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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후쿠시마 원전사고 8주기…“핵발전소 이제 그만“ 탈핵대회 열려

등록 2019-03-09 18:54수정 2019-03-09 18:59

“정부, ‘탈핵’ 선언했지만 여전히 신고리 5·6호기 건설…
미세먼지 줄이려면 원전? ‘가짜뉴스’에 불과” 비판
9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 8주기 행사위원회’ 주최로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 8주기 탈핵대회 ‘가로질러, 탈핵’이 열리고 있다. 연합뉴스
9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 8주기 행사위원회’ 주최로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 8주기 탈핵대회 ‘가로질러, 탈핵’이 열리고 있다. 연합뉴스
대전 유성구에 사는 이경자(52)씨는 4년 전 자신의 집에서 5km 떨어진 한국원자력연구원에 고준위 핵폐기물인 사용후 핵연료봉 1699개가 보관돼있다는 사실을 알았다. 태어나 평생을 살아온 고향이 ‘안전하고 깨끗한 첨단과학도시’라고 여겼던 자부심이 깨지는 순간이었다. 그 무렵 10년간 원자로에서 사용돼 방사능에 오염된 구리·납·알루미늄 등이 어떠한 안전조처 없이 고물로 팔렸다는 소식이 들렸다. 8년 전 일본 후쿠시마 원전 방사능 누출 사고를 ‘남 일’로 생각했던 이씨는 이제 “내가 사는 도시가 ‘거대한 핵폐기장’”이라고 말한다.

2011년 3월11일 일본 도호쿠(동북) 지방을 덮친 후쿠시마 원전사고 8주기를 맞아 시민 300여명이 참여한 가운데 희생자들을 추모하고 탈핵정책을 지지하는 집회가 열렸다.

환경운동연합, 종교환경회의 등 57개 단체로 구성된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 8주기 행사위원회’는 9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 8주기 탈핵대회 ‘가로질러, 탈핵’을 개최했다.

이날 행사에 참여한 이씨는 “대전은 이제 한국에서 가장 위험하고 또 위험한 도시가 됐다”며 “핵발전소가 폐기되지 않는 한 한국원자력연구원 같은 기관은 또 생길 것이고, 고준위 핵폐기물이 쌓이는 한 핵재처리 실험은 중단되지 않을 것이다. 한국에서 핵발전소가 가동되는 한 핵연료봉 생산은 계속될 것이다”라고 정부의 신속한 탈핵정책 이행을 촉구했다.

탈핵정책을 지지하는 정당인들의 발언도 이어졌다. 신지예 녹색당 공동운영위원장은 “문재인 정부가 탈핵기조를 선언했지만, 고리원전 1호기와 월성 1호기만 가동이 중단됐을 뿐 신고리 3·4호기는 여전히 운영 중이고 신고리 5·6호기도 건설이 계속되는 등 실제 정부가 탈핵정책을 시행하고 있다고 보기 어렵다”며 “더욱이 자유한국당은 이러한 사실을 정반대로 주장하며 미세먼지를 줄이기 위해 원전을 더 지어야 한다는 ‘가짜뉴스’를 퍼뜨리고 있다”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이날 집회에선 “신고리 5·6호기 위법이다, 핵발전소 이제 그만” “핵 말고 안전, 핵 말고 평화” “지금 당장 탈핵, 가로 질러 탈핵” 등의 구호가 나오기도 했다.

앞서 이날 참가자들은 오전 11시께 여의도 국회 앞을 출발해 광화문광장까지 ‘3·11 탈핵나비 퍼레이드’를 벌였다. 참가자들은 평화를 상징하는 노란색 나비날개 모양의 소품과 방독면, 방재복 등 핵시설 원전 노동자의 의상을 입고 행진하며 ‘핵 없는 평화’를 외쳤다.

후쿠시마 원전사고는 지난 2011년 3월11일 일본 도호쿠(동북) 지방을 관통한 9.0 규모의 대지진과 쓰나미로 인해 후쿠시마 제1원전의 방사능이 누출된 사고로 1979년 미국 스리마일 원전사고, 1986년 옛소련 체르노빌 원전사고와 함께 세계 3대 원전사고로 꼽힌다. 후쿠시마 현립 의과대학의 연구 결과를 보면, 이 대학 병원에서 2010년 대비 2012년 백내장 환자가 227%, 협심증 157%, 뇌출혈 300% 등으로 크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나 원전사고가 지역 주민들의 건강에 악영향을 끼친 것으로 조사됐다.

선담은 기자 s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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