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오후 국회 교육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유치원 3법’(유아교육법·사립학교법·학교급식법 개정안)의 처리와 관련한 `신속처리안건(패스트트랙)'를 위해 의원들의 명패와 투표용지가 회의실 한쪽 책상 위에 놓여 있다. 강창광 기자 chang@hani.co.kr
‘유치원 3법’이 국회 교육위 소속 더불어민주당과 바른미래당 의원들의 합의로 신속처리대상안건(패스트트랙)이 됐지만, 본회의에 상정되기까지 최장 330일까지 걸려 ‘패스트트랙’이 아니라 ‘슬로우트랙’이 아니냐는 불만이 제기되고 있다. 이런 문제제기로 아예 국회의 안건신속처리제의 실효성 여부에 대한 검토와 함께 보다 정교한 제도 방안이 나와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이러한 의견은 이번뿐 아니라 지난 2017년 국회 입법조사처가 발행한 보고서 등에서도 나왔다. 2017년 3월 국회입법조사처 소속 전진영 입법 조사관이 쓴 ‘국회 안건신속처리제를 둘러싼 쟁점과 개선과제’ 보고서를 보면 “안건이 소관위 심사단계에서 신속처리 대상 안건으로 지정된다고 하더라도 본회의 심의에 부의되기까지 최대 330일이 소요된다”며 “과연 1년에 가까운 시간이 소요되는 절차를 신속처리절차라고 할수 있는지에 대한 문제가 제기된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제18대 국회에 제출된 모든 법안을 대상으로 분석한 결과, 법안이 국회에 제출된 이후 본회의에서 처리되기까지 걸린 평균 기간은 282.1일이었고, 가결된 법안만을 대상으로 하면 평균 처리 기간은 129.1일로 단축된다. 따라서 최대 330일이 걸리는 안건신속처리절차가 긴급입법이 요구되는 경우에 신속입법절차로서 실효성을 갖기는 어려워 보인다고 보고서는 분석했다.
전 조사관은 “신속처리 절차로 기능하려면 처리 기간을 대폭 단축시킬 필요가 있다”며 “예를 들면 신속처리 대상안건으로 지정된 후 위원회 심사기간은 90일, 법사위 심사기간은 30일로 하고 이후 본회의에 자동부의 되도록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렇게 처리기간을 대폭 단축시킬 경우 처리 대상은 제한할 필요가 있다고 전 조사관은 지적했다. 토론과 숙의를 거쳐 의사결정을 해야 한다는 의회정치의 가치에 부합하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전 조사관은 “지금처럼 국회에 제출되어 위원회 심사단계에 회부된 모든 안건을 신속처리안건으로 보지 말고, 국가안보나 외교 분야 등 신속한 법률 개정이 필요한 사안으로 그 대상을 제한하는 등 보다 정교하게 제도를 손질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외에도 바른미래당 임재훈 의원이 제시한 ‘유치원3법’의 한계에 대한 지적도 있다. 임 의원안은 교비 회계의 ‘교육 목적 외 부정 사용’에 대해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 원 이하의 벌금을 내도록 하고 있다. 이는 횡령죄나 사립학교법의 같은 취지의 처벌보다 수위가 낮다. 게다가 바른미래당 안은 법안의 시행시기도 법안 공포 뒤 1년 지나 적용하기로 해 사실상 2년 뒤 교비 목적 외 형사 처벌이 가능하다. 장하나 정치하는엄마들 공동대표는 “신속처리안건으로 상정됐지만 모든 것이 아쉽다”며 “본회의에 상정됐을 때 시행시기 유예 조항이라도 삭제하는 등 수정안이 필요해보인다”고 주장했다.
양선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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