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야 민주화 운동가인 윤아무개씨는 지난해 4월 한 경찰관을 만나 경찰이 최근 자신에 대한 내사를 종료했다는 통보를 받았다. 이를 계기로 윤씨는 경찰이 2011년에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자신에 대한 내사를 시작한 뒤 2014년 자신이 운영하는 포털 카페의 게시글과 이메일 계정 등을 압수수색한 사실도 알게 됐다. 그러나 경찰은 윤씨가 카페 등에 이적 표현물을 게재했다는 첩보 내용을 확인하지 못했다. 그런데도 경찰은 내사를 종결하지 않고 윤씨의 친인척까지 내사 대상에 포함해 6년 가까이 윤씨의 행적을 은밀해 추적해왔다.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는 윤씨가 경찰의 부당한 내사로 인권 침해를 당했다며 낸 진정에 대해 지난달 9일 “경찰의 내사활동에 따른 인권 침해 예방 및 재발방지를 위해 법률에 내사업무 기준을 마련하라”고 경찰청장에게 권고했다고 20일 밝혔다.
인권위 조사결과, 경찰은 윤씨와 주변 친인척에 대해 수년간 내사를 진행하면서 ‘경찰내사처리규칙’에서 규정하고 있는 내사 착수 보고와 승인 및 관리 절차, 내사 기간 제한 등의 기준을 정당한 이유 없이 위반한 내사를 진행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인권위는 “경찰이 법령 규정이 아닌 내부지침을 위반한 것이지만, 헌법이 보장하는 개인정보 자기결정권과 사생활의 비밀을 침해했다”고 판단했다.
인권위는 현행 경찰의 내사업무는 경찰 내부지침인 ‘경찰내사처리규칙’을 근거로 이뤄지는 만큼 투명성과 책임성을 확보하기 어렵고, 개인정보 수집을 포함한 압수·수색 등 기본권을 제한하는 공권력 행사인 만큼 법률로 규정할 필요가 있다고 봤다.
인권위는 법률에 경찰 내사에 관한 근거가 마련될 때까지 △부당 내사 특별점검 실시 △6개월 이상 장기 내사의 규칙 요건 강화 △직원 직무교육 실시 등을 권고했다.
선담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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