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는 출산 휴가 중인 기간제 교사에게 다른 교사와 동일한 기준을 적용해 업무평가를 한 뒤 그 결과가 나쁘다고 해임한 것은 간접적 차별에 해당한다고 8일 밝혔다.
ㄱ씨는 2016년 3월1일부터 한 학교의 기간제 교사로 일하다 2017년 10월13일 출산 휴가를 사용했다. 하지만 ㄱ씨는 출산 휴가 중이던 지난해 1월15일 학교에서 해임 통보를 받았고, 이에 ㄱ씨의 아버지는 학교가 임신·출산을 이유로 차별을 했다며 인권위에 진정을 냈다. ㄱ씨는 인권위 조사 과정에서 출산 휴가 중인 지난해 1월5일 아무런 협의 없이 학교가 후임자 공고를 내 자신도 원서를 냈으나 같은 달 15일 전화로 해임을 당했다고 밝혔다. 또 ㄱ씨는 2016년 12월께 당시 이 학교 교감이었던 ㄴ씨가 아기 출산 계획을 묻는 등 출산하면 근무를 할 수 없다는 분위기를 조성했고, 지난해 1월 해임을 통보할 때도 “1~2년 아이를 봐야 하지 않느냐. 너무 아이가 어리지 않으냐” 등의 말을 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ㄴ씨는 ㄱ씨가 초임이었던 2016년에는 열심히 업무를 했으나 2017년에는 기대했던 만큼 업무를 제대로 수행하지 못해 업무평가가 낮았던 것이 해임의 이유라고 반박했다. 또 피해자에게 출산 계획을 묻는 등 출산하면 근무할 수 없다는 분위기를 조성한 적도 없다고 밝혔다.
인권위는 해당 학교가 출산 휴가 중인 기간제 교사의 업무평가를 다른 기간제 교사와 동일한 기준으로 한 것 자체를 직접적인 차별이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성별, 나이, 종교 등 특정 집단에 속해 있다는 이유로 불리하게 대우하는 행위는 아니라는 취지다. 하지만 인권위는 출산 휴가를 사용한 기간제 교사의 업무능력이 매우 탁월하지 않은 이상 업무 공백을 극복하기 어려우며, 과거보다 강도가 높은 새 업무를 받게 될 경우 이를 제대로 수행하기 위해서는 야간근로 등 초과근무가 필요한 경우가 많으나 임신 중에는 유산 위험 등으로 야간근로를 자제할 수밖에 없다고 판단했다. ㄱ씨는 교사 1년 차인 2016년에는 학생생활안전부 생활2계 업무를, 2년 차인 2017년에는 학생생활안전부 기획 업무를 담당했는데, 두 업무는 내용이 크게 다르다. 업무 난도도 2년 차가 더 높은 편이었다.
인권위는 임신·출산 휴가 중인 ㄱ씨의 업무평가를 출산 휴가 미사용자와 동일한 기준과 방식으로 하는 것은 간접적 차별 행위라는 결론을 내렸다. 또 현재는 ㄱ씨가 다니던 학교의 교장으로 일하고 있는 ㄴ씨에게 기간제 교사가 임신을 하거나 출산 휴가를 사용했다고 고용상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재발방지 대책을 수립하라고 권고했다. 또 해당 학교를 관할하는 교육감에게는 임신 등을 이유로 불합리한 차별을 받지 않도록 관련 지침을 개정하고 학교에 대한 관리·감독을 강화할 것을 권고했다.
정환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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