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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유가족 가슴에 대못 박은” 한국서부발전 10문장 사과문

등록 2018-12-17 11:25수정 2018-12-17 19:03

서부발전, 사고 5일 만에 사과문 게재
대책위 “자신의 잘못 하나도 밝히지 않아”
11일 새벽 충남 태안화력발전소에서 기계에 끼어 숨진 비정규직 노동자 김용균(24)씨의 유품 사진. 민주노총 전국공공운수노조 제공
11일 새벽 충남 태안화력발전소에서 기계에 끼어 숨진 비정규직 노동자 김용균(24)씨의 유품 사진. 민주노총 전국공공운수노조 제공
충남 태안화력발전소 하청업체 비정규직 노동자 김용균(24)씨가 석탄운송용 컨베이어벨트에 끼어 숨진 지 5일 만에 원청업체인 한국서부발전이 사과문을 냈다. 유가족은 잘못 인정 없는 일방적인 사과로 또 한 번 ‘가슴에 대못이 박혔다’고 비판했다.

서부발전은 사고 5일 만인 지난 16일 저녁 ‘고인의 명복을 빌며 국민 여러분께 머리 숙여 사죄드립니다’란 제목의 사과문을 출입기자단 이메일로 전송하고 17일치 신문광고에 사과문을 실었다. ‘한국서부발전주식회사 임직원 일동’ 이름의 사과문이었다. 서부발전은 사과문에서 “비정규직 청년노동자의 끔찍한 죽음 앞에서 숙연한 마음으로 국민 여러분께 다짐과 입장을 밝힌다”며 △관계기관 조사 협조와 조사 결과에 따른 책임 △사고 재발방지를 위한 사업장 개선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유가족 및 동료 지원 등의 내용을 담았다.

한국서부발전이 <한겨레> 17일치에 실은 사과문. (* 누르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유가족 등은 “진정성 없는 서부발전의 ‘언론플레이’가 또다시 유가족의 가슴에 대못을 박았다”며 사과를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밝혔다. ‘고 김용균 시민대책위’(대책위)는 이날 오전 논평을 내어 “대책위와 유가족은 ‘철저한 진상규명, 책임자 처벌, 재발방지 대책 마련’을 요구해왔으나 한국서부발전은 이를 묵살해왔다”며 “피해자와의 논의도 없고, 사과의 주체도 없이 일방적으로 언론에 발표한 사과문”이라고 비판했다.

대책위는 서부발전이 무엇을 사과하는지 알 수 없다고 지적했다. 대책위는 “서부발전은 비용 3억원을 이유로 28차례에 걸친 설비개선 요구를 묵살했다”며 “사고 이후에는 업무지시에 대한 거짓 진술을 하고, 사고시간을 조작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작업중지 명령에도 컨베이어벨트 재개를 지시했으며, 노동자들에게는 협박을 일삼았다”고 밝혔다. 이어 “서부발전은 딱 열 문장으로 구성된 사과문에서 자신의 잘못을 한 가지도 밝히지 않았다”며 “길게 쓰라는 말이 아니라 무엇을 잘못했는지 알라는 말”이라고 덧붙였다. 또한 “서부발전은 ‘당신 자식이었어도 이렇게 위험한 곳에서 일하게 했을 겁니까’라는 고 김용균님 부모의 질문부터 답하기 바란다”고 꼬집었다.

‘태안화력발전 24살 비정규직 고 김용균님 2차 촛불추모제’가 15일 저녁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려 촛불을 든 시민들이 애도하고 있다. 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태안화력발전 24살 비정규직 고 김용균님 2차 촛불추모제’가 15일 저녁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려 촛불을 든 시민들이 애도하고 있다. 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대책위는 사망사고 현장조사 이튿날이던 14일 기자회견을 열어 서부발전이 노동자의 설비개선 요구를 무시한 점, 사고 이후 작업 재개를 지시한 점 등을 공개한 바 있다. 대책위는 기자회견에서 “서부발전은 사고 이후 작업중지가 내려졌는데도 작업자들에게 일부 작업을 재개할 것을 지시했다”며 “언론과의 접촉을 삼가라는 등 협박까지 일삼으며 사건을 은폐하려고도 했다”고 주장했다. 사망사고 현장조사에 참여했던 조성애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정책국장은 기자회견에서 “사고가 난 기기 등을 포함해 28번씩이나 현장에서 설비개선을 요구했지만, 서부발전에서는 개선에 3억원이 든다며 다른 방법으로 고쳐주겠다고 했다”며 “회사 측에서 사고를 신고한 시간이 새벽 3시50분이라고 했는데 경찰에 확인해 보니 4시25분이었다. 나중에 실수였다고 바로잡았지만, 석연치 않은 지점”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앞서 사고 약 3개월 전인 올해 9월 하청업체인 한국발전기술에 계약직으로 입사한 김용균씨는 지난 11일 새벽 충남 태안화력발전소에서 설비를 점검하던 중 석탄이송 컨베이어벨트에 몸이 끼어 목숨을 잃었다. 컨베이어벨트 부품 이상 유무 확인, 낙탄 제거 등의 업무를 맡았던 김씨는 혼자 밤샘 근무를 하다 참변을 당했다. 이에 노동단체 등은 “‘위험의 외주화’로 하청노동자들이 목숨을 잃고 있다”며 “이들을 보호할 법적,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라”고 촉구하고 있다.

신민정 기자 sh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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