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에서 내려다본 서울 용산구 효창공원 전경. 백범, 삼의사, 임정 요인 묘역과 의열사 앞을 거대한 효창운동장이 가로막고 있다. 김봉규 선임기자 bong9@hani.co.kr
3·1운동과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을 앞두고 26일 문재인 대통령이 참배한 서울 용산구 효창공원(효창원)은 정부가 국가 차원의 예우가 이뤄지는 ‘독립운동기념공원’으로 조성하기로 결정한 곳이다. 임정 요인 등 조국 해방에 삶을 바친 독립운동가들이 묻힌 효창공원은 대한민국의 정체성을 상징하는 공간이기 때문이다. 문 대통령이 이날 이곳을 참배한 것은 ‘임시정부의 법통을 계승한’ 대한민국의 정통성을 분명히 하려는 의지 표명으로 풀이된다.
효창공원 묘역에는 독립운동가 7명이 안치돼 있다. 임시정부의 김구 주석과 이동녕 주석, 차리석 비서장, 조성환 군무부장 그리고 윤봉길, 이봉창, 백정기 의사가 그들이다. 안중근 의사 유해가 봉환되면 안장하기 위해 1946년 김구 선생이 주도해 마련한 가묘(빈묘)도 있다.
애국선열의 묘소가 몰려 있지만 지금까지 국가 차원의 예우는 이뤄지지 않았다. 이에 뒤늦게 문재인 정부가 이곳의 역사적 의미를 인정하고 분단과 독재 정권을 거치며 훼손된 애국열사 묘역을 국가공원으로 승격하기로 했다. 지난해 효창공원을 대한민국 정체성을 상징하는 국가 차원의 민족·독립공원으로 바꾸자는 <한겨레>의 제안과 관련해 국가보훈처가 같은 해 8월 효창공원을 국가가 관리하는 독립운동기념공원으로 조성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정부는 현재 용산구가 근린(동네) 공원으로 관리하는 이곳을 국가가 직접 관리하고, 이승만 정권이 독립운동가들의 묘역을 훼손하기 위해 만든 효창운동장 철거를 추진하기로 했다. 다만, 정부는 현재 효창공원에 조성된 묘역 외에 독립운동가 묘역을 추가로 조성하지는 않을 방침이다. 보훈처는 기획재정부와 문화재청 등 관계 부처와 협의해 올해 안으로 연구용역을 마무리할 예정이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독립운동기념공원 조성에 속도를 내야 한다고 주문한다. 김희곤 안동대 사학과 교수(경상북도독립운동기념관장)는 “조국 독립을 위해 희생한 애국선열의 위상을 재정립하고 그들이 추구한 독립정신을 바로 세우기 위해 속히 효창공원을 국가 차원의 추모공원으로 조성해야 한다. 임시정부 100주년인 올해가 적기”라고 말했다.
효창공원의 현재 법적 지위는 ‘사적’이자 ‘공원’이다. 이곳엔 독립운동가 묘역과 무관한 시설들이 곳곳에 들어섰다. 이승만·박정희 정권이 항일운동가 묘역을 훼손하기 위해 설치한 것들로, 효창운동장이 대표적이다. 독립운동가 묘역은 관중 1만8천여명을 수용할 수 있는 2만7641㎡(8360평) 규모의 효창운동장으로 가로막혀 있다. 이승만 대통령이 정적이던 김구를 억누르기 위해 지은 것이다.
일본군 장교 출신인 박정희 전 대통령이 훼손한 흔적도 있다. 1969년 백범 묘역에서 북쪽 30m 거리에 세운 ‘북한 반공투사 위령탑’과 1972년에 지은 대한노인회 중앙회 건물, 대한노인회 서울시연합회 건물(옛 신광학원 도서관) 등이다.
김경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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