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윤한덕 국립중앙의료원 중앙응급의료센터 센터장의 사진. 국립중앙의료원 제공
설 연휴 근무 중 숨진 윤한덕 국립중앙의료원 중앙응급의료센터장에 대한 애도가 이어지고 있지만, 고인이 응급의료센터에서 계속 일하기 위해 ‘공무원’ 신분을 포기한 까닭에 보건복지부 등이 추진 의사를 밝힌 순직이나 국가유공자 인정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8일 보건복지부는 “윤 센터장에 대한 국가유공자 지정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히고, 전날 문재인 대통령도 윤 센터장의 ‘순직’을 추모했지만 앞으로 과정이 쉽지 않은 이유가 있다. 윤 센터장이 일한 국립중앙의료원은 공공기관으로, 소속 임직원은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적용을 받는다. 2010년 국립중앙의료원이 정부 소속 기관에서 특수법인으로 전환되면서, 원래 공무원이었던 윤 센터장의 신분도 법인 소속 임직원으로 바뀌었다. 지인은 “국립중앙의료원이 법인화될 당시 윤 센터장이 공무원으로 남을지 선택의 기로에 있었다”며 “공무원은 순환보직제가 있어 언젠가 응급의료센터를 떠나야 할 수도 있으니, 응급의료 체계 구축에만 매진하겠다며 공무원 신분을 버린 것”이라고 안타까워했다.
일을 하다 숨지면 공무원은 ‘공무원재해보상법’, 일반 노동자는 ‘산업재해보상보험법’에 따라 보상을 받는다. 법률상 ‘순직’은 ‘공무원재해보상법’에만 명시돼 있고, 공무상 재해로 숨진 ‘순직 공무원’으로 인정돼야 유가족이 순직유족연금을 받는다. 산재보험법엔 순직이란 표현이 따로 없으며, 사망이 ‘업무로 인한 재해’로 인정되면 유족급여를 지급한다.
순직공무원으로 인정되면 국가유공자 등록 신청이 수월하지만, 그러지 않으면 국가유공자로 인정받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국가유공자 종류에는 애국지사·참전유공자·순직공무원 외에 사회 발전에 현저한 공로와 관련해 순직한 사람 중 국무회의 의결을 통해 지정되는 ‘국가사회발전 특별공로순직자’가 있다. 국가보훈처 관계자는 “국가사회발전 특별공로순직자 인정엔 공무원 신분 조건이 따로 붙어 있진 않지만 거의 활용이 안 되는 제도”라고 설명했다.
2014년 세월호 참사 당시 숨진 단원고 기간제 교사들도 오랫동안 순직공무원으로 인정받지 못했다. 인사혁신처는 ‘기간제 교사는 공무원이 아니다’라는 입장을 고수하다, 정권이 바뀐 2017년에야 제도를 손질했다. 그 뒤 공무원재해보상법 시행으로 국가기관·지자체 비정규직 근로자도 산재보험법의 업무상 사망으로 인정받으면 심사를 거쳐 순직공무원으로 인정받는 길이 열리긴 했다. 그러나 윤 센터장 같은 공공기관 임직원은 이러한 법 적용을 받지 않는다.
박현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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