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사회 사회일반

“학교폭력으로 췌장 끊어진 아들…가해자는 욕설 사과”…엄마 ‘단장의 눈물’

등록 2019-02-20 14:49수정 2019-03-11 09:23

‘의정부 고교생 폭행’ 청원 올린 피해자 어머니 인터뷰
“아들 폭행당해 사경 헤맸는데 가해자는 욕 섞어가며 사과 문자”
“검사는 항소심 열린 것도 안내 안 해줘…사법기관에 배신감”
가해 학생 아버지 “사실과 다른 정보 퍼져” 청와대 청원
입원 당시 ㄱ군 모습. ㄱ군 가족 제공.
입원 당시 ㄱ군 모습. ㄱ군 가족 제공.
지난해 3월31일께 경기도 의정부시의 한 고등학교 재학생인 ㄱ(17)군이 같은 학교 동급생 ㄴ(17)군에게 폭행을 당했다. ㄴ군은 ㄱ군이 페이스북에서 자기 여자친구에 관해 말하고 다닌다는 소문을 듣고 ㄱ군을 동네 피시방 인근으로 불러 때렸다. 피해를 당한 ㄱ군의 어머니 ㄷ씨는 19일 오후 5시께 의정부시 민락동 자신의 집에서 <한겨레>와 만나 “가해자인 ㄴ군은 반성하지 않고 사법기관은 ‘나 몰라라’ 했다”고 억울함을 호소했다.

ㄷ씨는 이날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도 ‘우리 아들 OO이의 억울함을 풀어주세요’라는 제목의 글을 썼다. ㄷ씨는 글에서 “금쪽같은 내 아들은 췌장이 끊겼다 겨우 살아났는데, 가해자 부모는 합의금을 부르고 사법기관은 단순 상해일 뿐이라며 집행유예로 결론 내렸다. 하루를 산다고 하더라도 가해자가 감옥에 들어가 반성했으면 좋겠다”고 썼다. ㄷ씨가 올린 국민청원 글은 20일 오후 2시30분 현재 16만2000여명이 동의했다.

ㄷ씨의 설명과 게시판 글을 종합하면, ㄴ군은 폭행 당시 양손으로 ㄱ군의 머리를 잡고 무릎으로 ㄱ군의 명치를 가격한 뒤 얼굴에 침을 뱉었고, 폭행 이후 화해를 하자며 ㄱ군을 끌고 노래방과 영화관 등을 다녔다고 한다. ㄱ군은 “가기 싫다고 하면 또 때릴까 두려워”서 ㄴ군의 화해 제안을 거부하지 못했다. ㄱ군은 이날 폭행으로 인해 췌장 일부가 끊어지고 장이 파열되는 등의 중상을 입었다. 하지만 ㄱ군은 폭행이 있은 지 24시간이 지난 이튿날 밤 11시께에야 의정부 내 병원 외상센터에서 수술을 받을 수 있었다.

ㄱ군 어머니 ㄷ씨는 “담당 의사 말로는 (아들이 한 수술이) 3명이 수술하면 1명이 겨우 살 수 있는 수술이라고 하더라”라며 “(의사가) ‘장이 끊어지는 고통이 어마어마한데 어떻게 참았냐’며 놀라기도 했다”고 말했다. 수술 이후 ㄱ군은 외상센터와 일반 병원, 정형외과 등을 거치며 약 5달 동안 입원해야 했다. ㄷ씨는 “뱃속 상황은 누구도 장담할 수 없다더라. 언제 문제가 생길지 몰라 조마조마하다”고 말했다. ㄷ씨와 ㄱ군은 사건 당시 충격으로 현재까지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도 갖고 있다.

ㄷ씨는 신체적 고통에 더해 경제적 부담도 호소했다. ㄷ씨는 “수술하는 데 들어간 돈과 입원비만 해서 5000만원가량 나왔다. 입원한 동안의 간병비와 심리 치료 비용까지 모두 합치면 더 많은 금액을 부담해온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ㄷ씨는 이어 “넉넉하지 못한 형편이라 음식점을 하며 생계를 이어오고 있었는데, 이번 일이 터지고 아들을 돌보는 동안 음식점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해 쑥대밭이 됐다”고 말했다.

상황이 이러한데 가해자와 가해자 부모들은 좀처럼 반성하지 않는다며 ㄷ씨는 분통을 터뜨렸다. ㄷ씨는 “가해 학생이 아들에게 문자메시지를 보내 사과한 것을 봤는데, 욕설이 섞인 짤막한 사과더라”라고 밝혔다. ㄷ씨가 공개한 문자메시지를 보면, ㄴ군은 ㄱ군의 이름을 부르며 “야 OO아.. 진짜 미안해. XX 진짜 XX 미안해”라고 말한 것으로 나온다. ㄴ군은 또 “(ㄱ군 외) 다른 애들을 때렸을 땐 전혀 반성도 안했다”는 취지로 말하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ㄷ씨는 ㄴ군의 부모를 두고도 “가해 학생의 부모는 형식적으로 몇 차례 사과하더니 소송 절차가 진행되자 합의금을 말하더라”라고 주장했다. 가해자 쪽은 피해자 쪽과 합의에 이르지 못하자 2000만원을 법원에 공탁했다.

폭행 이후 ㄴ군이 ㄱ군에게 보낸 문자. ㄱ군 가족 제공.
폭행 이후 ㄴ군이 ㄱ군에게 보낸 문자. ㄱ군 가족 제공.
ㄴ군과 ㄴ군 부모는 사건 이후 학교에서 열린 학교폭력위원회 결과에 불복해 도교육청에 재심 신청도 했다. 경기도교육청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지난해 학폭위에서 ㄴ군에 대한 강제전학 결론이 났는데, ㄴ군 쪽에서 여기에 불복해 도교육청에 재심 신청을 했다. ㄴ군의 신청은 기각돼 현재 전학이 이뤄진 상태”라고 설명했다. 두 학생이 다녔던 고등학교 관계자는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학폭법(학교폭력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률)이라는 게 피해학생 보호와 가해학생 선도 및 교육을 목적으로 하는 건데, 가해학생에 지나치게 많은 권한이 주어진 것 같다. 일선 학교에서는 할 수 있는 게 별로 없다”고 말했다.

