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0월 서울 종로구 서촌의 ‘궁중족발’ 강제집행 현장. ‘맘편히 장사하고픈 상인모임’ 제공
임대료 인상 관련 갈등을 겪은 식당 ‘궁중족발’ 강제집행 과정에서 허가받지 않은 노무자를 고용하는 등 관련 법을 어긴 집행관에 대한 과태료 처분은 정당하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1부(재판장 박형순)는 서울중앙지법 소속 집행관 이아무개씨가 서울중앙지방법원장을 상대로 “징계 처분을 취소하라”며 낸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했다고 9일 밝혔다. 재판부는 “부동산 인도집행은 대부분 채무자의 저항에 부딪히게 돼 강제적 물리력을 행사하는 일이 발생하게 된다. 물리력이 과도하게 행사되는 것을 막고 안전을 보장하기 위해 관련 절차 규정을 준수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서울 종로구에 있는 궁중족발 식당은 임대료 인상과 연이은 강제집행으로 임대인과 임차인 사이에 극심한 갈등을 겪은 곳이다. 임대인은 궁중족발 사장 김아무개씨를 상대로 “임대차 계약이 종료됐으니 건물을 나가라”며 소송을 제기해 지난해 7월 최종 승소했다.
지난해 11월9일 집행관 이씨가 노무자 10명을 동원해 강제집행을 시도하는 과정에서 궁중족발 사장 김씨를 점포 밖으로 끌어내다가 김씨의 왼쪽 손가락 일부가 절반쯤 절단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서울중앙지법은 강제집행 과정에서 절차 위반 여부를 조사하기 시작했고 그 과정에서 이씨가 관련 지침을 위반한 사실을 발견했다. 조사 결과, 이씨는 △일부 노무자 등의 인적사항을 관련 장부에 기재하지 않았고 △법원에서 승인받지 않은 노무자를 임의로 사용했으며 △강제집행 과정에서 노무자의 신분증을 제출받고 정해진 조끼를 착용하게 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과태료 200만원의 징계 처분을 받은 이씨는 이에 불복해 서울행정법원에 소송을 냈다.
재판부는 징계 처분이 정당하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집행관으로 하여금 사용 노무자 등 관리부를 작성하게 하는 취지는 강제집행에 사인인 노무자를 사용할 때 그 투명성을 확보하기 위한 것으로, 관리부는 집행 착수 시 작성되거나 늦어도 집행 종료 직후에는 작성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궁중족발 김씨의 사고로 언론 보도가 크게 늘어나고 법원의 감사가 실시돼 정상적인 업무를 하기 수행하기 어려웠다는 이씨의 주장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재판부는 “집행관 사무소에 등록되지 않은 사람을 사용할 땐 관할 지방법원장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고 짚으면서 이씨가 집행 당시 승인받지 않은 노무자를 사용해야 했던 특별한 사유도 보이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등록되지 않은 사람에 대해 사용 승인을 받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고, 강제집행 실시 당일 반드시 강제집행을 해야 했던 특별한 사정도 찾을 수 없다”고 재판부는 봤다. 이씨는 노무자 10명에 대해 법원의 사용 승인을 받은 뒤 이 중 6명을 법원 승인 없이 임의로 교체해 강제집행에 투입했다.
“점포에 먼저 들어간 일부 노무자들이 조끼를 착용하지 않은 것은 강제집행 성공을 위해 불가피했다”는 이씨의 주장 또한 법원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조끼 등을 입게 한 취지는 강제집행에 참여하는 노무자를 특정하고 이를 외부에서도 알 수 있게 표시해 적법절차의 준수를 담보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원고 이씨의 주장은 문제 행위가 지침 위반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음에도 오로지 강제집행의 목적 달성에만 치중해 고의로 이 사건 지침을 위반해 비난 가능성이 작지 않다”고 지적했다.
고한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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