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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호주제공방 종결‥보완입법 탄력

등록 2005-02-03 17:55수정 2005-02-03 17:55

 2003년 6월4일 당시 서울 여의도에 있었던 한나라당사 앞에서 열린 개인별 신분등록제 실현 공동연대 회원들이 호주제 개정법안 조속 통과를 요구하는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이정용 기자 <a href=mailto:lee312@hani.co.kr>lee312@hani.co.kr</a>
2003년 6월4일 당시 서울 여의도에 있었던 한나라당사 앞에서 열린 개인별 신분등록제 실현 공동연대 회원들이 호주제 개정법안 조속 통과를 요구하는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이정용 기자 lee312@hani.co.kr
■ 헌재 불합치결정 배경·전망

헌법재판소가 3일 호주제를 규정한 민법 조항들이 명백한 위헌이라고 결정함에 따라 지금껏 호주제를 둘러싸고 벌어졌던 사회적 공방이 비로소 끝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실질적인 차별이 없는 호주제를 폐지할 경우 가족 해체를 조장할 것”이라는 폐지 반대론 쪽의 주장도 힘을 잃어, 국회에 계류 중인 호주제 폐지법안도 별다른 진통 없이 통과되게 됐다.

국회가 이미 호주제를 폐지하기로 한 상황에서 이뤄진 결정이기 때문에 이번 결정이 큰 변화를 부르지는 않을 것으로 보이지만, 법조계에서는 가족관계에 있어 남녀평등 원칙을 분명히 제시한 중요한 결정이라고 평가했다.

‘전통적 가족’보다 ‘인간 존엄’우선
완전폐지때까지 2년여시간 걸릴듯

헌재의 위헌 판단 근거 = 헌재는 가족제도가 비록 역사적, 사회적 산물이라는 특성을 지니고 있더라도, 이런 가족제도가 우리 헌법 이념의 실현에 걸림돌이 된다면 당연히 가족제도가 수정돼야 한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우리 헌법은 제정 당시부터 혼인을 하는 데 있어 남녀의 동등한 권한을 보장해, 과거 가부장적이고 봉건적인 혼인질서를 용인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분명히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재판부는 특히, 전통문화의 계승과 발전을 규정하는 우리 헌법 9조를 소개하면서 “전통이란 인류의 보편적 가치나 정의를 고려해 오늘날의 의미로 포착해야 한다”며 “전통이 개인의 존엄과 양성 평등에 어긋나는데도 ‘계승’에만 집착해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헌재는 위헌을 결정한 또다른 근거로, 변화된 사회 상황에서는 호주제가 가족을 규정하는 적당한 ‘틀’이 될 수 없다는 점을 들었다.

재판부는 “여성이 현실에서 생활하고 있는 대로 법률적인 가족관계를 형성하지 못하고 있다”며 “이들이 사회에서 비정상적인 가족으로 취급되면서 겪는 불편과 고통은 이혼율과 재혼율이 높아지는 상황에서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할 사회문제”라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이례적으로 결정문에 재혼 부부와 편모 가정의 증가 등 가족 구조가 매우 다양화되고 있는 현실과, 여성의 경제력 향상에 따른 여성 세대주의 증가 현상을 직접 언급하면서, “부계혈통주의에 의존하는 가족관계는 그 존립기반이 이미 붕괴했다”고 판단하기도 했다.



현실적인 혼란은 없을 듯 = 헌재는 또 결정문에서 헌법 불합치 결정을 내린 이유를 분명히 설명했다. 사회적 파장과 혼선을 최소화하고, 입법자인 국회의 뜻을 존중하겠다는 것이다. 실제 호주제 폐지에 대비해 새 신분등록제도를 준비 중인 대법원은 이번 헌재의 결정을 앞두고 단순 위헌 결정이 날 경우를 크게 걱정했다. 그렇게 되면, 출생·혼인·취적·제적·분가 등 호적변동 사무의 근거가 사라져 큰 차질이 예상됐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대법원도 “관련 법률 손질 및 새 신분등록제도 준비에 따른 시간적 여유가 필요하다”는 뜻을 헌재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헌재는 결정문에서 민법이 아닌 호적법 개정 시점까지 기존 법률의 효력을 인정하고 있어, 앞으로 완전히 호주제가 폐지되려면 이번 국회의 민법 개정안 통과 뒤부터 약 2년여의 시간이 더 걸릴 것으로 보인다.

한편, 헌재가 이번 결정에서 가족관계에서 남녀평등을 확실히 보장하는 새 판례를 제시함에 따라, 남녀 차별적인 요소가 있는 다른 제도에 대한 판단 요청도 줄을 이을 것으로 보인다. 석진환 기자 soulfat@hani.co.kr


▲ 3일 서울 종로구 재동 헌법재판소 앞에서 유림 등 호주제 찬성 단체 관계자들이 헌재의 호주제 헌법 불합치 결정에 대한 비난 성명을 발표하고 있다. 강창광 기자 chang@hani.co.kr


여성계 “부당한 가족제도 제거”
유림 “수도서울보다 오랜관습”

헌법재판소의 호주제 헌법 불합치 결정에 대해 여성계는 한목소리로 환영했지만, 유림 등 보수단체들은 강력 반발했다.

