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서울 광장에서 열린 ‘런 아미 인 액션’에 참가한 ‘아미’ 5기 회원들. 공식응원 도구인 ‘아미밤’을 들고 있다. 민윤기는 방탄소년단 맴버 슈가(SUGA)의 본명이다.
“3포세대? 5포세대? 그럼 난 육포가 좋으니까 6포세대. 언론과 어른들은 의지가 없다며 우릴 싹 주식처럼 매도해”
그룹 방탄소년단의 노래 ‘쩔어’가 10일 오전 11시 서울시청 앞 서울광장을 가득 채웠다. 광장에 설치된 대형스크린에서 뮤직비디오가 흘러나왔고, 영상 속에선 흰셔츠에 검은 넥타이를 한 7명의 맴버가 노래에 맞춰 격렬한 춤을 췄다. 관광객들은 발길을 멈추고 카메라를 들었다. 지나가던 시민들도 모두 스크린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임시로 설치된 광장 출입구엔 100여명의 ‘아미(ARMY)’ 회원들이 줄지어 서있었다. ‘아미’는 방탄소년단 공식 팬클럽이다. 이들은 뮤직비디오 속 맴버들의 움직임 하나하나에 환호했다.
이날 오후 3시, 서울 광장에선 ‘런 아미 인 액션’(Run Army In Action)이란 행사가 열렸다. 이번 행사는 지난달 22일 시작된 ‘아미피디아(ARMYPEDIA)’라는 팬 이벤트의 일환이다. 아미피디아는 방탄소년단 공식팬클럽 이름 ‘아미’와 온라인 백과사전 ‘위키피디아(Wikipedia)’의 합성어로, 팬들이 직접 방탄소년단과 함께 2080일의 기억을 모아 방탄소년단 백과사전을 만든다는 취지다. 큐알코드는 2080일 중 하나의 날짜와 연결돼 있는데, 팬들이 누리집과 세계 각지에 있는 큐알코드를 찾아 이를 스캔하고 문제를 풀면, 해당 날짜에 사진·영상 등을 등록할 수 있다. ‘2080’은 방탄소년단 데뷔일인 2013년 6월13일부터 아미피디아 시작일인 2019년 2월21일까지 2080일로, 이날 서울광장에서도 팬들은 10여개의 큐알코드 문제를 풀었다.
‘방탄 없는 방탄소년단 행사’였지만 팬들은 오히려 그 점에서 자부심을 느꼈다. 서울에서 온 신지윤(15)양은 “아미가 많이 와서 뿌듯하다”면서 “아미는 원래 단합력이 강하기로 유명하다”고 했다. 함께 온 김현지(15)양도 “방탄소년단 없이 아미끼리 해낸 것이 대단하다”면서 “많은 아미들이 와서 행복하다”고 말했다. 대부분이 10대 팬들이었지만 나이가 많은 팬도 있었다. 김아무개(67)씨는 “오늘 비티에스(BTS·방탄소년단 약자) 팬들이 행사를 한다고 해서 왔다”면서 “나이는 많지만 나도 방탄소년단 팬”이라고 말했다.
아미 5기 회원이 아니거나 티켓을 받지 못한 팬들은 장외에서 응원전을 펼쳤다.
팬들은 행사 시작을 기다리는 동안 즉석에서 직접 이벤트를 열기도 했다. 한 팬이 “여기 이벤트 해요. 다섯명이요!”하면 주위에 있던 팬들이 우르르 달려와 줄을 섰다. 그러면 선착순으로 5명까지 스티커나 방탄소년담 맴버들의 얼굴이 담긴 사진을 나눠줬다. 이벤트 주최자와 단체 가위바위보를 해 살아남은 승자들이 스티커를 받아가기도 했다. “양심적으로, 양심적으로. 진 사람은 손 내려주세요” 서로가 갖고 있는 사진이나 스티커를 교환하는 모습도 곳곳에서 눈에 띄었다.
‘장외 이벤트’는 이날 정오 행사 입장이 시작되면서 끝났다. 대형 스크린에서 방탄소년단 뮤직비디오가 본격적으로 상영됐기 때문이다. 영상에서 맴버들의 얼굴이 나올 때 마다 환호소리가 광장을 가득채웠다. 방탄소년단의 ‘디엔에이’(DNA)라는 곡이 나올 땐 콘서트 현장을 방불케 했다. 팬들은 평소 음악방송 등에서 외쳤을 약속된 응원멘트를 함께 외쳤다. 노래 중간중간 “비티에스 비티에스 비티에스!”라는 응원과 함께 절도있게 공식응원 도구 ‘아미봉’을 흔드는 모습은 팬클럽 이름 아미처럼 잘 훈련된 ‘군대’를 방불케 했다.
일요일 오후 음악방송 녹화현장이 아닌 시청광장을 가득 채운 아이돌 팬들은 시민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지나가던 시민들은 발걸음을 멈추고 저마다 한마디씩 거들었다. 한 시민은 “이거 이수만, 이수만이 하는 거지?”라며 말을 보탰다가 아미들의 눈총을 사기도 했다. 이수만씨는 그룹 엑소(EXO) 등이 속한 에스엠엔터테인먼트 대표다. 방탄소년단은 방시혁씨가 대표로 있는 빅히트엔터테인먼트 소속이다.
평소 시청광장을 자주 찾는다는 허무(78)씨도 모여든 아미에게서 눈을 떼지 못했다. 허씨는 “시청광장에서 이런 행사를 여는 건 처음 봤다”면서 “나쁘게 보는 건 아니지만, 세대 차이가 나서 그런지 솔직히 이해하긴 어렵다”고 말했다. 허씨는 한참 동안 자리를 떼지 못하고 행사를 지켜봤다.
이날 행사에는 주최측 추산 1만여명의 아미가 참여했다. 1시간 가량 진행된 행사에서 팬들은 앞뒤가 각각 하얀색과 보라색으로 된 부채를 들고 스크린에서 나오는 문제를 풀었다. 보기 2개가 주어지면 정답에 해당하는 색깔에 맞게 부채를 머리 위로 들어 보이는 방식이었다. 팬들은 ‘노 모어 드림’(No More Dream)이란 곡에서 ‘정국이 엄마에게 간다고 한 곳은?’ 이란 문제에선 정답인 독서실에 해당하는 보라색을 함께 들었다. 팬들을 ‘멘붕’하게 하는 문제도 있었다. ‘상남자’라는 곡 뮤직비디오에서 유일하게 셔츠 단추를 하나도 잠그지 않은 맴버를 맞추는 문제에선 곳곳에서 탄식이 나오기도 했다.
아미피디아는 22일 한 달 동안의 이벤트를 정리한다. 23일부터는 서울 마포구 문화비축기지에서 두번째 팬 이벤트가 진행될 예정이다.
글·사진 이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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