대 사랑채부터 이날 목표 지점인 서대문 사거리까지 오체투지를 진행하려던 이들은 “청와대 100m 앞은 집회 시위 금지 구역”이라며 저지하려는 경찰들과 승강이를 벌인 뒤 오체투지 행진을 진행했다. 경찰 관계자는 “오체투지 행진을 집회 신고 장소인 청와대 사랑채 100m 지점 뒤부터 시작하라는 취지였다”고 설명했다. 공동행동은 이날 청와대에서 출발해 매일 오전 10시부터 저녁 5시까지 오체투지로 이동한 뒤 5일 뒤인 10일 정오께 양천구 목동 스타플렉스 서울사무소에 도착할 예정이다.

신민정 기자 sh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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