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국회에서 범죄를 저질러도 형사 처벌할 수 없는 ‘형사미성년자’ 기준 연령(현재 만 14살)을 낮추거나, 18살 미만 청소년이 사형·무기징역을 선고받았을 때 완화되는 형량을 현행 15년에서 상향 조정하는 형법·소년법 일부개정안이 다수 발의된 가운데,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가 소년범죄에 대한 엄벌주의식 법 개정을 우려하는 의견을 내놓았다.
인권위는 “국회에 발의된 형법·소년법 일부개정안은 유엔 아동권리협약 등이 강조하는 ‘소년의 사회 복귀와 회복’ 관점에 반하고, 소년범죄 예방을 위한 실효적 대안으로 바람직하지 않다”는 의견을 지난달 26일 국회의장과 법무부 장관에게 표명했다고 21일 밝혔다. 이와 더불어 인권위는 소년사법정책의 종합적 개선과 피해자 보호, 지원 대책 마련 등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보탰다. 앞서 지난달 21일 국회에서 열린 ‘아동-청소년 인권보장을 위한 소년사법제도 개선 연구 결과발표 및 정책토론회’에 참석한 정문자 인권위 아동권리위원장은 “소년법이란 아동 최선의 이익을 실현하고자 특별히 고안된 형사 사법체계로 아동의 사회복귀와 회복을 주요 목적으로 한다. 이는 아동이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사회 구성원으로서 살아가기 위한 역량을 강화하는 과정을 의미한다. 따라서 아동기의 발달특성을 고려해 범죄를 저지른 아동이라 해도, 적절한 교육과 선도를 통해 가정과 학교, 사회로 돌아갈 수 있는 기회를 주기 위해 국가와 사회가 노력해야 한다”고 지적한 바 있다.
대검찰청 범죄분석 자료를 보면, 2007년부터 2016년 사이 전체 소년범죄 가운데 만 16~18살 소년범의 비율은 평균 20%대로, 지속해서 높게 나타났다. 하지만 만 14살 미만 소년범의 비율은 2010년 이후 1%를 밑돌았고, ‘촉법소년’ 숫자(대법원 사법연감)도 2012년 1만2799명에서 2016년 6788명으로 해마다 꾸준히 감소하는 추세를 보였다. 촉법소년은 만 10살 이상 만 14살 미만의 형사미성년자로서 형벌을 받을 범법행위를 했지만 형사책임능력이 없기 때문에 형벌이 아닌 보호처분을 받게 되는 이를 일컫는다. 이를 근거로 인권위는 “14살 미만 청소년 범죄가 증가하고 있다고 단정할 수 없는 만큼 형사미성년자 기준 연령과 촉법소년의 연령 상한을 낮추는 것은 소년범죄 예방에 효과가 있다고 말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인권위는 “소년범죄자 가운데 과거 전과가 있는 비율이 40% 내외인 만큼 소년범죄를 예방하기 위해선 재범률을 낮추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청소년이 다시 범죄에 노출되는 환경을 개선하는 등 재범방지 중심의 예방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가해자 처벌에만 급급해 사회적 관심을 받지 못하는 피해자에 대한 보호 노력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인권위는 “비공개로 진행되는 소년보호 사건 심리에 피해자나 그 법정 대리인이 참여할 수 있도록 절차참여권 및 알 권리를 보장하고, 수사단계에서 심리치료 지원과 2차 피해를 입지 않도록 하는 지원대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앞서 법무부는 19일 소년비행예방협의회를 열고 제1차 소년비행예방기본계획(2019~2023)을 발표하면서 촉법소년 연령을 만 14살 미만에서 만 13살 미만으로 한 살 낮추는 방안을 처음으로 공식화했다.
선담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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