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두환 전 대통령이 1995년 12월2일 서울 연희동 자택 앞에서 핵심측근들과 경호원에 둘러 싸인 채 검찰 수사에 응하지 않겠다는 대국민성명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5·18 광주민주화운동과 관련해 사자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전두환씨가 11일 재판을 받으러 광주로 간다. 전씨가 법정에 서는 것은 1996년 반란(내란)수괴·내란·내란목적살인 등 13개 혐의로 1심에서 사형을 선고받은 지 23년 만이다. 전씨의 광주행엔 경찰이 동행한다.
서울서대문경찰서는 “검찰과 협의 끝에 11일 오전 8시30분께 전씨가 서대문구 연희동 자택을 출발해 광주지방법원에 출석할 때까지 형사 2개 팀이 동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강력팀 소속 형사 10명과 서대문경찰서 형사과장 등 모두 11명이 승합차 2대에 나눠타고 광주까지 전씨가 탄 승용차를 뒤따라간다. 이 외에 평소 전씨를 경호하는 경찰 인력도 함께 움직인다. 전씨의 재판은 이날 오후 2시30분 광주지법 201호 법정에서 열린다. 전씨의 부인 이순자씨가 법정에서 전씨 옆에 동석할 예정이다.
11일 아침 전씨 집 앞은 매우 혼잡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날 아침 7시30분께 보수단체 회원 수백명이 ‘광주재판 반대’ 집회를 열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경찰 관계자는 “아침 집회 상황에 따라 (형사팀 말고도) 경비 인력이 더 투입될 수 있다”고 밝혔다.
자택을 나온 전씨가 별도의 말을 남길지에도 관심이 쏠린다. 1995년 검찰로부터 소환 통보를 받은 전씨는 소환 예정일이었던 12월2일 연희동 자택 앞에서 조사에 불응하겠다는 ‘골목 성명’을 발표하고 경남 합천 고향마을로 내려가 버렸다. 검찰은 곧바로 법원에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했고 이날 밤늦게 영장이 발부됐다. 다음날 새벽, 5촌 조카 집에 머물다 구속된 전씨는 안양교도소로 압송됐다. 당시 전씨는 ‘골목 성명’에서 “이 나라가 지금 과연 어디로 가고 있고 또 어디로 가고자 하는지에 대한 믿음을 상실한 채 심히 비통한 마음으로 이 자리에 섰다”면서 “12·12, 5·17, 5·18 등의 사건과 관련하여 내가 할 수 있는 최대한의 답변을 한 바 있고 검찰도 이에 의거하여 적법 절차에 따라 수사를 종결한 바 있다”고 강변한 바 있다. 5·18 학살에 대한 일말의 반성 없이 검찰 수사를 ‘정치보복적 행위’라며 규정하기도 했다. 11일 아침에도 이와 비슷한 주장을 반복할 경우 더 큰 논란이 예상된다.
전씨는 2017년 4월 낸 회고록에 5·18 당시 계엄군의 헬기 사격을 증언한 고 조비오 신부에 대해 ‘파렴치한 거짓말쟁이’라고 써 조 신부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지난해 5월3일 불구속 기소됐다. 지난해 8월27일 첫 공판기일을 앞두고는 부인인 이순자씨가 남편이 알츠하이머에 걸렸다며 불출석 의사를 밝혔고, 지난 1월7일 재판에서도 독감을 이유로 출석하지 않았다. 광주지법 형사8단독 김호석 판사는 전씨가 지난 1월7일 오후 재판에 출석하지 않고 법률 대리인을 통해 “독감 고열로 무리하게 출석할 수 없었다”고 밝히자, 3월11일로 공판기일을 다시 잡은 뒤 “또다시 불출석할 경우 강제구인하겠다”고 밝혔다. 광주지법은 당시 바로 3월11일 유효기간으로 전씨에 대한 구인영장을 발부했다. 전씨는 지난 7일에서야 변호인을 통해 자진출석 의사를 밝혔다.
이유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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