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죄 관련 첩보와 정보를 수집하는 기관은 곳곳에 있다. 청와대, 국가정보원, 경찰, 검찰, 군, 국세청 등이 이런 일을 전문으로 하는 조직을 운영한다. 사정기관 관계자는 26일 “매일 범죄정보를 생산하는 ‘공무원’(아이오·Intelligence Officer)이 2만명이 넘는 것으로 안다”고 했다. 전체 공무원 수 102만여명(2017년 기준)의 50분의 1에 해당하는 규모다. 교원과 지방공무원 등을 뺀 국가공무원만 따지면 ‘아이오’의 비율은 훨씬 높아진다. 범죄정보의 세계에서 아이오에 대한 평가는 철저하게 그가 생산한 정보의 질과 가치에 따라 이뤄진다. 생산한 범죄정보가 수사 등으로 이어지면 ‘개인 포인트’가 쌓인다. 실적 최우선주의가 작동하는 셈이다. 김태우 전 청와대 특별감찰반원(검찰 수사관)이 무리한 정보수집에 나선 것도, 또 검찰 복귀 뒤 ‘승진 심사용’으로 제출하겠다며 청와대에 자신이 보고한 첩보 목록을 달라고 했던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김 수사관 사건을 계기로 국가기관에 편재한 각종 정보수집 조직을 축소하거나, 그 기능을 명확히 규정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아이오가 정보를 얻기 위해 만나는 대상은 제한이 없다. 정치권, 재계, 언론계는 물론 사건 관계인과 ‘업자’까지 넘나든다. 합법 테두리를 벗어난 애매한 영역과의 접촉도 마다하지 않는다. 김 수사관은 뇌물공여 혐의를 받는 건설업자 최아무개씨와 골프를 쳤는데, 이를 ‘유착’이 아닌 범죄정보 수집을 위한 ‘접촉’이라고 주장하는 것도 아이오들의 이런 행동반경 때문이다. 아이오 출신 한 검찰 수사관은 “일주일에도 몇번씩 다른 기관 아이오들, 기업 대관 담당자들, 기자들과 만나는 자리가 있다. 부적절하다는 건 알지만 ‘정보 바닥’에 나라는 사람이 있다는 걸 알려야 제보도 들어오기 때문에 빠질 수가 없다”고 했다.
정보를 많이 쥔 아이오는 다른 기관 아이오나 국회 보좌진, 대기업 대관 담당자 등으로부터 ‘거물급’ 대접을 받는다. 김 수사관 역시 이렇게 쌓아 올린 끈끈한 네트워크를 총동원해 범죄정보를 수집했다. 자신에 대한 감찰이 시작되자 그간 쓸어모은 온갖 비공식 첩보를 자신만의 네트워크를 통해 쏟아내며 반격에 나설 수 있었던 배경이기도 하다.
2만여명으로 추산되는 아이오들이 생산하는 범죄정보의 질은 어떨까. 4대 사정기관의 핵심 관계자는 “솔직히 생산되는 범죄정보 대부분이 ‘마타도어’에 가깝다”고 했다. 일부 범죄첩보는 인사검증 과정에서 큰 힘을 발휘하거나 징계·처벌로 이어지는 순기능을 하지만, 상당수는 기본적인 팩트체크도 되지 않은 설익은 풍문 등이 ‘범죄정보’라는 이름을 달고 상부에 보고된다는 것이다. 청와대 역시 이런 이유로 김 수사관이 올린 범죄정보 상당수를 “걸러내고 폐기했다”고 해명한 바 있다. 사정기관 관계자는 “일부 아이오들은 여전히 과거 방식대로 사람들과 골프 치고 술 마시면서 ‘정보 거래’를 한다. 자기가 가진 정보를 주고 다른 정보를 받는 구조이다 보니, 아이오가 속한 기관의 내부 정보가 밖으로 새어 나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범죄정보와 동향정보의 경계가 모호한 것도 위법·불법 논란을 부른다. 공직자와 민간인이 동시에 연루된 범죄의 경우 특히 그렇다. 정보수집의 ‘방점’을 어디에 두는지, 적법하게 수집했는지, 어떤 목적으로 정보를 활용하는지에 대한 ‘통제’가 중요한 이유다. 이명박·박근혜 정부 시절 국정원, 경찰청 정보국, 국군기무사령부 등은 동향정보 명분으로 공직자는 물론 세월호 참사 유가족 등에 대한 사찰까지 정당화하려 했다. 한 경찰 아이오는 “기관장이 듣고 싶어 하는 정보를 계속해서 수집할 수밖에 없다”고 털어놨다. 문재인 정부 청와대 역시 국정 기조인 ‘적폐청산’ 관련 정보를 보고하면 “좋아했다”는 것이 김 수사관의 주장이다.
한편 대검찰청 감찰본부(본부장 정병하)는 27일 김 수사관에 대한 감찰 결과를 발표한다.
김양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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