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월22일 제주시 메종글래드 호텔에서 이어도를 주제로 한 토론회가 열렸다.
“이어도는 제주인들 마음의 상처를 씻는 힐링의 장소이다.”
지난 11월22일 제주시 메종글래드 호텔에서 열린 토론회 ‘이어도는 우리에게 무엇인가?’에서 송성대 제주대학교 명예교수가 말한 내용이다. 사단법인 이어도 연구회(이사장 고충석)가 주최한 이 토론회에는 송 교수와 함께 강문규 제주시 문화도시추진위원장, 송정일 전 JIBS 사장, 문무병 제주신화연구소 소장, 신영근 이어도 연구회 민간홍보단체 회장 등 제주도 내의 문화 관련 인물들이 대거 참석했다.
이어도는 대한민국 최남단의 섬 마라도에서 서남쪽으로 149km 떨어진 곳에 있는 수중 암초다. 이 암초는 가장 윗부분이 해수면에서 4.6m 아래에 있어 높이 10m 이상의 심한 파도가 치지 않는 이상 여간해서는 그 모습이 드러나지 않는다.
현재 많은 제주 사람들이 이 수중 암초를 전설 속의 이상향인 이어도로 생각한다. 제주도에 구전되는 전설에 따르면, 이어도는 바다로 나가 조난해 돌아오지 않는 어부들이 가는 환상의 섬이다. 사실 조업을 하던 어선들이 이어도를 본다는 것은 10m 이상의 큰 파도를 만났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므로 이어도를 본 사람들은 조난할 가능성이 아주 큰 것이다.
송 교수는 “1984년 4월 ‘한국해양소년단 제주연맹’의 탐사로 최초로 이어도의 존재가 밝혀졌다”며 “그다음 달인 5월에는 한국방송공사(KBS)와 제주대학교 해양학과의 공동 탐사가 이어졌다”고 말했다. 그 전에는 이어도의 위치가 정확하게 알려지지 않았는데, 이 탐사를 통해 그 위치를 특정하게 된 것이다.
송 교수는 “현재 이어도가 전설상의 이어도가 맞느냐는 논란이 있지만, 경도와 위도를 갖는 실재하는 이어도는 제주도민들에게 상처 입은 마음을 위로해주는 기능을 한다”고 밝혔다. 송 교수는 “(섬이라는 특성상) 제주도는 전통적으로 조난사고가 한국에서 가장 많은 곳”이라며 “많을 때는 출항자의 반 이상이 돌아오지 못하는 등 수많은 실종자가 발생했다”고 설명한다. 송 교수는 실종자가 많아지면 그만큼 상실자도 많아진다고 지적한다. 상실자는 실종자와 헤어진 트라우마를 갖고 살아가면서, 실종자와의 만남을 학수고대하는 사람을 가리킨다.
송 교수는 “상실자는 실종자와의 해후를 상상할 수 있는 장소를 구체화할 때 큰 힐링 효과를 얻는다. 이는 무언가에 대한 사람의 믿음, 기대, 예측이 존재하면 이것이 실제로 일어나는 경향이 있다는 피그말리온 효과로도 설명할 수 있다”고 말한다. 이에 따라 “이런 힐링 장소로서 구실을 하면서 제주인들은 이어도에 대해 구원의 이미지를 갖게 됐다”고 송 교수는 설명했다.
참가자들은 제주도민들이 예전부터 일상 속에서 이어도를 친숙하게 접할 수 있었다는 점도 강조했다. 이어도 연구회 연구위원을 지낸 한림화 작가는 “어린 시절 이어도에 대한 얘기를 많이 듣고 자랐다”며 “제주인이라면 모두 마음속에 이런 이어도의 이미지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고충석 이어도 연구회 이사장은 “이어도가 가진 이런 치유의 기능을 연구하고 가다듬는 것은 제주도의 가치를 좀 더 높이는 일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고 이사장이 이끄는 이어도 연구회는 민간단체로 2007년부터 본격적으로 이어도와 관련한 다양한 연구를 진행해왔다.
글·사진 김보근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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