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대학교 신임 총장 당선자인 정진택 기계공학과 교수
오는 3월 임기가 시작되는 고려대학교 신임 총장 당선자인 정진택(58) 기계공학과 교수가 논문을 중복게재하고 연구비도 이중으로 받았다는 의혹이 제기돼 논란이 일고 있다.
12일 고려대 관계자들의 설명을 종합하면, 정 당선자가 2005년과 2006년께 국내 논문지와 국외 논문지에 각각 낸 국문 논문과 영문 논문을 둘러싸고 이 같은 의혹이 제기됐다. 2005년 낸 ‘평활관 및 와이어코일을 삽입한 열전달촉진관에서 액체질소의 흐름비등열전달 특성’이라는 국문 논문과 비슷한 내용의 영문 논문을 2006년 영문으로 제출하면서 논문을 중복 게재하고 연구비를 이중으로 받았다는 의혹이다. 2005년 논문을 크게 수정하지 않고 별다른 출처나 인용 표시 없이 2006년 또 게재했다면 자기 표절이 된다. 문제를 제기한 고려대 관계자 ㄱ씨는 “정 당선자가 저자로 참여한 국문 논문에는 한국가스안전공사에서 연구비를 지원받았다고 나오고 영문 논문에는 과학기술부 프론티어사업의 연구비 지원을 받았다고 나온다”며 “두개의 논문은 80% 이상 내용이 겹쳐 같은 내용의 논문이라고 볼 수 있다. 이는 동일한 연구 결과를 가지고 연구비 사사(수혜기관)를 변경하고 이중으로 연구비를 수주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문제가 된 논문은 부당한 저자 표시 의혹까지 함께 제기된 상태다. 해당 논문의 제1 저자와 교신 저자를 국문과 영문에서 각각 다르게 표시했다는 의혹이다. ㄱ씨는 이와 관련해 “같은 내용의 논문이면 국문과 영문 모두 저자가 동일하게 표시되어야 하는데, 이를 바꾼 것으로 연구윤리 상 문제가 있다”고 주장했다.
고려대 교수의회도 이달 초 검증 보고서를 내고 의견을 표명했다. 보고서를 보면, 해당 논문의 중복게재 의혹에 대해 “예비조사와 검증위원회 다수는 중복게재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는 교수의회의 의견이 나온다. 다만 부당한 저자 표시, 연구비 이중수혜 의혹에 대해서는 “추가 조사와 판단이 필요하다”는 결론을 냈다. 이와 관련해 교수의회 소속 ㄴ교수는 “지난달 정 당선자의 연구 부정 의혹에 관한 익명 제보를 접수했다”며 “검토위원들이 자료를 검토해 문제가 있다는 수준으로 의견을 표명했고, 지난 8일 해당 안건을 고려대 연구진실위에 제출했다”고 밝혔다.
고려대 총장 인수위 쪽은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인수위 쪽은 “영문 논문은 국문 논문과 달리 종합적 해석과 분석을 제공하는 심화된 내용으로 새로운 결론을 유도한 전혀 다른 논문”이라고 설명했다. 연구비 이중수혜 의혹에 관해서는 “영문 논문에서 아예 별도로 연구가 진행되었기 때문에 새로 연구비를 지원받은 것뿐이고 과기부의 연구비 지원 역시 주저자에게 이뤄졌기 때문에 주저자가 아닌 정 교수가 연구비 지원을 받은 게 아니다”라며 “이를 두고 연구비를 중복해서 받았다고 주장하는 제보는 부당한 억지다. 당선자는 영문 논문과 관련된 연구비를 받은 적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고려대 쪽도 입장문을 내고 “정 당선자는 이미 총장선거 절차의 하나인 연구윤리 검증을 거쳤다”고 밝혔다.
정 당선자가 복수의 연구 부정행위를 저질렀다는 의혹은 현재 고려대 연구진실위로 안건이 넘어간 상태다. 진실위 관계자는 이번 사안에 대해 “정 당선자의 연구 부정행위와 관련된 안건이 진실위에 제출된 것까지가 현재 진행된 사실”이라며 “진실위가 이를 정식 안건으로 다룰지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민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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