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오후 서울 종로구 공공그라운드에서 건강한입양가정지원센터의 주최로 열린 ‘2018 입양 삼자 토크콘서트’에서 참가자들이 ‘생모와 입양인의 재회’를 주제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오연서 기자 loveletter@hani.co.kr
“어린 생명을 지켜낸 생모, 그 지켜낸 아이를 애써서 기르는 입양 엄마. 이 둘은 모순의 관계입니다. 그러나 서로 창과 방패가 돼 힘을 모은다면 아이를 지켜내는 데 그보다 강력한 무기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삼자모임이 확장돼서 입양인들에게 힘이 됐으면 좋겠습니다.”
8일 서울 종로구 공공그라운드 5층. 토요일 오후, 젊음의 거리 대학로가 내려다보이는 라운지에선 조금 특별한 콘서트가 열렸다. 아이를 입양 보낸 ‘낳은 엄마’, 아이를 입양한 ‘기른 부모’, 이들에게 입양된 성인 자녀 등 입양의 3대 주체가 처음으로 한 자리에 모인 ‘2018 입양 삼자 토크콘서트 리유니온(REUNION·재회)’이 열렸기 때문이다.
대중에게 다소 낯설고 무겁게 느껴지는 ‘입양’이란 주제에 대해 이들이 목소리를 내기 시작한 까닭은 무엇일까. 참가자들은 ‘입양 주체들의 성장’을 위해 모임을 갖게 됐다고 설명했다. 29년 전 아들을 입양 보낸 ‘낳은 엄마’ 전아무개(50)씨는 이날 무대에 나서 “(아이를 입양 보낸) 생모들은 출산 순간부터 아이와 자신이 분리되는 고통의 경험이 있다”며 “그러나 언제까지 아이를 떠나보낸 시점에 머물러 있는 것은 생모와 아이 모두를 위한 것이 아니다. 생모들의 심리적 성장을 위해 입양 삼자 모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성인이 된 입양인 역시 마찬가지였다. 태어난 지 30개월 뒤 지금의 부모에게 입양된 이소영(32)씨는 “삼자 모임에서 만난 ‘낳은 엄마’들로부터 그들의 임신과 출산에 대한 이야기를 들으며 나 자신의 출생에 대한 부정적 감정이 많이 줄어들었다”고 참가 동기를 밝혔다.
토크콘서트 참가자들은 입양 주체들이 서로를 지지할 수 있는 모임을 지속적으로 이끌어가기 위해선 ‘낳은 엄마’들이 용기를 내는 일이 가장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성인이 된 입양인의 입장을 대변하는 이씨는 “입양인들은 생모가 자신을 찾고 있다는 사실을 아는 것만으로도 살아가는 데 많은 힘을 얻는다”며 “생모들이 아이를 다시 만날 것이라는 여지와 정보를 남겨 놓고, 용기가 날 때 아이를 만났으면 좋겠다”고 부탁했다. 행사를 주최한 건강한입양가정지원센터의 이설아 대표 역시 “지난 5월부터 ‘입양 3자’ 8명이 매달 한 번씩 모여 자리를 가져왔지만, 현재 모임에 참석하는 ‘낳은 엄마’는 2명뿐”이라며 아쉬워했다.
이날 자리에선 아이를 입양한 ‘기른 부모’들의 현실적인 고민도 함께 공유됐다. 입양한 두 아이를 키우고 있는 ‘기른 엄마’ 이선경(50)씨는 “지난해 5살에 불과했던 딸이 자신의 생일날 생모에 대한 그리움과 상실감으로 우울해했다”며 “입양된 자녀는 입양을 통해 생모와 분리되는 고통은 물론, 새로운 가족과 연결되는 과정에서 또 다른 불안을 겪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입양부모 정온주(44)씨 역시 “초등학교 6학년인 막내아들이 ‘네이버에서 ○○○(아이 이름) 배로 나은 엄마’를 검색하면 생모를 찾을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을 때 가슴이 아팠다”며 “중학교 2학년인 딸은 5년 뒤 20살이 되면 생모와 만나게 해주기로 했는데 그때까지 많은 준비가 필요할 것 같다”고 자신의 고민을 전했다.
이와 관련해 ‘낳은 엄마’와 입양인이 언제든 다시 만날 수 있도록 사회적인 지원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왔다. 자신을 낳아준 엄마와 함께 토크콘서트에 참여한 박소영(42)씨는 “입양인에게 생모와의 재회는 축제 같다”며 “자녀가 입양부모의 눈치를 보지 않고 생모와 재회할 수 있는 분위기가 만들어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기른 엄마’ 입장인 정씨도 “입양 자녀와 친부모의 재회가 항상 좋은 결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닌 것 같다”며 “입양 자녀들이 자신을 낳아준 부모를 다시 만나기에 앞서 서로 어떤 이야기를 나누고, 어떻게 관계를 지속할지에 대해 구체적인 교육과 상담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이날 행사에는 김원득 중앙입양원장, 해외 입양인 등 50여명이 참석했다. 건강한입양가정지원센터는 “이번 행사를 시작으로 입양을 통해 입양 삼자의 삶이 어떻게 변화했는지 소통하는 토크콘서트를 매년 이어갈 계획”이라고 전했다.
오연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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