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가사도우미 불법 고용’ 이명희·조현아 재판에

필리핀인들 대한항공 연수생인 것처럼 꾸며 가사도우미로 고용
총수일가가 선발 지시하면 인사전략실 거쳐 필리핀 지점서 선발

이명희 전 일우재단 이사장. 김성광 기자 [e-mail]

한진그룹 조양호 회장의 부인인 이명희 전 일우재단 이사장과 딸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이 외국인 가사도우미를 불법고용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서울중앙지검 외사부(부장 예세민)는 21일 이 전 이사장을 출입국관리법 위반 등 혐의로 불구속기소 했다. 또 조 전 부사장과 ㈜대한항공을 같은 혐의로 약식기소했다.

두 사람은 2013년부터 최근까지 필리핀 출신 여성들을 대한항공 연수생 신분으로 속여 입국시킨 뒤 월 50만원 안팎의 급여를 주고 자기 집에서 집안일을 시킨 것으로 조사됐다. 가사도우미 선발에는 회사 조직이 총동원됐다. 이 전 이사장 등 총수일가가 한진그룹 회장 비서실에 “필리핀 가사도우미를 선발하라”고 지시하면, 이 지시는 ㈜대한항공 인사전략실을 거쳐 필리핀 지점으로 전달돼 현지에서 선발 절차가 진행됐다고 한다. 선발된 이들은 필리핀 우수직원으로서 ㈜대한항공 본사 연수 프로그램을 이수하는 것처럼 가장해 일반연수생 비자(D-4)를 발급받아 입국했다.

국내에서 가사도우미로 일하려면 재외동포(F-4)나 결혼이민자(F-6) 등 내국인에 준하는 체류자격 비자를 발급받아야 한다. 또 ㈜대한항공에는 필리핀 지점 외국인 직원을 대상으로 한 국내 초청연수 프로그램 자체가 없었다고 한다. 이 전 이사장이 모두 6명, 조 전 부사장은 5명의 가사도우미를 이런 방식으로 불법 고용했다고 검찰은 밝혔다.

김양진 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