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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고 윤한덕 센터장 영결식…동료들 “이제 미안함 잊으세요”

등록 2019-02-10 14:13수정 2019-02-10 21:06

고 윤한덕 중앙응급의료센터장의 영결식
아들 “아버지 평생 꿈이 아버지로 인해 더 이뤄지길”
이국종 교수 추모사 “응급의료 개척한 아틀라스…
닥터헬기에 윤한덕 이름과 ‘아틀라스’ 새기겠다”
아주대병원 권역외상센터장 이국종 교수가 10일 오전 서울 국립중앙의료원에서 엄수된 윤한덕 중앙응급의료센터장의 영결식에 참석하고 있다. 이정아 leej@hani.co.kr
아주대병원 권역외상센터장 이국종 교수가 10일 오전 서울 국립중앙의료원에서 엄수된 윤한덕 중앙응급의료센터장의 영결식에 참석하고 있다. 이정아 leej@hani.co.kr
“이번 설 연휴에 응급실과 관련해서 특별한 사건사고가 있었습니까? 없었다면 윤한덕 센터장님을 생각해야 합니다. 지난 20년간 대한민국에 응급의료체계가 발전하였다면 국가와 국민은 윤 센터장님에게 감사하고, 그에게 국가유공자로 보답해야 합니다.” (허탁 전남대 의과대학 교수)

지난 4일 설 연휴 근무 중 자신의 집무실에서 숨진 채 발견된 고 윤한덕 중앙응급의료센터장의 영결식이 10일 오전 고인이 일했던 국립중앙의료원 9층 대강당에서 엄수됐다. 이날 영결식에는 유족과 국립중앙의료원 임직원, 이국종 아주대 권역외상센터장, 조준필 대한응급의학회장 등 300여명이 참석했다.

생전 윤 센터장과 함께 닥터헬기(응급의료 전용 헬기) 도입 등 국내 응급의료체계 선진화를 이끌었던 이국종 교수는 이날 고인을 그리스신화 속 지구를 떠받치는 거인 ‘아틀라스’(Atlas)에 비유하며 고인의 헌신과 업적을 기렸다. 이 교수는 추모사에서 “신화 속 아틀라스가 손과 발로 하늘을 떠받쳐 인간이 살 수 있었던 것처럼 지난 20년간 국내 응급의료 분야의 절망적인 상황을 결사적으로 개척해온 고인이 바로 아틀라스 같은 존재였다”며 “향후 도입하는 응급의료 헬기에 윤 선생님의 이름과 콜사인인 ‘아틀라스’를 새겨 넣겠다”라고 말했다.

10일 오전 서울 국립중앙의료원에서 엄수된 윤한덕 중앙응급의료센터장의 영결식에서 동료 직원의 추도사가 진행되는 동안 같이 근무했던 동료들이 눈물을 훔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10일 오전 서울 국립중앙의료원에서 엄수된 윤한덕 중앙응급의료센터장의 영결식에서 동료 직원의 추도사가 진행되는 동안 같이 근무했던 동료들이 눈물을 훔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지난 17년 동안 고인과 함께 응급환자들의 생사를 돌봤던 국립중앙의료원 동료들도 존경하는 상사이자 삶의 멘토를 잃었다는 슬픔에 잠겼다. 윤순영 재난응급의료상황실장은 “센터장님은 업무에 시달리면서도 저희가 방문을 두드릴 때면 귀담아 이야기를 들어주던 분”이라며 “지난달 이 자리에서 요즘 업무에 대한 생각이 커져 저희들에게 관심을 갖지 못해 미안하다고 하셨는데, 그 미안함 모두 잊으셨으면 한다. 그동안 당신의 소중한 가족들이 가졌어야 할 그 귀한 시간을 저희가 빼앗아 너무나 감사했고, 죄송했다”고 고인과의 추억을 회상하며 흐느꼈다.

형제 중 아버지와 가장 닮았다는 윤 센터장의 큰아들 윤형찬군도 유가족 대표로 추모사를 이어갔다. 윤군은 “전 아버지와 가장 닮은 사람이기에 아버지가 말씀하지 않아도 가족에게 늘 미안한 마음을 가졌다는 걸 잘 알고 있고 이해한다. 이제 가족에게 미안해 할 필요 없다고 말하고 싶다. 응급 환자가 제때 제대로 치료받을 수 있는 나라를 만드는 (아버지) 평생의 꿈이 아버지로 인해 좀 더 이뤄질 수 있길 바란다”며 담담한 어조로 아버지와의 마지막 작별인사를 나눴다.

추모객들이 헌화를 마친 뒤 유족과 동료들은 고인의 영정사진을 들고 영결식장에서 100여미터 떨어진 병원 내 행정동 주변을 한 바퀴 돌았다. 행정동은 고인이 마지막 숨을 거둔 집무실이 있는 건물이었다. 지어진 지 60년이 지난, 낡은 2층 벽돌건물 ‘중앙응급의료센터장실’ 문 앞에는 커피 6잔과 전자담배, 흰 국화꽃다발이 다시 돌아올 수 없는 주인을 기다리고 있었다. 윤 센터장의 마지막 걸음을 뒤따랐던 동료들은 고인의 영정사진이 집무실 앞문과 뒷문에 머무를 때마다 침통한 표정으로 눈물을 흘렸다.

향년 51. 윤한덕 센터장은 생의 절반을 병원 응급실에서 보냈다. 일분일초를 다투는 응급환자들이 피를 튀기고 죽어나가는 그곳을 사람들은 ‘지옥’이라 불렀다. 온 가족이 모이는 설 연휴에도 응급의료체계 개선안을 검토하느라 병원을 떠나지 못했던 윤 센터장은 홀로 쓸쓸히 숨을 거둔 뒤에야 비로소 ‘지옥’을 나서게 됐다.

선담은 기자 s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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