ㄷ씨는 법원과 검찰의 대처를 두고도 “배신감이 든다”고 했다. 의정부지법은 지난해 11월께 ㄴ군에게 상해죄를 적용해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 사회봉사 160시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피해자가 입은 상해 부위 및 정도 등이 매우 위험하고 중한 점에 비춰 죄책이 무겁다”면서도 “피고인이 (당시) 만 16살의 소년으로 개선과 교화의 가능성이 있고 피고인과 피고인 부모가 피해자와 피해자 부모에게 사죄하고 치료비를 지급하기도 했다”고 양형의 이유를 밝혔다. ㄷ씨는 이를 두고 “아이가 죽을 뻔 했는데 어떻게 살인미수가 아닌 상해일 수 있냐. 어떻게 집행유예일 수 있냐”라고 반문했다.

ㄷ씨는 또 지난달 나온 항소 기각 판결을 두고도 “피해자가 모르는 사이 진행된 기각 판결”이라고 주장했다. 법원은 지난달 29일 열린 이 사건의 항소심에서 “피고인이 아직 어린 학생인 데다 부모의 선도 의지가 강하고, 원심에서 1500만원, 당심에서 500만원을 공탁했다”며 피고인과 검사의 항소를 모두 기각했다. ㄷ씨는 이러한 결과와 관련해 “재판이 열린 것도 모르고 있었는데 이미 지난달 항소 기각 판결이 나버렸더라. 검사가 안내해주지도 않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아들 얼굴이 알려지는 게 싫어 사건을 외부에 알리지 않으려 했는데, 항소 기각 소식을 듣고 정신이 돌아버려 청원을 결심했다”고 말했다. 의정부지검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검사도 1심 양형이 가볍다고 판단해 항소한 것으로 안다”며 “다만 피해자 쪽 변호사가 1심 재판부터 쭉 관여를 해온 데다 피해자께서 재판과 관련한 통지를 따로 신청하지 않았기도 해서 항소심이 열린 사실이 피해자에게 안내가 안된 것 같다”고 말했다.

ㄷ씨는 마지막으로 “나는 법 같은 것을 잘 모르는 사람이다. 언제 어떤 문서가 필요할지 몰라 지난 1년 가까이 탄원서나 진단서 종이뭉치를 가방에 교과서처럼 들고 다녔다”며 “내가 이러지 않으면 그 아이가 내 아들을 또 때릴 것 같아 두렵다”고 말했다. ㄷ씨는 이어 “무식한 엄마, 돈 없는 엄마라고 깔보고 (아들이) 또 맞는 일은 만들고 싶지 않다”며 “처음에는 가해 학생 부모 입장이 되어보려 애썼는데, 이제는 (그 아이가) 그저 하루라도 감옥에 살며 자신이 한 일을 반성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ㄴ군의 아버지는 사건이 알려져 논란이 된 이후인 19일 밤 늦게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이 세상 둘도 없는 악마와 같은 나쁜 가족으로 찍혀버린 가해학생의 아빠입니다’라는 글을 올려 “사실과 다른 부분이 많다”고 ㄷ씨의 주장을 반박했다. 그는 글에서 “아들이 무차별 구타를 한 것은 아니고 우발적으로 화가 나 무릎으로 복부를 한 대 가격한 것”이라며 “피해 학생이 수술 중이라는 이야기를 듣고 병원으로 달려갔다. 저희 가족 모두 피해자 부모님께 무릎을 꿇고 사죄했다”고 말했다. ㄴ군 아버지는 또 ㄴ군과 자신에 관한 추측을 두고 “아들은 이종격투기를 한 적 없고 권투만 했다. 저도 소방고위직이 아닌 평범한 소방공무원이며 아들의 큰아버지도 형사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항소심 기각 소식을 안내받지 못했다는 ㄷ씨의 주장과 관련해서는 “항소재판부에서는 피해자 쪽 변호사에게 항소기일도 통지했다”고 말했다.

ㄴ군 아버지는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청원 글을 두고 “아들이 잘못을 안 했다는 게 아니다. 백번 잘못한 게 맞고 피해자께서도 억울 한 게 많을 거다. 다만 사실과 다른 정보가 퍼지다 보니 사실이 아닌 내용만 적어 올린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민제 기자 summer@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사회 많이 보는 기사

전광훈 ‘지갑’ 6개 벌리고 극우집회…“연금 100만원 줍니다” 1.

전광훈 ‘지갑’ 6개 벌리고 극우집회…“연금 100만원 줍니다”

하늘이 영정 쓰다듬으며 “보고 싶어”…아빠는 부탁이 있습니다 2.

하늘이 영정 쓰다듬으며 “보고 싶어”…아빠는 부탁이 있습니다

‘윤석열 복귀’에 100만원 건 석동현…“이기든 지든 내겠다” 3.

‘윤석열 복귀’에 100만원 건 석동현…“이기든 지든 내겠다”

검찰, 김정숙 여사 ‘외유성 출장’ 허위 유포 배현진 불기소 4.

검찰, 김정숙 여사 ‘외유성 출장’ 허위 유포 배현진 불기소

‘장원영’이 꿈이던 하늘양 빈소에 아이브 근조화환 5.

‘장원영’이 꿈이던 하늘양 빈소에 아이브 근조화환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