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정보화사업 입찰 과정에서 수억원대 뇌물을 받아 챙겨 지난달 구속기소된 법원행정처 소속 강아무개 과장(4급)이 납품업체 대표로부터 수천만원을 받은 사실이 추가로 드러났다. 외제차 구입 비용을 요구하는가 하면 부하 직원 장도금(여행 떠나는 사람에게 주는 격려금)까지 ‘알뜰하게’ 받아냈던 것으로 조사됐다.
이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공정거래조사부(부장 구상엽)는 이달 1일 공소장 변경 형식으로 강 과장을 추가 기소했다고 8일 밝혔다. 조사 결과 강 과장은 대법원 전자법정 사업 관련 편의를 제공하는 대가로 전직 법원공무원이자 전산장비 납품업체 드림아이씨티·인포브릿지 등을 운영하는 남아무개(구속기소)씨로부터 기존에 드러난 것 외에 2014~18년 명절 ‘떡값’ 명목 등으로 6천여만원을 추가로 받아 챙겼다.
세부적으로 보면 2015년 4월 외제차 구입 비용으로 현금 5천만원을 요구해 받았다. 같은 해 7월엔 여름휴가를 다녀오겠다고 100만원을, 석달 뒤엔 자신이 키우던 반려견이 실종됐다며 “전단지 제작비를 달라”며 90만원을 받아냈다. 심지어 같은 해 11월 해외 연수를 떠나는 부하 직원에게 장도금을 줘야 한다며 현금 10만원을 요구해 남씨로부터 뒷돈을 수수했다고 한다. 납품업자 주머닛돈 빼내 쓰기를 제 돈 쓰기보다 쉽게 여겼던 셈이다.
이에 따라 애초 3억1천만원을 받은 것으로 조사됐던 강 과장의 뇌물수수 액수는 3억7천만원으로 늘어났다.
앞서 검찰은 지난달 남씨 등 전산장비 납품업체 관계자들과 남씨로부터 뒷돈을 받아 챙긴 강 과장 등 전·현직 법원공무원들 그리고 정아무개 전 한국콘텐츠진흥원 과장 등 모두 9명을 구속했다. 남씨는 강 과장 등에게 뒷돈을 건네는 대가로 대법원 전자법정 사업 관련 내부 입찰 정보를 미리 받아 2014~18년 36차례에 걸쳐 497억원의 부당수익을 올린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은 남씨 일당이 ‘납품처’인 법원행정처나 한국콘텐츠진흥원은 물론 ‘구입처’ 소프트웨어 개발업체들에도 뒷돈을 제공한 정황을 포착해 수사를 확대해 나간다는 계획으로 전해졌다.
김양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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