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 들어 경찰 내 ‘정보경찰’의 역할은 축소되어왔지만, 이들이 그간 관행적으로 생산해왔던 ‘인사검증 정보’와 ‘정책 정보’는 정부가 여전히 놓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문제는 현 정부 역시 분명한 제도적 통제 장치를 마련하지 않고 조직만 활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전문가들은 ‘상황이 바뀌면 언제든 과거 ‘정보경찰’의 일탈이 되풀이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지금껏 정보경찰은 ‘경찰관직무집행법’ 제2조에 규정된 ‘치안정보의 수집·작성 및 배포’에 근거해 정보활동을 해왔다. 하지만 치안정보라는 개념 자체가 모호해 민간인 사찰 등이 의심되는 부적절한 정보 수집 역시 암암리에 이뤄져왔다.
이런 사정 탓에 현 정부 출범 직후 꾸려진 경찰개혁위원회는 지난해 정보경찰의 정보 수집 반경을 줄이는 개혁 방안을 제시했다. 지난해 5월 경찰개혁위가 발표한 권고안에는 “경찰청 정보국의 기능을 ‘치안정보의 수집·작성·배포’에서 ‘공공안녕의 위험성에 대한 예방 및 대응’ 기능으로 재편”하고 “정보활동은 경찰의 직무수행과 직결되는 필요최소한의 정보로 한정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권고안이 나온 이후 일선에서는 문제가 됐던 ‘에스아르아이’(SRI·특별요구정보) 지시 건수도 줄었다고 한다. 에스아르아이는 청와대 등에서 정책수행에 필요하다는 이유로 특정 지역 또는 전국 정보경찰에게 특정 정보를 수집하도록 지시하는 것을 의미한다. 지난해 경찰개혁위는 “정책정보의 수집·종합·분석·작성 및 배포는 업무의 이관·조정이 이뤄질 때까지 한시적으로만 (정보경찰이) 진행한다”고 권고했다.
하지만 이후 뚜렷한 대안도 업무 이관·조정 움직임도 없다. 한 정보경찰은 12일 “여전히 공직 후보자에 대한 세평 수집 등의 요청은 많은 편이다. 특정인에 대한 세평 수집은 미묘한 영역이어서 현장에서도 고민이다. 자칫하면 민간인 사찰로 비화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털어놨다. 지난해 경찰개혁위는 “신원조사 및 기록관리는 정부 차원의 협의·조정을 통해 인사혁신처 등 관련 부처로 단계적으로 이관을 추진”하라고 권고했다. 하지만 관련 논의나 법 개정은 역시 지지부진하고, 일탈을 막기 위한 업무 범위를 규정하는 일도 진행되지 않고 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의 김준우 사무차장은 “정책정보나 인사검증을 아예 불필요한 업무라고 볼 수는 없다. 다만 이런 업무가 지나치게 (특정 조직에) 집중될 경우 악용 소지가 큰 게 사실”이라며 “경찰개혁위의 권고처럼 관련 업무를 분산하고 더 투명하게 할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 청와대의 개혁 의지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정환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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