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흥 대한체육회장이 15일 오전 서울 송파구 서울올림픽파크텔에서 열린 대한체육회 제22차 이사회에서 체육계 폭력·성폭력 사태에 대한 쇄신안을 발표하며 고개 숙여 사과하고 있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최근 잇따라 폭로되고 있는 체육계 성폭력 사태에 대해 체육계의 수장인 이기흥 대한체육회장이 책임을 지고 물러나야 한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왔다.
문화연대와 스포츠문화연구소, 체육시민연대 등 스포츠 관련 시민단체들은 15일 오전 서울 송파구 올림픽파크텔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체육계 성폭력 사태를 방조한 이기흥 대한체육회장은 사퇴하라”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대한체육회는 지난 8일 조재범 전 코치의 성폭력 사건이 드러난 직후 ‘2018 스포츠 (성)폭력 실태조사’를 발표해 체육계 성폭력이 꾸준히 줄어들고 있다는 수치 중심의 성과만을 홍보했다”며 “사건의 진상조사나 가해자 및 피해자에 대한 조처가 어떠했는지에 대해선 아무런 언급이 없었다”고 대한체육회의 안일한 사태 인식을 지적했다. 이들은 이어 “조재범 전 코치가 성폭행을 저지른 진천선수촌은 대한체육회에 운영·관리 책임이 있다”며 “이기흥 회장은 공적 직위를 갖고 있는 모든 체육계 인사들을 대표해 엄중한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이 회장의 사퇴를 강력히 요구했다.
이날 발언에 나선 김상범 체육시민연대 집행위원장은 “이번 사태는 그동안 체육계가 성폭력을 구조적으로 은폐하고 수수방관했던 모순이 터져 나온 결과”라며 “이번 일을 계기로 몸과 마음에 병이 든 선수들을 보호할 수 있도록 체육계 내부의 정화 작업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정용철 문화연대 공동집행위원장 역시 “지금까지 이번과 같은 체육계 성폭력 사건이 있을 때마다 이전 대한체육회장들을 비롯해 어느 누구도 책임을 졌던 사람이 없었다”며 “이 회장의 사퇴는 차기 대한체육회장은 물론 체육계에 성폭력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우는 상징적인 의미가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문화연대, 스포츠문화연구소, 체육시민연대 등 스포츠 관련 단체들이 15일 오전 서울 송파구 올림픽파크텔 앞에서 이기흥 대한체육회장의 사퇴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성폭력 사건에 대한 체육계의 미온적 대처는 통계로도 확인된다. 김영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해 10월 대한체육회로부터 자료를 제출받아 분석한 결과를 보면, 최근 5년간 체육 종목 단체와 스포츠공정위원회를 통해 징계가 내려진 총 860건(폭행·성폭력 관련 111건 포함)의 사례 가운데 징계 기간에 가해자가 복직 또는 재취업을 한 경우는 24건, 징계가 끝난 뒤 복직 또는 재취업을 한 사례는 299건이나 되는 것으로 집계됐다. <한겨레>가 13일 손혜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서 입수한 ‘대한체육회 스포츠인권센터 신고·처리 현황’에서도 2014년부터 2018년까지 전체 신고 건수 113건 가운데 성폭력 사건은 27건인데, 이 중에서 가해자에 대한 ‘영구제명’ 징계처분은 9건(33.3%)에 그쳤다.
선담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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