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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개학연기 유치원들, 일방적 문자 통보에 가짜 유튜브 뉴스까지 퍼날라

등록 2019-03-04 11:41수정 2019-03-06 17:57

학부모들 “뒤통수 맞은 기분” SNS에 글 올려 ‘부글부글’
한국유치원총연합회가 개학 연기 투쟁에 나선 4일 오전 서울 도봉구 한 유치원의 문이 굳게 닫혀 있다.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한국유치원총연합회가 개학 연기 투쟁에 나선 4일 오전 서울 도봉구 한 유치원의 문이 굳게 닫혀 있다.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전화도 아니고 달랑 문자 한통. 전화해서 이해해달라고 해도 이해할까 말까인데….”

‘무기한 개학연기’를 강행한 사립유치원 단체 한국유치원총연합회(한유총) 소속 유치원들이 학부모들에게 이 사실을 문자 메시지로 통보하면서 ‘당분간 전화통화는 어렵다’고 말하는 등 ‘갑질’을 했다는 증언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속속 올라오고 있다.

휴일에 갑작스레 전해진 개학연기 소식에 학부모들은 “입학 전날 일방적인 통보라니, 갑질 아닌 갑질을 하는 태도에 분노한다”, “무기한 입학 연기라는 문자 한통 달랑 받고선 멍, 당황, 화남 계속 반복” 같은 반응을 보였다. 경기 용인시에서 6살 아이를 키우는 ‘워킹맘’이라는 학부모 ㄱ(37)씨는 트위터 메시지를 통해 “지난 1일 유치원 앱 쪽지로 개학연기 공지가 날아왔다. 이후 3일 오후 유치원에서 ‘특별돌보미반을 운영한다’고 다시 공지해 특별돌보미반을 이용하기로 했다”며 “전처럼 좋은 얼굴로 선생님들이나 원장님을 볼 마음이 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유치원의 일방통행식 태도는 ‘문자 통보’로 끝나지 않았다. 한 학부모가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올린 유치원 개학연기 통보 문자를 보면 “특히 맞벌이 부모님께 더더욱 죄송하다”면서도 “유치원은 담임과 원(장)은 당분간 통화가 안 된다”고 되어 있다. 이에 해당 학부모는 유치원에 답장을 보내 “일방적인 개학연기 통보와 연락이 되지 않을 것이라는 문자 내용을 보고 나서 그동안 유치원에 대한 진심 어린 신뢰를 의심하게 됐다”며 입학 취소를 요청했다고 밝혔다. 또 다른 학부모 역시 개학연기 통보를 받은 뒤 유치원에 문자 메시지를 보내 “앞으로도 아이를 볼모로 같은 일이 반복될까 걱정되는 마음에 입학 취소를 신청한다”고 말했다고 자신의 에스엔에스에 썼다.

실제로 유치원에 전화했지만 통화가 되지 않았다는 증언도 나왔다. 경기 수원시 영통구에 산다는 한 학부모는 지역 주민 카페에 글을 올려 “유치원비는 개학 일주일 전부터 다 받아가 놓고 대책도 없이 막무가내로 ‘휴업은 정당한 권리이다’ 내세우며 토요일에 문자 보내놓고 연락도 안 받는다”며 답답함을 토로했다.

유치원들이 개학연기를 통보하면서 한유총의 일방적인 주장을 장문으로 보내온 점 역시 학부모들의 분노를 샀다. 유치원들은 유아교육법 시행령이 적용되면 학부모의 유치원 선택권이 없어지고 교육 과정이 획일화되며 셔틀버스 기사의 사소한 교통법규 위반에도 학기 중 유치원이 폐쇄될 수 있다는 등의 내용을 학부모들에게 전송했다. 한 유치원은 “사립학교법 개정안은 사립유치원을 몰수하는 것”, “(정부가) 미끼 주고 사립유치원을 덫에 걸리게 한 것” 등의 내용이 담긴 유튜브 우파 뉴스 채널 링크를 학부모에게 보내기도 했다. 이에 한 학부모는 교육부가 만든 ‘유치원 가정통신문 허위사실 팩트체크’ 카드뉴스를 자신의 에스엔에스에 올리고 “유아 학비 신청 여부까지 확인하더니만 연휴에 개학연기 문자 보내 완전 뒤통수를 맞은 기분이다. 이번 기회에 교육부가 확실히 잡고 넘어가길 바란다”고 썼다.

아이 3명 학부모 이경미(39)씨는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한유총이 유치원을 사유 재산이라고 주장할 거면 국가 보조는 받지 말아야 하는데, 국가 보조는 따로 받고 진짜 운영 비용은 또 학부모에게 받는다”며 “이렇게 두 번 배를 채우는 건 말이 안 된다”고 말했다.

특히 맞벌이 부부들은 유치원에서 개학연기 문자를 받은 직후부터 걱정이 컸다. ‘도와줄 사람이 근처에 없는 육아독립군 워킹맘’이라고 자신을 소개한 한 학부모는 “주말 내내 전전긍긍했다”며 “다행히 유치원이 입학 연기를 알리는 문자를 보냈다가 취소하기를 반복하더니 원래대로 입학식을 하기로 했다”며 그간의 마음고생을 자신의 에스엔에스에 올렸다.

갑작스러운 개학 연기에 유치원 교사 역시 본인 자녀를 유치원에 보내지 못할까 걱정이라는 황당한 답변을 들었다는 학부모도 있다. 대구 달성군에 산다는 한 학부모는 지난 3일 지역 주민 카페에 글을 올려 “2일에 개학연기 문자 통보를 받고 어이도 없고 황당해서 유치원 선생님께 연락하니 선생님도 당장 월요일에 본인 자녀를 유치원에 못 보내서 걱정이라고 말했다”고 밝혔다.

문제는 유치원의 ‘갑질 아닌 갑질’에도 마땅한 대안이 없는 학부모들은 여전히 유치원 눈치 보기에 바쁘다는 점이다. 유치원에 간다고 들떠있는 아이 모습을 보며 눈물을 흘렸다는 학부모도 있었다. 한 학부모는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글을 올려 “(아이가 다니던 유치원이) 우리 아이를 사람이 아니라 돈으로 보는 곳이었나”라면서도 “그런 곳 보내지 말라고 말은 쉽지만 내 일이 되어보면 쉽지 않다. 현실적인 대안이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유진 오연서 이준희 이정규 기자 yj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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