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가 구금시설 과밀수용으로 인한 수용자 인권침해 문제가 심각하다며 구금시설 신축 등 대책을 마련할 것을 법무부 장관에게 권고했다.
인권위는 지난해 10월부터 전국 52개 교정시설에 대해 현장조사 및 자료 검토를 실시한 결과 구금시설 수용률은 2013년 이후 해마다 증가해 2017년 말 기준 전체 평균이 115.4%였다고 17일 밝혔다. 구금시설 가운데 43곳(81.1%)이 수용률 100%를 넘겼고, 130% 이상 수용 정원을 초과한 기관도 12곳(22.7%)이나 됐다.
특히 여성 수용자의 평균 수용률은 125.4%로 심각한 과밀수용 상태가 두드러졌다. 부산구치소의 경우 여성 수용률은 185.6%까지 치솟아 개선이 시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최근 5년간 인권위에 접수된 교정시설 관련 인권침해 진정 건수는 모두 8934건으로, 이 가운데 과밀수용 관련 진정 건수는 205건으로 조사됐다. 인권위의 현장조사 결과를 보면, 지난해 7월 인천구치소의 경우 21.19㎡(약 6.4평) 대형거실에서 정원 8명의 2배에 이르는 15명이 생활을 했고, 선풍기가 1대뿐이라 더위와 좁은 공간 때문에 수용자들 간 싸움이 자주 일어난 것으로 확인됐다. 인권위는 “구금시설의 과밀수용으로 인한 수용자의 인권침해는 올해와 같은 혹서기와 혹한기에 더욱 심각하다”며 “그 결과 수용자들의 다툼과 입실 거부, 그에 따른 징벌 처분 등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2003년부터 인권위는 교정시설 과밀수용 해소를 법무부에 10여차례 권고했으나, 교정시설 부지 확보에 대한 지역주민들의 반대, 신·증축에 필요한 예산과 인원 부족 등 때문에 이행이 지체돼왔다. 이와 관련해 인권위는 과밀수용의 근본적 해소를 위해 불구속 수사와 재판을 통한 미결구금(재판이 확정될 때까지 범죄 혐의를 받는 자를 구금하는 것)의 축소 등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인권위는 “지난해 미결구금 수용자가 전체 수용자의 35.4%에 이르렀다. 우리 형사사법이 헌법상 ‘무죄추정의 원칙’을 벗어나 미결구금 위주의 형사절차를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불구속 수사 및 재판 원칙 준수를 당부했다.
앞서 헌법재판소는 2016년 구치소의 과밀수용은 인간의 존엄과 가치 등을 침해한다며 재판관 만장일치로 위헌 결정했다. 헌재는 결정문에서 “인간으로서 기본 생활에 필요한 최소한의 공간조차 확보되지 못해 신체적·정신적 건강이 악화되는 등 극심한 고통을 경험하였을 가능성이 크다”며 “인간으로서의 최소한의 품위를 유지할 수 없을 정도로 과밀한 공간에서 이루어진 수용행위는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침해하여 헌법에 위반된다”고 밝혔다.
선담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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