한국여성단체연합, 한국가정법률상담소, 경실련 등 전국 137개 시민단체로 구성된 호주제폐지시민연대는 헌재 판결 직후인 3일 오후 헌법재판소 앞마당에서 성명서를 발표하고, “현행 호주제가 실질적 위헌이라는 것을 확인한 이번 결정은 성평등 가치가 관습, 전통, 이념 등에 의해서도 침해받을 수 없는 천부의 가치임을 인정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번 사건의 변론을 맡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의 이석태 변호사는 “가부장적 권위가 가족 유지의 기반이었던 시대가 지나고 가족공동체의 본래적 의미인 배려와 협력의 시대가 왔다”며 “이번 판결로 민주주의적 가치와 자기결정권을 지닌 인간의 기본권이 재확인됐다”고 밝혔다. 한국가정법률상담소의 곽배희 소장은 “어머니, 아내, 딸을 차별하고 아버지, 남편, 아들에게 부당한 짐을 지우던 가족제도의 걸림돌을 반세기 만에 치우게 됐다”고 말했다.

이에 반해 유림 등 호주제를 찬성하는 단체들은 이날 “헌재의 결정을 인정할 수 없다”며 “호주제 재건을 위해 어떤 투쟁도 불사하겠다”고 반발했다.

성균관 가족법대책위원회는 판결 직후 발표한 성명에서 “헌재는 불과 수개월 전 수도 서울 문제를 정치적 판단에 따라 ‘관습헌법’ 운운하면서 위헌결정을 내렸으면서도, 엄연히 수도 서울보다 훨씬 오랜 민족사적 전통의 호주제와 동성동본 금혼법에 대해 헌법 불합치 결정을 내림으로써 전통 가족질서를 아끼는 선량한 국민에 대해 찬물을 끼얹는 최악의 평결을 내렸다”고 주장했다.

가족법대책위는 이어 “헌재의 결정은 반역사적 반민족적 평결이므로 즉각 취소되어야 한다”며 “대통령과 국회에 국민투표 실시를 강력 요구한다”고 밝혔다. 대책위는 “호주제 폐지가 남녀평등 운동이라기보다는 여성의 이권운동에 불과하다”며 “호주제 폐지가 결국 동종교배와 현대판 고려장을 부채질하는 악법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봉태홍 자유민주주의를 지키는 사람들 대표도 “호주제 폐지는 남자가 혼외정사로 낳은 자녀를 부인 몰래 자식으로 등록할 수 있게 하고, 자녀의 의사와 관계없이 어머니의 성을 물려받게 되는 등의 문제가 생길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체제를 지켜온 국가보안법 사수 정신으로 가정을 지켜온 호주제를 사수할 것”이라며, 오는 15일 종묘공원에서 ‘호주제 수호 국민대회’를 열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서수민 이유진 기자 frog@hani.co.kr




새 호적법등 국회가 답할 차례

여야, 폐지·법적 보완 ‘가속’

헌법재판소가 3일 현행 민법의 호주제 관련 조항에 대해 헌법 불합치 결정을 내림에 따라, 국회에 계류 중인 호주제 폐지 법안 처리와 보완 입법에 한층 탄력이 붙을 전망이다.

특히 ‘헌재의 결정을 지켜보자’며 소극적 태도를 보여온 한나라당 일부 의원들도 이번 결정을 계기로 호주제 폐지를 기정사실로 받아들일 것으로 보인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한나라당 쪽 간사인 장윤석 의원은 이날 “헌재의 결정 취지를 반영해 민법 개정안을 이르면 이달 안에 처리하도록 하겠다”고 전진적인 자세를 보였다. 같은 당의 김성조 의원도 “유림 등의 저항을 감안해 냉각기를 갖더라도 헌재의 결정은 존중돼야 한다”며 “2월 국회에서 민법 개정안을 논의할 때 헌재 결정이 존중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나라당은 그동안 호주제 폐지에 찬성한다는 입장을 ‘권고적 당론’으로 채택했으면서도, 실제 국회 논의 과정에서는 소극적 태도를 취했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열린우리당도 이날 이경숙·유승희 의원의 기자회견을 통해 “호주제 폐지에 대해 국민적 합의도 어느 정도 이뤄졌고, 호적을 대신할 새로운 신분등록제도 대안까지 나오고 있는만큼, 헌재의 결정은 현실을 잘 반영한 것”이라며 “지난해 말 여야 합의대로 2월 임시국회에서 호주제 폐지 법안을 조속히 처리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2월 임시국회에서는 호주제 폐지 이후 기존의 호적을 대신할 새로운 신분공시제도를 어떻게 마련할지에 논의가 집중될 것으로 보인다. 헌재도 이날 결정문에서 “입법자는 조속히 호적법을 개정해, 위헌인 호주제의 잠정적인 지속을 최소화할 의무가 있다”며 국회의 새 신분공시제도 논의를 촉구했다.

현재 국회 법사위에는 대법원과 법무부가 지난달 10일과 26일 각각 ‘혼합형 1인1적 가족부’와 ‘본인을 기준으로 한 가족기록부’ 등을 뼈대로 내놓은 두 가지 신분공시제도 대안이 제출돼 있다. 법사위는 오는 21일 공청회를 열어, 이 두 안을 중심으로 새로운 신분공시제도에 대한 본격적인 논의를 벌일 예정이다. 이지은 기자 jieun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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