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립학교법 개정 무효화를 외치며 거리로 나선 한나라당 지도부의 태도가 갈수록 완고해지고 있다. 소속 의원들의 절반 가량만 참여하는 ‘반쪽 투쟁’에다 시민들의 반응도 시큰둥하지만, 박근혜 대표는 14일 “여론 상황을 생각할 때가 아니다”라며 의원들을 독려했다.
반면, 열린우리당과 민주노동당은 호남지역의 폭설피해 대책 등 시급한 민생 현안을 제시하며 한나라당의 국회 복귀를 한층 압박했다.
“여론 생각할 때 아니다”=박 대표는 이날 의원총회와 거리집회에서, 전날에 이어 극단적인 표현을 써가며 투쟁 의지를 드러냈다. 그는 “사립학교법은 ‘사악한 사학법’”이라며 “이것을 바로잡기 위해 노력하지 않는다면 이 땅은 ‘동토의 나라’로 변하고 말 것”이라고 말했다. 박 대표는 또 “전국의 사학이 전교조의 사학이 될 것이기 때문에, 하루 종일 반미 교육을 해도 막을 길이 없다”고 주장했다.
박 대표는 그다지 우호적이지 않은 여론의 시선을 의식한듯, “지금 여론이 어떻다 하더라도 멀리 내다보고 후손들에게 책임질 수 있는 모습으로 나가야 된다”고 강조했다.
당내에선 이미 외길 수순에 들어선 만큼 돌이키기 어렵다는 목소리가 지배적이다. 당직을 맡고 있는 한 의원은 “원외집회로 지지율과 표를 잃는다는 것을 안다”며 “하지만 지킬 것은 지키는 것을 보여주는 모습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날 낮 서울 강남고속버스터미널에서 연 거리집회에는 전날과 마찬가지로 60여명의 의원만 참석했다. 전날과 달리 소장파 의원들의 모습은 눈에 띄지 않았다. 소장파 의원들은 사학법 문제를 ‘국가 정체성’이나 ‘전교조의 학교 장악’으로 몰아붙이는 것에는 찬성하지 않지만, 지도부의 기세에 눌려 따라가는 분위기다.
강경 소장파인 고진화 의원은 이날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나와 “원외투쟁 반대 의원이 과반에 육박한다”며 “사학법을 이념 문제와 결부시킨 것은 어불성설이며, 지지층 결집을 위한 원외투쟁 전략은 오류”라고 비판했다.
“민생법안 처리하자”=열린우리당은 한나라당의 국회 복귀를 이번주까지 기다리되, 다음주부터는 주요 현안과 민생법안을 처리하기 위한 임시국회 강행을 검토하기로 했다. 오영식 공보담당 원내부대표는 “인내심을 갖고 이번주까지는 대국민 홍보전을 전개하고, 의사일정을 무리하게 진행하지는 않겠다”고 말했다.
민주노동당은 호남 지역의 폭설 피해와 관련해 ‘특별재해지역 선포 결의안’을 국회에 내기로 하고, 한나라당의 표결 동참을 요구했다. 이날 피해지역을 방문한 권영길 대표는 “그동안 한나라당이 민생정당이라고 이야기해 왔는데, 결의안 통과에 참여하지 않는다면 사실상 ‘민생 사기 정당’으로 전락하는 게 아니냐”고 말했다. 박용현 성연철 기자 piao@hani.co.kr
민주노동당은 호남 지역의 폭설 피해와 관련해 ‘특별재해지역 선포 결의안’을 국회에 내기로 하고, 한나라당의 표결 동참을 요구했다. 이날 피해지역을 방문한 권영길 대표는 “그동안 한나라당이 민생정당이라고 이야기해 왔는데, 결의안 통과에 참여하지 않는다면 사실상 ‘민생 사기 정당’으로 전락하는 게 아니냐”고 말했다. 박용현 성연철 기자 pia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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