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4일 경기도 고양시 백석역 인근 도로에서 한국지역난방공사의 열수송관이 터지는 사고가 발생한 뒤 난방공사 관계자들이 복구작업을 하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경찰이 지난달 4일 발생한 백석역 온수관 파열 사고와 관련해 28년 전 온수관 용접 작업을 한 용접공을 추적해 입건하겠다는 뜻을 밝혀 비판을 사고 있다.
이번 사고를 수사 중인 일산동부경찰서는 지난 22일 “국립과학수사연구원으로부터 ‘1991년 최초 배관 공사 당시 용접 불량 상태로 배관에 접합돼 있던 열 배관 조각 부위가 장기간 내부변동압력 등의 영향을 받아 분리되면서 사고가 발생했다’는 내용의 감정 결과 회신을 전달받았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경찰이 일산 새도시 개발 당시인 1991년 부실공사를 한 배관 용접공을 추적해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로 입건할 방침이라는 소식이 전해지자 온라인 커뮤니티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에선 ‘28년 전 용접공에게 사고 책임을 전가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의 목소리가 이어졌다.
누리꾼들은 “모든 기계는 내구연한이 있고 시간이 지나면 마모, 내구성 등이 현저히 떨어지기에 교체주기라는 게 있다. 27년(사고 발생 시점 기준) 전에 부실용접? 부실로 한 게 27년이나 버티냐?”(@Copy7***), “용접공이 재료의 반만 갖고도 27년을 버티게 해줬는데, 그동안 관리 감독했던 사람들은 뭐 하고 용접공을 찾는데? 사후 책임이 왜 용접공 탓인가?”(@gwf_h***), “고온 온수관이 27년을 버텼으면 용접을 엄청 잘한 거 아닌가. 낙후 파이프를 진작에 보수하지 않은 쪽은 잘못이 없는 거야? 대체 왜 저런 결론이 나오냐”(@pepperw***) 등의 의견을 내놓았다.
이에 대해 경찰은 이번 논란이 ‘잘못된 보도로 인한 오해’라는 입장이다. 경찰 관계자는 24일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국과수 감정 결과에서 용접액(쇳물)이 전체 들어가야 할 두께 1.1㎝ 가운데 절반 수준인 0.56㎝만 채워진 것으로 확인된 만큼 당시 용접이 잘못됐던 것은 분명하다”며 “28년전 용접공만 찾아 처벌하겠다는 게 아니다. 사고 당일 책임자는 물론 1991년 당시 공사를 했던 업체와 감독·감리 책임자, 지난 28년 동안 온수관을 부실하게 관리해 온 관련자들을 모두 수사해 처벌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경찰은 1997년 11월 대법원이 성수대교 건설 과정에서 교량 용접 지침을 어긴 시공사 현장소장 등의 업무상 과실치사상 등의 혐의를 유죄로 판결한 판례를 근거로 이번 사고 관련자들을 수사한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이번 사고의 원인을 용접 불량의 문제로만 한정한 국과수의 감정 결과에 의문을 제기한다. 최승일 고려대 교수(환경시스템공학)는 “27년이면 최초 공사 당시 용접이 충분히 정상적으로 됐다고 하더라도, 용접 부분이 부식돼 언제든지 터질 수 있는 상황”이라며 “그동안에 온수관을 검사해 취약 부분을 교체해야 했던 것이지 용접의 잘못은 아니라고 본다”고 말했다. 이수곤 서울시립대 교수(토목공학) 역시 “백석역 일대는 지하철 터널과 주변 고층빌딩을 건설하면서 지하수를 계속 뽑아내는 ‘배수공법’을 적용한 곳인데, 30년 가까이 지하수가 빠지면서 지반 침하가 지속적으로 진행됐던 것”이라며 “지반이 불균형하게 주저앉으면서 온수관이 꺾여 사고가 일어난 것인데, 국과수의 감정 결과는 이를 고려하지 않은 것”이라고 지적했다.
앞서 경찰은 한국지역난방공사 고양지사 통제실 관리책임자 ㄱ씨와 직원 등 4명, 수송관 관리책임자 ㄴ씨와 직원 등 2명 등 모두 6명을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또 현장 점검을 맡은 하청업체 소장 ㄷ씨와 직원 등 3명도 같은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선담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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