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세 인증샷’ 화제 된 일부 보험설계사들의 에스엔에스
“취업난 속 구직자들의 욕망 자극하는 것”이란 우려도
“취업난 속 구직자들의 욕망 자극하는 것”이란 우려도
‘예비 부지점장’ 인스타그램 계정을 패러디한 게시물. 유튜버 김덕배 페이스북 갈무리
허세에 대한 쓸쓸한 냉소 ‘예비 부지점장’들의 에스엔에스는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서 희화화의 대상이 되곤 한다. 이들의 에스엔에스 ‘인증샷’ 때문이다. 인스타그램에 ‘예비 부지점장’ 해시태그와 함께 올라온 사진 속 인물들은 대부분 말쑥한 정장 차림으로 외제차 또는 명품 시계의 로고나 브랜드를 뽐내며 이른바 ‘허세 가득한’ 사진을 게재하는 경우가 많다. 성공이나 도전 등 청년층의 동기 부여를 자극하는 단어를 해시태그로 달고 자기계발서에나 실릴 법한, 희망 가득한 글을 게재하는 것도 특징이다. 누리꾼들이 ‘예비 부지점장’이라는 키워드를 유머 소재로 쓰는 건 허세에 대한 일종의 냉소다. 에스엔에스 속 이들은 많은 돈을 벌거나 성공한 삶을 사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예비 부지점장이란 ‘이름’만 그럴듯할 뿐 주변 인맥을 동원해 영업하면서 박봉에 시달리는 대다수 보험설계사의 삶과는 거리가 멀어 보인다는 얘기다. 보험업계 내에서도 이를 우려하는 시선이 적지 않다. ‘예비 부지점장’을 앞세워 판매 및 리쿠르팅 활동을 벌이는 일부 생명보험사들이 취업난에 허덕이는 청년들을 대상으로 사실상 허위과장 광고를 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 때문이다. 특히 생명보험사가 판매하는 ‘종신보험’은 자동차, 실비보험처럼 필요할 때 바로 돈을 탈 수 없기 때문에 경기 침체기에 영업이 더 어렵다. 보험사 매니저 10년 경력의 박아무개(35)씨는 “보험 영업은 극소수의 전문가들을 제외하면 대부분 주변 사람을 가입시켜 실적을 올리는 ‘네트워크 장사’인 만큼 실적을 올리려면 계속 사람을 뽑아 (이들의 지인) 시장을 개척하는 구조”라며 “‘예비 부지점장’들의 외제차나 명품을 보고 혹해 설계사 일을 시작하는 청년들은 대부분 월 150만~200만원의 적은 급여를 받았던 경우가 많은데, 이들 주변에 종신보험에 가입할 수 있는 고객이 얼마나 있겠나. 100명이 들어오면 1년 뒤 남는 사람은 30~40명뿐이고, 부지점장이 되는 건 3~4명에 불과하다”고 업계의 사정을 전했다. 이런 현상도 결국 청년 취업난이 낳은 어두운 일면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보험 중개 플랫폼인 인스토리얼의 김진수 대표는 “취업에 여러 번 실패하거나 스펙은 좋지 않지만 좋은 직장에서 많은 돈을 벌고 싶은 청년 구직자들의 욕망을 ‘예비 부지점장’들이 에스엔에스로 자극하는 것 아니겠냐”라고 말했다. 선담은 기자 s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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