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건축을 앞둔 반포본동 주공 아파트와 강남 일대의 모습.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서울 강남권 아파트 재건축 시공사로 선정 받기 위해 조합원들에게 금품을 제공한 건설사와 임직원, 홍보대행업체 대표 등이 경찰에 붙잡혔다.
서울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서울 반포와 잠실 소재 아파트의 ‘재건축 시공사 선정 총회’를 앞두고 투표권을 가진 조합원들에게 모두 5억4000만원 상당의 현금과 고급 가방, 호텔 숙박권 등을 제공하거나 제공 의사를 밝힌 혐의(도시 및 주거환경 정비법 위반) 등으로 3개 건설사 임직원과 대행사 관계자 등 334명을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고 11일 밝혔다.
경찰의 설명을 종합하면, 3개 건설사는 지난해 9월께 재건축 시공사 선정 총회가 열리기 직전 홍보대행업체 직원들이 조합원을 개별 접촉하는 방식으로 시공사 선호도를 파악하고, 지지 성향에 따라 금품을 제공했다. 반포 재건축 아파트 수주경쟁에 뛰어들었던 ㄱ건설사의 경우 홍보 요원들이 조합원의 집 신발장이나 경비실에 적게는 몇 만원에서 많게는 100만원 가까운 옷이나 홍삼 등의 선물을 맡기는 방법으로 건설사를 홍보했다. 고급 가방을 준 곳도 있었다. 반포와 잠실 재건축 입찰에 참여했던 ㄴ건설사는 계열사 특급호텔에서 조합원 좌담회를 개최한 뒤 숙박을 제공하는 형태로 금품을 제공하기도 했다. 입찰의 공정성 문제를 야기하는 조합원 개별 접촉과 호별 방문은 서울시 고시에 따라 금지된 불법 행위이다.
건설사들은 조합원에 대한 금품과 향응 제공을 홍보대행업체의 책임으로 떠넘기며 혐의를 부인했으나, 경찰 수사결과 홍보 요원들은 건설사 명함을 갖고 활동한 것으로 확인됐다. 또한 경찰은 ‘외부팀’, ‘내부팀’, ‘부동산팀’ 등 촘촘한 조직체계를 갖춘 건설사들이 매일 각 조합원에 대한 금품 로비 결과 내용을 보고받은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일부 홍보대행업체의 경우 건설사와 오랜 기간 불법적인 수주 활동을 벌이며 공생관계를 맺어온 사실이 드러나기도 했다. 건설사 입장에서 회사의 비리를 눈감아주고, 불법 활동이 적발됐을 때 대신 책임져줄 업체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홍보대행업체 역시 건설사를 대신해 불법에 대한 책임을 지더라도 향후 사업계약을 유지하는 등 편의를 받는 것이 유리하다고 판단했다.
경찰 관계자는 “조합원들에게 금품을 제공하기 위해 마련된 불법자금은 모두 재건축 사업비인 홍보용역비로 책정되는 만큼 아파트 분양가 등을 통해 시민들에게 부담이 전가되는 구조”라며 “재건축 수주 비리가 집값 상승에 악영향을 끼치는 만큼 관련 사건을 엄정하게 수사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선담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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