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속노조 삼성전자서비스지회 조합원들이 지난 2014년 5월 서울 서초동 삼성 사옥앞에서 '삼성전자서비스 지회의 승리를 기원한다'는 유서를 남기고 사망한 고 염호석 씨 영정 앞에서 농성을 하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삼성의 ‘무노조 경영’ 횡포에 맞서다 2014년 5월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삼성 노조원’ 염호석씨의 장례는 “노조장으로 치러달라”는 그의 유언과 달리 노조 몰래 치러졌다. 수백명의 경찰 병력이 동원돼 노조원들을 뚫고 호석씨 주검을 탈취하는 사태까지 벌어졌는데, 그 배후에 삼성으로부터 뒷돈을 받은 경찰관들이 었었던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다.
서울중앙지검 공공형사수사부는 호석씨 장례 과정에서 부하들에게 삼성 쪽 편의를 봐주도록 지시하고 돈을 받아 챙긴 당시 경남 양산경찰서 ㄱ정보보안과장과 ㄴ정보계장 을 부정처사후수뢰죄 등으로 지난 28일 불구속기소했다고 30일 밝혔다. ㄱ과장에게는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허위공문서작성·행사 혐의 등이 추가됐다.
삼성을 위해 두 사람은 부하 정보 담당 경찰관들에게 “장례가 노조장으로 치러지는 것을 막으라”고 지시했다고 한다. 당시 삼성은 호석씨 유언대로 노조장을 치를 경우 삼성의 조직적인 노조 탄압으로 그가 사망에 이르게 된 사실관계가 밝혀지고, 이후 노조가 결집해 사회 이슈화될 수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검찰은 보고 있다.
먼저, ㄱ과장과 ㄴ계장은 호석씨 장례를 노조 몰래 치르도록 하려고 아버지 염아무개씨와 친한 지인 ㄷ씨를 브로커로 동원해 그를 설득하도록 한 것을 조사됐다. 결국 어머니 등 다른 가족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경찰의 도움을 받은 아버지 염씨의 독단으로 호석씨 장례는 노조장으로 치러지지 못했다. 부모가 다섯살 때 이혼한 뒤 호석씨는 할머니 손에서 자랐다고 한다.
또 ㄱ과장은 부하 정보관들을 시켜 삼성으로부터 합의금을 받아 아버지 염씨에게 전달하는 수고로움도 마다치 않았다. 아버지 염씨가 ‘아들 주검값’으로 삼성으로부터 받은 돈을 모두 6억원에 달한다.
아울러 서울의료원 장례식장에 있던 호석씨 주검을 빼돌리려고 ㄷ씨에게 “삼성서비스 노조 조합원들이 시신운구를 막고 있다”는 ‘허위’ 112신고를 하도록 했다. 그 신고 직후 출동한 경찰관들은 호석씨 주검을 서울의료원 밖으로 탈취했다고 한다.
이뿐 아니다. 노조원을 따돌리려고 부산의 한 병원에 ‘허위 빈소’를 차리고, 신속한 화장을 위해 화장장 접수에 필요한 호석씨가 사망한 지역에 있는 강원 강릉경찰서로부터 ‘검시필증(경찰이 발급하는 사망신고서)’을 발급받아 준 것도 ㄱ과장이었다. 검찰 관계자는 “정상적인 경로로는 검시필증을 발급받을 수 없음에도 당직 경찰관에게 시켜 ‘수사상 필요하다. 유족의 요청이 있다’는 취지의 허위 내용으로 공문서를 작성해 강릉경찰서에 보내 검시필증을 받아 주검이 화장되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검찰은 ㄱ과장과 ㄴ계장은 이런 ‘수고’의 대가로 삼성으로부터 1천만원을 받은 사실을 확인, 이들의 여죄 및 윗선을 추적 중이다.
2014년 5월 호석씨는 ‘더 이상 누구의 희생도 아픔도 보질 못하겠으며 조합원들의 힘든 모습도 보지 못하겠기에 절 바칩니다. 저 하나로 인해 지회의 승리를 기원합니다. 저의 시신을 찾게 되면 우리 지회가 승리할 때까지 안치해 주십시오. 저희가 승리하는 그 날 화장하여 이곳에 뿌려주세요.’라는 내용의 유서를 남겼다. 김양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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