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방 풀무질 살리기’ 모금 페이지. 텀블벅 누리집 갈무리
인문 사회과학 책방 ‘풀무질’을 새롭게 이어받은 20대 청년 3인방이 책방의 빚 탕감과 인수비용 마련을 위한 모금운동에 나선 가운데, 모금을 시작한 지 2주도 안 돼 목표 금액의 2배 가까운 금액이 모이는 등 후원 열기가 뜨겁게 일고 있다.
14일 크라우드 펀딩 플랫폼 ‘텀블벅’ 누리집을 보면, 책방 빚 청산과 인수비용 마련을 위해 전범선(28), 고한준(27), 장경수(29)씨 등이 ‘두루미출판사’ 이름으로 지난 3일께 시작한
‘책방 풀무질 살리기’ 모금에 1840만원가량의 돈이 모인 것으로 나온다. 모금을 시작한 지 2주도 안 돼 목표 금액 1천만원의 2배 가까운 돈이 마련된 셈이다. 애초 설정한 목표치 1천만원은 후원 시작 4일 만인 지난
6일께 달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까지 ‘책방 풀무질 살리기’ 모금에 후원자로 참여한 이는 633명이다.
책방 풀무질을 기억하는 누리꾼들도 격려와 응원의 뜻을 보냈다. 모금운동을 소개하는 전씨의 페이스북 게시글에는 “끝까지 이어가시길!” “많은 사람들의 달구어진 마음이 모이는 한국의 명소가 되길 바란다”는 댓글이 이어졌다. 같은 소식을 전하는 은종복(54) 풀무질 대표의 페이스북 게시글에도 “또 다른 은종복이 되어 풀무질과 함께하겠다” “어색한 표정으로 책을 구하고 있으면 다정하게 다가와 책을 골라주던 은종복 아저씨, 그동안 애쓰셨다” 등의 댓글이 달렸다.
책방 풀무질의 새 주인이 될 청년들은 “풀무질을 기억하는 이들의 마음을 종잣돈 삼아 풀무질의 역사성을 이어가고 싶다”며 감사하는 마음을 전했다. 전씨는 “1억5천만원가량 되는 책방 부채를 은 대표님 혼자 짊어지게 할 수 없어 모금을 시작했다”며 “부채를 탕감해주겠다며 인수 의사를 밝힌 분들도 있다던데, 은 대표님이 그들을 마다하고 우리를 택한 것은 책방의 정체성이 지켜지길 바라서인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전범선씨는 “시민들도 마찬가지로 풀무질이 사라지지 않길 바라는 마음에서 펀딩에 참여해준 것이라 생각한다”며 “풀무질의 공공성과 역사성을 피부로 느끼며 책방을 이어나가겠다”고 강조했다. 전씨는 아울러 “5천만원 정도는 어떻게든 저희 힘으로 준비해야 책방을 원활히 물려받을 수 있으니, 인수가 이뤄지는 6월12일 직전까지 백방으로 뛰어다닐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은 대표도 후원 열기에 대해 “책방을 명륜동에 오면 꼭 들러야 할 고향처럼 여기는 이들이 모금에 참여해 책방을 지키려 하는 것 같다. 마음이 든든하다”며 “‘책방에 대한 관심이 잠깐 불같이 일어나고 말면 어떡하나’ 하는 불안감도 있는데, 이 열기가 지속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또 은 대표는 “후원 액수보다는 후원에 참여한 사람 수에 눈길이 더 간다”며 “대기업이 1억원을 주는 것보다 가난하지만 세상을 바꾸려는 이들 만명이 1만원을 주는 게 훨씬 뜻 깊다. 그건 돈이 아니라 ‘맑은 뜻’ 만개가 모인 것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김민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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