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폭력 피해 학생 등을 상담하고 조사한 학교 전문상담교사는 공정성을 담보할 수 없어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에 소속될 자격이 없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부(재판장 김용철)는 중학교 3학년 ㄱ군이 소속 ㄴ중학교장을 상대로 낸 징계 처분 무효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고 25일 밝혔다.
지난 6월 ㄴ중학교는 ㄱ군 등이 같은 반 학생을 때리고 언어폭력을 저질렀다는 신고를 받았다. 학교 쪽은 ㄱ군을 비롯한 가해 학생들에게 출석정지 10일의 긴급 조치를 내렸다. 이어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자치위원회) 심의를 거쳐 ㄱ군에게 전학, 특별교육 이수 등 추가 징계를 내렸다.
서울특별시학생징계조정위원회에 재심을 청구한 끝에 출석정지 10일은 유지하되 나머지 조치는 서면 사과 등으로 갈음하게 됐지만, ㄱ군은 “사건 처분에 절차상 하자가 있다”며 징계 처분을 무효화해달라는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ㄱ군 쪽은 가해 학생과 피해 학생을 상담하고 그 결과를 자치위원회에 보고한 ㄴ중학교 상담교사는 자치위원이 될 수 없다며 자치위원회 구성이 잘못됐다고 지적했다. 자치위원회 위원에 제적·기피 사유가 존재하는지 확인하지도 않았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ㄱ군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상담 및 조사 업무를 수행한 전문상담교사는 자치위원회 위원에게 요구되는 공정성과 독립성이 보장된다고 할 수 없다. 학교폭력 사건에 대한 조사 및 보고, 심의 구조에 비춰 자치위원회 위원으로서의 자격이 없다”고 밝혔다. 학교폭력예방법 시행령을 살펴보면, 자치위원회 위원에 공정한 심의를 기대하기 어려운 경우 분쟁 당사자는 자치위원회에 그 사실을 설명하고 기피 신청을 할 수 있게 돼 있다.
자치위원회 결정도 위법하다고 봤다. 자치위원회 재적위원 9명 중 상담교사를 포함해 5명이 당시 회의에 참석했는데, 자격이 없는 상담교사를 제외하면 출석 위원은 4명에 그쳐 재적위원 과반수에 미달하게 된다. 재판부는 “자치위원회와 관련한 하자는 학교폭력 사건 처분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자치위원회 의결 주체에 관한 것으로, 그 하자의 정도가 중대하고 객관적으로도 명백하다고 보인다”며 처분 자체를 무효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고한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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