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전차 기술을 터키에 수출하는 사업 과정에서 무기중개상으로부터 거액의 뒷돈을 받아 챙긴 예비역 장성 등이 재판에 넘겨졌다.
서울중앙지검 외사부(부장 예세민)는 케이(K)2 전차 기술 수출 과정에서 편의를 봐주는 대가로 터키 무기중개상 ㄱ으로부터 8억4천만원의 뇌물을 받은 혐의로 예비역 준장 고아무개씨를 수뢰후부정처사 혐의로 불구속기소했다고 7일 밝혔다. 또 케이9 자주포 성능개량사업 관련 납품 과정에서 같은 무기중개상과 납품업체들로부터 20억5천만원을 받아 챙긴 옛 삼성테크윈(현 한화테크윈) 임원 김씨를 배임수재 혐의로 재판에 넘겼다.
조사결과 고씨는 2008년 터키 주재 무관 재직 시절 케이2 전차 기술의 터키 수출 지원 업무를 하던 중 ㄱ의 부탁으로 방위사업청장의 사전 허가도 없이 터키와 케이2 전차 기술 수출계약을 체결하도록 방산업체인 현대로템㈜과 방사청 공무원들을 종용했다. 방위사업관리규정(방사청 훈령)을 보면 국방과학기술을 수출할 경우 기술을 보유한 기관이나 업체는 기술 수출 전에 방위사업청장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고씨는 그 대가로 전역(2009년 1월) 직후 자기 부인 명의로 페이퍼컴퍼니를 설립해 ㄱ으로부터 2009년부터 3년간 매달 2만 달러씩 72만 달러(우리 돈 약 8억 4천만원)를 수수했다고 한다. 중대 현안 때문에 이례적으로 장성급 무관을 배치했더니 국익은 내팽개치고 자기 호주머니만 채웠던 셈이다.
옛 삼성테크윈 임원 김씨 역시 ㄱ으로부터 케이9 자주포 성능개량사업과 관련해 방사청 등 공무원들에게 청탁을 해주는 대가로 2009∼14년 120만 달러(우리 돈 13억 5천만원)의 뒷돈을 받아 챙긴 것으로 조사됐다. 그는 또 납품업체 두 곳으로부터 부품납품 대가로 자기 부인이 해당 회사의 직원인 것처럼 가장하는 방식으로 각각 2억5천만원과 4억5천만원을 받아 챙겼다.
은밀하게 이뤄졌던 고씨와 김씨가 덜미를 잡힌 것은 지난 2016년 세계를 떠들썩하게 했던 조세회피처 유출자료 ‘파나마 페이퍼스’가 실마리가 됐다. 파나마 페이퍼스 스캔들은 세계 각국의 부유층과 권력층이 역외 기업을 통해 재산을 빼돌렸다는 내용을 담은 파나마 법률회사 ‘모색 폰세카’의 내부 문건 1150만건이 유출되면서 불거졌다.
처음 이 자료를 입수한 독일 언론 <쥐트도이체차이퉁>은 너무나 방대한 분량 탓에 <국제탐사보도언론인협회>(ICIJ)와 협업, 1년여 동안의 분석을 거쳐 2016년 4월 전 세계에 만연한 조세회피 실태를 낱낱이 공개했다. 한국에서는 <뉴스타파>가 이 자료를 받아 추적 분석해 보도했다. 이후 관세당국이 관련자들의 외국환거래법 위반 혐의를 조사했고, 검찰은 지난해 1월 세관에서 자료를 넘겨받아 수사를 벌여왔다. 김양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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