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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노동자 죽게한 기업에 책임을” 기업처벌법 요구하며 모인 유가족들

등록 2019-02-20 20:35수정 2019-02-20 21:15

산재 일으킨 기업주에 3년 이상 유기징역
2017년 고 노회찬 의원이 대표발의했지만
국회 법사위서 논의조차 안된 채 계류 중
“책임 강화해 또 다시 죽는 사람 없어야”
20일 오후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 배움터에서 ‘유가족과 함께하는 기업처벌법 이야기 마당’이 열렸다. (왼쪽부터) 반올림 대표이자 고 황유미씨의 아버지 황상기씨, 제주 현장실습생으로 숨진 이민호군 아버지 이상영씨, 원진산업재해자협회 위원장 박민호씨, 고 이한빛 피디 동생 이한솔씨, 태안화력발전소에서 사고로 숨진 김용균씨 어머니 김미숙씨가 고개를 숙이고 묵념하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20일 오후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 배움터에서 ‘유가족과 함께하는 기업처벌법 이야기 마당’이 열렸다. (왼쪽부터) 반올림 대표이자 고 황유미씨의 아버지 황상기씨, 제주 현장실습생으로 숨진 이민호군 아버지 이상영씨, 원진산업재해자협회 위원장 박민호씨, 고 이한빛 피디 동생 이한솔씨, 태안화력발전소에서 사고로 숨진 김용균씨 어머니 김미숙씨가 고개를 숙이고 묵념하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1.

황상기 씨의 딸 황유미 씨는 삼성전자 반도체공장 노동자로 일하다 2007년 스물셋의 나이에 백혈병으로 숨졌다. 아버지 황씨는 딸이 일하던 공장의 화학약품이 딸을 죽였다고 생각하고 삼성전자에 산업재해 신청을 했다. 하지만 삼성은 황유미 씨의 죽음이 ‘직업병’이라는 사실을 인정하지 않았다. 삼성 관계자는 500만원을 주면서 “이것 밖에 없으니, 이걸로 끝내자”고 했다. 치료비가 급했던 아버지 황씨는 그 돈을 받았다. 황상기 씨는 아직도 그 때만 생각하면 분한 마음이 든다. 치료를 받으려면 산재 보상이 필요한데, 삼성은 피해자들이 산재 인정을 받지 못해게 늘 방해해왔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황씨는 “노동자가 병들게 하고 죽게하는 이런 곳은 그 기업이 감당하기 힘들 만큼의 처벌을 꼭 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관련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2.

이상영씨의 아들 이민호군은 2017년 18살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제주시 용암해수음료업체 ‘제이크리에이션’에 현장실습을 나간 상황이었다. 아들 이민호군은 생수공장에 목과 몸이 제품 적재기 프레스에 눌리는 사고를 당했다. 아들의 선임자는 5일간 함께 일하다가 소리소문 없이 떠났고 아들은 혼자 일하던 중이었다. 현장실습 학생의 사고로 교사만 징계를 받았다. 현장 관리감독 책임이 있는 사업주는 재판이 진행 중이다. 아버지 이상영씨는 “(1심 재판부는 사업주에게) 징역 2년,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고 사업주는 감옥에 가지고 않았다”며 “사고가 났을 때 두 번 다시 회사가 기사회생 못할 정도로 벌금을 내게 하던지, 사업주에게 최소한 5년 이상의 실형을 살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20일 오후 3시께 국가인권위원회 배움터에 산업재해로 가족을 잃은 유가족이 모였다. 산재 사망의 책임을 기업에게 물리는 ‘중대재해 기업처벌법(이하 기업처벌법) 제정을 요구하기 위해서다. 이날 열린 ‘유가족과 함께하는 기업처벌법 이야기마당’에는 삼성 반도체 백혈병 사망자 고 황유미씨의 아버지 황상기씨, 고 이민호군의 아버지 이상영씨, CJ E&M 조연출 고 이한빛 피디의 동생 이한솔씨 그리고 태안화력발전소 사고로 숨진 고 김용균의 어머니 김미숙씨가 참석했다. 이들은 자신들처럼 가족을 잃는 일들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길 바란다며 기업처벌법 제정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고 이한빛 피디의 동생 이한솔씨는 “형의 자살 이후 부모님들은 회사에 항의조차 하지 못하고 6개월간 조용히 사전 조사를 했다. 그 과정에서 ‘형이 나약해서 죽은 것이다’라는 이야기를 회사로부터 듣기도했다”며 “회사와 협상하며 싸우는 기간 동안 이 일이 쉽지 않다는 사실을 경험했고, 이런 고통을 겪는 유가족을 위해서 관련 법이 꼭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한빛 피디는 2016년 비정규직을 착취하는 드라마노동 현실을 두고 괴로워하다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이날 마지막 발언자는 70일 전 태안화력발전소 사고로 아들 김용균씨를 떠나보낸 어머니 김미숙씨였다. 김씨는 어렵게 사고 당일의 상황을 털어놨다. 김씨는 “영안실에서 아이의 시신을 자세히 살펴보려는데 병원관계자가 자세히 보지 말라고 만류했다. 받아들이기 힘든 상황이었다”며 “열악한 노동 환경에서 우리 아들 용균이가 그렇게 처참한 일을 당했다. 중대재해 기업처벌법을 만들어 책임져야할 사람들이 책임질 수 있게 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중대재해 기업처벌법은 고 노회찬 의원이 2017년 4월께 대표발의한 법안이다. 4.16연대, 민주노총, 노동 안전 관련 단체들이 모여 마련한 법안으로, 이를 원안 그대로 노 의원이 수용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사업주나 법인 또는 기관의 경영책임자가 산업안전보건법을 위반하거나, 안전조치 및 보건조치 의무를 위반해 종사자, 이용자 또는 그 밖의 사람이 숨지게 된 경우 3년 이상의 유기징역 또는 5억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는게 이 법안의 골자다. 현재 이 법안은 국회 법사위에 계류중이다. 앞서 지난18일 문재인 대통령과 면담한 고 김용균씨의 어머니 김미숙씨 역시 이 법의 제정을 요구한 바 있다.

이정규 기자 j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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