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이 2012년 12월20일 서울고법에서 열린 2심 재판에서 징역 4년6개월과 벌금 10억원을 선고받고 침대에 누운 채로 구급차에 오르고 있다. 류우종 기자 wjryu@hani.co.kr
법원이 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에 대한 보석을 14일 취소했다. 이 전 회장은 유죄판결을 받고도 건강문제로 8년 가까이 보석으로 풀려난 상태로 재판을 받으면서 집 밖에서 술·담배를 하는 모습까지 포착돼 ‘특혜’ 논란에 휩싸였다.
이날 서울고법 형사6부(재판장 오영준)는 “이 전 회장의 전체적인 건강상태가 보석 결정 당시만큼 긴급한 의학적 조치가 필요한 정도가 아닌 점, 보석 결정 당시 예상되었던 공판진행의 장기화라는 사유가 소멸한 점, 범죄의 중대성을 감안할 때 도망의 염려가 있다고 믿을 만한 충분한 이유가 있는 점 등을 고려해 보석 취소 결정을 했다”고 밝혔다. 이 전 회장은 이날 서울남부구치소에 수감된다. 지난달 13일 검찰은 “대법원 파기환송이 유죄 취지라 실형 선고가 예상되고, 그간 언론 보도로 봤을 때 보석 유지가 적절한지 신속하게 심리할 필요가 있다”며 보석 취소 검토를 요청하는 의견서를 제출했다.
이 전 회장은 2011년 1월 회삿돈 500억여원을 횡령하고 회사에 900억여원의 손해를 입힌 혐의로 구속됐다가 같은 해 4월 간암 등을 이유로 구속집행이 정지돼 풀려났다. 그는 서울서부지법, 서울고법, 대법원, 서울고법, 대법원에 이어 다시 서울고법에서 총 7년8개월간 재판을 받는 동안 딱 63일만 수감 생활을 했다. 이 전 회장 쪽이 2012년 6월 법원에 제출한 보석 사유에는 “간암과 대동맥류 질환으로 거동이 불가능하다”고 밝혔지만, 최근 언론 보도를 보면 법원이 정해준 집·병원을 벗어나 술을 마시고 담배를 피우는 모습 등이 목격되기도 해 ‘꾀병’ 의혹이 제기됐다.
특히 그간 이 전 회장이 전직 대법관 2명 등 전관 변호사 수십명을 선임한 사실 등으로 미뤄, 법원·검찰이 전관예우 때문에 이 전 회장의 특혜를 준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왔다.
앞서 지난 12일 재판에서 이 전 회장 쪽 변호인은 “보석은 정당한 법 집행이자 불구속 재판 원칙이 실행된 결과다. 특혜라고 하면 곤란하다”고 주장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변호인은 또 이 전 회장이 술·담배를 하고 식당에서 떡볶이를 먹는 장면이 언론에 포착된 데 대해서도 억울함을 호소했다. 그는 “언론 보도가 어떤 의도였는지 모르겠지만, 일반 국민들이 꼭 그렇게 (의도대로) 받아들이진 않을 것 같다. 재벌이 떡볶이 정도밖에 안 먹느냐고 불쌍하게 보는 분들도 있다고 들었다”고 밝혔다.
김양진 고한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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