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동욱 전 검찰총장의 ‘혼외자’ 관련 불법 정보수집에 가담한 혐의로 기소된 남재준(75) 전 국가정보원장이 1심에서 무죄 판단을 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32부(재판장 성창호)는 4일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남 전 국정원장에 무죄를 선고했다. 남 전 원장은 박근혜 정부 첫해인 2013년 ‘정권 정통성’을 흔드는 국정원 대선 댓글공작 검찰 수사를 방해하기 위해, 당시 검찰총장이던 채 전 총장의 혼외자 첩보 검증 지시를 한 혐의로 기소됐다.
재판부는 남 전 원장이 이런 불법 행위를 명시적·묵시적으로 승인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남 전 원장에게 혼외자 첩보를 보고했을 때 “‘쓸데없는 일을 했다’고 질책에 가까운 말을 했다”는 서천호 전 국정원 2차장의 진술 등을 무죄 판단 근거로 들었다. 남 전 원장이 사후에 보고받은 것만으로는 공모 관계를 인정할 수 없다는 것이다.
혼외자 첩보 수집에 관여한 다른 국정원 직원들은 유죄가 선고됐다. 재판부는 서 전 차장에게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함께 기소된 국정원 직원 문아무개씨에겐 징역 10월에 집행유예 2년을, 송아무개씨는 벌금 500만원을 선고받았다. 이에 대해 검찰은 “남 전 원장이 부정적 반응을 보였다지만, 이는 해당 행위가 불법인 걸 알면서도 적극적으로 제재하지 않았다는 뜻이기도 하다. 최종책임자인 남 전 원장에는 면죄부를 준 꼬리 자르기식 판결”이라고 비판했다.
고한솔 김양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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