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2월 김용균 태안화력 비정규직 노동자 사망사고 현장조사에서 한 노동자가 탄을 치우기 위해 좁은 틈으로 진입을 시도하는 모습을 재연하고 있다. 컨베이어 벨트 곳곳을 확인하기에는 실내 밝기도 어둡다. 태안화력 시민대책위 제공
지난해 12월 김용균씨가 석탄 운송 설비 컨베이어벨트에 끼여 숨진 한국서부발전 태안화력발전소에서 또 하청업체 소속 노동자가 기계에 끼여 크게 다치는 사고가 발생했다. 다행히 김씨가 숨진 뒤 ‘2인 1조 근무’ 원칙이 제대로 지켜져 목숨은 구할 수 있었지만, 설비 개선 등 근본적인 안전대책이 마련되지 않으면 ‘제2의 김용균’은 언제든 나올 수 있다는 우려가 사실로 확인된 셈이다.
4일 <한겨레>가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우원식 의원실을 통해 받은 ‘한전산업개발 운전원 협착사고 보고서’를 보면, 이날 오후 2시10분께 태안화력발전 2호기에서 현장운전원 윤아무개(47)씨가 설비 점검을 하던 중 보일러에 석탄을 채우는 이동식 장비인 ‘트리퍼’를 피하려다 몸이 기계에 끼이는 사고를 당했다.
김용균씨의 죽음을 세상에 알린 이태성 발전비정규직연대회의 간사는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사고를 당한 노동자는 현재 쇄골뼈와 갈비뼈 5개 등이 부러지는 등 크게 다쳐 중환자실에 입원한 상태”라며 “발전기 1기당 석탄을 저장하는 공간인 ‘사일로’가 6개 있는데, 그 사이를 이동하며 석탄을 채우는 ‘트리퍼’를 피하려다 비좁은 통로에서 몸이 끼여 사고가 난 것”이라고 전했다.
이번 사고는 ‘2인 1조 근무’ 원칙이 지켜진 덕분에 사망사고로 이어지지 않았다. 윤씨가 기계에 몸이 끼인 직후 함께 점검을 나온 동료가 기계 작동을 멈추는 ‘풀코드’(비상정지장치)를 당겨 장비를 멈춰 세웠기 때문이다. 혼자 근무를 하다 안전조처를 해줄 사람이 없어 죽음에 이른 김씨의 사고 때와 달라진 점이다. ‘2인 1조’ 수칙이 얼마나 중요한지 보여주는 대목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번 사고 역시 발전소에서 사고 발생 직후 따라야 할 매뉴얼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고 직후 윤씨가 몸을 움직이는 것을 확인한 회사 쪽은 그를 병원에 바로 보내지 않고 2시간여 동안 사고 보고서 작성을 위해 부상 상태를 사진 촬영하는 등 시간을 끌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선담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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