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브에서 중계사들의 처지에 대해 설명하고 있는 황소라 케이티새노조 손말이음센터 지회장.
직접고용(정규직) 전환 과정에서 절반에 가까운 하청 노동자가 사실상 무더기로 해고돼 논란이 불거진 ‘손말이음센터’ 중계사들에 대해 원청인 한국정보화진흥원(진흥원)이 ‘하청업체 재입사’라는 구제안을 제시했지만, 해고된 중계사들은 “청각·언어 장애인을 대상으로 한 수어·문자 중계 서비스가 아니라 일반 콜센터의 전화 상담 업무를 맡는 보직”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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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진흥원과 손말이음센터를 위탁 운영하는 케이티씨에스(KTcs)의 설명을 종합하면, 올초 중계사들을 무더기로 해고했다는 보도가 나온 이후인 지난 9일 진흥원은 하청업체인 케이티씨에스에 ‘정규직 전환 평가에서 탈락해 일자리를 잃은 중계사들이 회사에 재입사할 수 있도록 해달라’는 내용의 공문을 보냈다. 이러한 요청에 대해 케이티씨에스 쪽은 11일 ‘중계사들의 재입사 문제를 긍정적으로 검토하겠다’고 진흥원에 구두 답변을 한 상태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하기관인 진흥원은 앞서 정부가 2017년 7월 발표한 ‘공공부문 정규직 전환 가이드라인’에 따라 정규직 전환 대상으로 결정된 39명만이 지원할 수 있는 무기계약직 제한경쟁채용 공고를 지난달 17일 냈다. 당시 이 정규직 전환 평가를 앞두고 있던 중계사들은 소속 회사였던 케이티씨에스의 요구로 지난달 19일 사직서를 일괄 제출했는데, 평가에 응시한 중계사 29명 가운데 11명이 탈락하면서 이들은 졸지에 새해 첫날인 지난 1일자로 일자리를 잃었다. 탈락자 가운데에는 손말이음센터 발전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아 유영민 과기정통부 장관의 표창을 받은 황소라 케이티새노조 손말이음센터 지회장도 포함됐다. 진흥원은 언론 보도 이후 이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됐다”고 밝히면서 케이티씨에스에 재입사 관련 공문을 보냈다.
전국공공운수노조 케이티새노조 손말이음센터지회가 지난달 31일 서울 여의도 더불어민주당사 앞에서 ‘한국정보화진흥원 채용 사기 규탄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노조는 “2019년 1월1일 손말이음센터 중계사들을 무기계약직으로 직접 고용하겠다던 한국정보화진흥원이 3단계 정규직 전환 시험을 내세워 장애인에게 수화·문자 통역 서비스를 제공하는 중계사들을 해고했다”며 진흥원에 이번 사태와 관련한 책임을 요구해왔다.
진흥원이 11일 발표한 ‘구제안’ 역시 대책이 될 수 없다는 게 중계사들의 견해다. 케이티씨에스에 재입사할 경우 이들이 맡게 될 업무는 기존 손말이음센터에서 해왔던 수어·문자 중계 서비스가 아니라 일반 콜센터의 전화 상담이기 때문이다. 황 지회장은 14일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정규직 전환 평가 최종면접에서 떨어진 8명 가운데 4명이 수화통역사 자격증을 보유했을 만큼 중계사 업무는 전문성도 있고, 일반 콜센터 상담과는 전혀 다른 일”이라며 “중계사 대부분은 청각·언어 장애인이 사회로부터 소외받지 않도록 정보격차 해소를 위해 힘써온 사람들인데, 진흥원이 제시한 대책은 해법이 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현재 손말이음센터 중계사 정원 40명 가운데 18명만이 근무를 하고 있어 센터 접속 과부하는 물론, 청각·언어장애인들이 병원예약을 하지 못하는 등 피해를 겪고 있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진흥원은 지난 11일 정규직 전환 과정에서 발생한 결원을 충원하기 위해 중계사(무기계약직) 22명을 선발하는 내용의 채용공고를 낸 상태다. 진흥원 쪽은 중계사들의 지적에 대해 “지난달 제한경쟁채용에서 탈락한 중계사들은 현재 공고가 뜬 중계사 선발 공채에 다시 지원할 수 있지만, 이번에도 또 떨어져 실업자가 될 수 있는 상황을 고려해 대책을 내놓은 것”이라며 “중계사들의 정규직 전환 과정에서 절차상의 문제나 하자는 없었지만, 진흥원은 공공기관으로서 도의적 책임을 지는 것일 뿐”이라고 해명했다.
선담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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