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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산안법을 ‘김용균법’이라고 부르는 건 낯부끄러운 일”

등록 2019-01-05 21:14수정 2019-01-05 21:34

광화문광장서 24살 청년 비정규직 고 김용균 3차 범국민 추모제 열려
“구조적 살인” “사회적 타살” “시민대책위 추천 위원이 진상 규명해야”
5일 저녁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24살 청년 비정규직 고 김용균 3차 범국민 추모제’을 마친 김용균씨 어머니 김미숙씨등 참가자들이 청와대를 향해 행진하고 있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5일 저녁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24살 청년 비정규직 고 김용균 3차 범국민 추모제’을 마친 김용균씨 어머니 김미숙씨등 참가자들이 청와대를 향해 행진하고 있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용균이는 회사에서 인간 취급 못 받고 아무런 저항도 못 하다가 나라에서 구조적으로 살인 당했습니다.”

서울의 최저 기온이 영하 7도에 이르는 맹추위에도 고 김용균씨의 어머니 김미숙씨는 무대에 올랐다. 김씨는 “아들이 일했던 현장을 직접 가보니 현장은 전쟁을 치르는 아수라장 같아 보였다”며 “언제라도 조금만 실수하면 죽을 수밖에 없는 살인 병기들이 즐비하게 놓여 있어서 매일매일 삶과 죽음의 곡예를 넘나들면서 일해야 했다”고 말했다.

5일 오후 5시 서울 중구 광화문광장에서 ‘고 김용균 3차 범국민 추모제’가 열렸다. 지난해 12월22일부터 태안화력 비정규직 청년노동자 고 김용균 사망사고 진상규명 및 책임자 처벌 시민대책위원회의 주최로 매주 토요일마다 열린 추모제는 해가 바뀌어도 계속됐다. 쌀쌀한 날씨 속에서 참가한 시민 2천명(주최 쪽 추산)은 ‘외주화 중단’ ‘제대로 된 정규직화’ ‘내가 김용균이다’ ‘비정규직 이제 그만’ 등이 적인 손팻말을 들고 김씨의 죽음을 애도했다.

5일 저녁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24살 청년 비정규직 고 김용균 3차 범국민 추모제’에서 한 참가자가 ‘내가 김용균이다’고 적힌 손팻말을 들고 있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5일 저녁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24살 청년 비정규직 고 김용균 3차 범국민 추모제’에서 한 참가자가 ‘내가 김용균이다’고 적힌 손팻말을 들고 있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첫 발언자로 나선 한인임 시민대책위 공동집행위원장은 “2년 전 ‘구의역 사고’를 보면, 스크린도어 유지·보수 업무에서 정규직이 하던 업무에선 사망자가 한명도 없다가 외주를 준 이후에 3명이 2년 반 동안 연거푸 사망했다”며 “한국 사회에서 대기업들이 하고 있는 외주화는 그 자체로 위험을 만들어내고 있다. 누구나 안전하게 할 수 있는 일이 왜 외주화만 되면 위험해지는지 이유를 밝혀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한 “현장이 이미 훼손되고 있다”며 “시급히 진상조사를 해야 한다는 입장을 시민대책위가 대통령에게 전달했다”고 밝혔다.

이날 추모제에는 2016년 구의역에서 스크린도어를 수리하다 사고로 숨진 김군의 동료도 함께 참석했다. 발언에 나선 김군의 동료 박창수(30)씨는 “2016년 구의역 사고 이후 피에스디(PSD·스크린도어) 업무를 하는 노동자들이 정규직으로 전환된 뒤 2인1조 규정이 지켜지고, 장애 접수 뒤 한 시간 이내에 나가야 한다는 페널티 조항도 삭제됐다”며 “(고 김용균씨 같은) 이런 죽음이 없어지려면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최영준 시민대책위 공동집행위원장은 “산안법(산업안전법 개정안)을 ‘김용균법’이라고 부르는 건 낯부끄러운 일”이라며 “고인의 죽음이 사회적 타살이자 구조적 살인이라면 이 일을 해결하기 위해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 비정규직 직접고용, 정규직화 등 정부의 조처가 우선시돼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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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2월27일 밤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산업안전보건법(산안법) 전부개정안은 ‘김용균법’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김용균법으로 이름 붙이기에는 미흡한 부분이 많다. 당장 산안법 개정에도 불구하고 고 김용균씨가 사고 당시 수행했던 연료환경설비 운전 업무나 2016년 구의역 스크린도어 수리작업 중 사망한 김아무개군의 업무는 도급금지 대상에 해당되지 않는다. 향후 시행령이나 정부와의 협의를 통해 도급금지 대상이 확대돼야 하는 과제가 남아 있는 것이다.

더욱이 위험의 외주화 배경에 깔려 있는 비정규직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고용관계 개선이 매우 중요한데도 직접고용 정규직 전환에 대한 구체적인 진전은 없었다.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 정책’이 제대로 진행되었더라면 이번 사고는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직접고용 되지 않았기 때문에 김용균씨는 2인 1조 원칙 위반과 위험한 근무 환경에 방치되었다.”

▶바로 가기 : [시론] 김용균법 국회 통과 이후 남은 과제 / 김철

5일 저녁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24살 청년 비정규직 고 김용균 3차 범국민 추모제’에서 김용균씨의 어머니 김미숙씨가 발언하고 있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5일 저녁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24살 청년 비정규직 고 김용균 3차 범국민 추모제’에서 김용균씨의 어머니 김미숙씨가 발언하고 있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이날 김용균씨 추모제는 부산과 광주에서도 진행됐다. 시민대책위는 부산과 광주의 추모제 현장을 영상통화로 연결해 현장 참가자들의 목소리를 듣기도 했다.

추모제가 끝난 뒤 오후 6시20분께 시민대책위를 비롯해 추모제 참가자들은 청와대 사랑채 쪽으로 행진했다. 이들은 행진하면서 “더 이상 죽이지 마라” “대통령이 책임져라” 등의 구호를 외쳤다. 또한 “서부발전은 여전히 사고가 김용균의 책임이라고 거짓 주장을 하고 있다”며 “시민대책위가 추천하는 진상규명 위원이 참여하는 진상조사가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청와대 사랑채 앞에서 발언에 나선 한국발전기술지부 여수사업소 지회장 고일수(36)씨는 “사고가 난 태안화력 9, 10호기를 봤는데, 저렇게 환경이 안 좋은 곳이 있다니 깜짝 놀랐다”며 “고 김용균의 죽음은 안전하지 못한 현장에 내몰려 일할 수밖에 없었던 비정규직 신분에서 발생한 일”이라고 말했다. 발언을 마친 뒤 고씨가 고 김용균씨의 어머니 앞에서 절을 올리자 김씨는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이날 행진은 오후 7시20분께 참가자들이 다 함께 “우리가 김용균이다” “위험의 외주화 중단하자” 구호를 외치며 마무리했다.

오연서 기자 lovelette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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