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서울시가 청년수당에 대한 정부의 직권취소 조치에 항의하는 대형 펼침막을 서울시청 외벽(왼쪽 사진)에, 정부가 서울 세종로 정부종합청사 외벽에 정부 입장을 알리는 펼침막을 내걸었다. 김명진 기자 liittleprince@hani.co.kr
최근 서울시가 ‘조건 없는 청년기본소득’을 지급하는 정책실험을 검토한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청년정책을 둘러싼 논쟁이 다시 불붙고 있다. 근로능력이 있는 청년을 지원하는 게 맞냐, 무조건 현금을 주는 방식이 적절하냐. 2016년 서울시가 ‘청년수당’ 제도를, 성남시가 만 24살 청년에게 연간 100만원을 지급하는 ‘청년배당’ 제도를 시행한다고 했을 때와 비슷한 논쟁이다. 서울시 청년수당 제도의 성과와 함께 논란이 된 청년기본소득에 대해서도 각각 다른 기사로 짚어본다.
서울에 거주하는 청년에게 월 50만원 지급. 서울시가 2016년부터 시행 중인 ‘청년수당’ 제도와 최근 논란이 되는 ‘청년기본소득’(조건 없는 청년수당) 제도는 언뜻 봐서는 비슷하게 보인다. 하지만 둘은 전혀 다른 정책이다.
청년수당은 부모의 소득, 미취업 상태 등을 따져 대상자를 선정한다. 돈을 어디에 사용했는지도 보고해야 한다. 하지만 청년기본소득에는 조건이 없다. 서울에 사는 청년이라면 누구에게나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기본소득을 ‘권리’로 보장해주자는 취지다. 기존 서울시 청년수당보다는 성남시가 2016년부터 시행 중인 청년배당에 가깝다. 청년기본소득이 ‘조건 없는 청년수당’으로 불리며 논란이 확산되자, 서울시는 “정책실험을 제안받은 사실은 있으나 아직 검토 단계”라고 밝혔다.
서울연구원과 공동연구로 ‘청년기본소득 정책실험’을 설계한 민간연구소 랩2050의 구상은 청년기본소득 월 50만원을 지급하는 집단(1600명)과 지급하지 않는 집단(800명)을 나눠서 2년간 기본소득을 지급해본 뒤에 정책 효과를 검증해보자는 것이다. 실업자 2천명에게 2년간 기본소득(월 72만원)을 지급하는 핀란드의 실험과 유사한 방식이다. 이 정책실험에는 연간 100억원 정도가 든다. 만약 실험이 아니라 경기도 청년배당처럼 만 24살이라는 특정 연령을 정해서 1년간 월 50만원씩 지급하려면 연간 8천억~9천억원이 필요하다. 이원재 랩2050 대표는 “중앙정부의 청년 일자리 예산은 선별적이기 때문에, 청년에게 안정성을 주지 못하는 기존 정책에 대한 보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새로운 청년정책의 좌표가 필요하다는 점에는 사회 전반의 공감대가 모아지고 있다. 지난 22일 대통령 직속 정책기획위원회 주최로 열린 ‘포용국가와 청년정책’ 토론회에서는 청년 1인 가구가 늘어나고, 결혼이나 출산을 꿈꾸지 않는 청년이 급증하는 상황에서 기존 일자리 중심의 정책만으로는 청년들의 욕구에 부응할 수 없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날 발제를 맡은 전효관 전 서울시 혁신기획관은 “청년들의 다양성과 자기결정권을 존중하는 방향으로 청년정책의 패러다임이 변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그는 청년기본소득 정책실험에 대해서는 “기본소득은 새로운 국가 어젠다로서 중앙정부가 설계하고, 서울시 같은 지방정부는 소득·관계 등 다차원적 빈곤을 겪고 있는 청년들에게 수당뿐만 아니라 각종 지원 프로그램을 촘촘하게 결합한 안전망을 제공하는 편이 낫다”고 말했다.
황예랑 기자
yrcomm@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