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보물선 돈스코이호 투자 사기’ 혐의로 적색수배가 내려진 전 신일그룹 대표 유승진씨가 법인을 바꿔가며 비슷한 투자사기 범행을 이어가고 있어 경찰이 관련자를 입건하는 등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
서울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14일 “유씨는 적색수배가 내려진 이후인 지난해 10월8일부터 11월13일까지 에스엘블록체인그룹 대표 이아무개씨 등과 공모해 투자사기 범행을 저질렀다”며 “금광채굴과 연계한 가상화폐에 투자하면 수십배 고수익이 난다고 속여 피해자들 약 388명으로부터 10억원을 갈취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이어 “지난달 에스엘블록체인그룹을 압수수색했고 지난 8일 유씨와 이씨, 이 그룹 부회장 이아무개씨, 부장 서아무개씨 등 5명을 사기 혐의로 입건했다”고 덧붙였다.
이들은 경상북도 영천의 금광채굴과 연계한 가상화폐인 ‘트래져에스엘(SL)코인’에 투자하면 거래소 상장과 동시에 수십배의 고수익을 내주겠다며 피해자들을 현혹했다. 이들은 해당 금광에 현 시세로 50경원에 달하는 1000만톤의 금이 매장되어 있다고 홍보한 것으로 드러났다. 홍보에 사용된 금광 앞 사진은 국외에서 찍은 것으로 밝혀졌다. 경찰은 “돈스코이호 사기에서 금괴로 피해자를 유인했다면 이번에는 금광을 이용했다”며 “방식이 닮아 있다”며 “돈스코이호 사기 때 나온 ‘신일골드코인’은 단순 사이버 머니였으나 트래져에스엘코인은 가상화폐 백서, 전자지갑 등을 갖춘 데다 수사에 대비해 홈페이지 서버도 미국 업체와 계약하는 등 수법이 진화했다”고 설명했다.
신일그룹 대표 유승진씨와 공범이 주고 받은 카카오톡 대화 갈무리. 서울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 제공.
유씨는 이처럼 법인을 바꿔가며 비슷한 유형의 투자사기를 이어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돈스코이호 사기에서는 신일그룹, 트래져에스엘코인 사기 때는 에스엘블록체인그룹이 나서서 피해자를 유인했다. 지난달 경찰 압수수색이 시작된 직후 에스엘블록체인그룹은 다시 유니버셜그룹으로 이름을 바꾸기도 했다. 유씨는 수사가 진행되자 ‘유지범 회장’ ‘송명호 회장’ 등의 가명도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른바 ‘바지 사장’이라던 에스엘블록체인그룹 대표 이씨는 “서씨의 소개로 명의상 대표로 가담하게 된 것”이라며 “1년에 5억원씩 3년 해서 대신 감옥에 살다 나오는 조건으로 15억원을 받기로 했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경찰은 정작 유씨의 신병 확보에는 애를 먹고 있다. 경찰은 “유씨의 행방을 추적하기 위해 베트남 등 국외 경찰과 협업하고 있다”며 “유씨의 회유와 고수익에 대한 막연한 기대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피해 신고에 소극적인 피해자가 많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트래져
에스엘코인 투자도 돈스코이호와 같은 수법의 사기이니 적극적인 신고와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김민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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