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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사법농단 몸통’ 임종헌 “공소장은 검찰발 미세먼지 신기루”

등록 2019-03-11 12:53수정 2019-03-11 16:44

서울중앙지법서 임 전 차장 첫 공판 열려
“변호인보다 먼저 발언하겠다”며 발언 쏟아내
사법행정권 남용으로 구속된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이 지난해 10월 28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에서 조사를 받기 위해 조사실로 향하고 있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사법행정권 남용으로 구속된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이 지난해 10월 28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에서 조사를 받기 위해 조사실로 향하고 있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공소장에 켜켜이 쌓인 검찰발 미세먼지에 의해 만들어진 신기루에 매몰되지 말고, 명경지수와 같은 마음으로 공정하고 충실하게 심리해주십시오.”

‘사법농단 몸통’으로 지목돼 자신의 재판에 처음으로 모습을 드러낸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이 검찰을 겨냥한 듯한 작심 발언을 쏟아냈다. 임 전 차장은 이날 “제가 법원행정처 시절 일했던 것이 ‘사법행정권 남용’이니 ‘사법농단’이니 평가돼 기소까지 되며 사법부에 큰 누를 끼쳤다는 생각에 비통하다”면서도 “양승태 사법부가 재판거래와 재판관여를 일삼는 사법 적폐 온상으로 치부돼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사법농단 사태는 검찰이 만든 ‘가공의 프레임’에 의해 ‘침소봉대’ 됐다는 논리다.

11일 서울중앙지법 형사36부(재판장 윤종섭)는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등의 혐의로 기소된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의 첫 공판을 열었다. 이날 임 전 차장은 뿔테 안경을 쓴 채 푸른 색 수의를 입고 처음으로 법정에 출석했다. 지난해 11월 기소된 지 117일 만이다. 피고인석에 앉아 이병세 변호사와 이야기를 주고 받고 소송 관련 서류를 직접 챙겨보거나 무언가를 메모하는 등 재판 과정 전반을 꼼꼼히 챙기는 모습을 보였다. 특히 임 전 차장은 검찰의 공소사실 인정 여부에 관해 발언할 차례가 되자 자신이 변호인보다 앞서 발언하겠다고 먼저 재판부에 요청했다.

자리에서 일어선 임 전 차장은 에이포(A4)용지에 적어온 자신의 의견을 10분여간 또랑또랑한 목소리로 읽어내려가기 시작했다. 임 전 차장은 박근혜 행정부와 사법부 간의 유착 의혹, 재판 개입 의혹을 강력하게 부인했다. 그는 “재판 독립은 절대로 양보할 수 없는 가치이지만, 사법부와 사법부 독립이라고 해 국가기관과 관계를 단절하며 ‘유아독존’ 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사법부 위해 원만한 관계를 설정하고 상호간 이해와 협조를 구하는 역할을 행정처가 담당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검찰이 주장하듯 사법부가 재판거래를 통해 정치권력과 유착했다는 것은 사실이 아닌 ‘가공의 프레임’이라는 것”이다.

이어 임 전 차장은 “(재판 개입혐의를 받는 문건은) 행정처 내부에서 중요한 문제를 내부적으로 공유하면서 여러 가지 방안을 ‘브레인 스토밍’하듯 아이디어 차원에서 검토하고 작성한 것에 불과하다. 어느 조직이나 단체에서 능히 할 수 있는 내부 검토에 불과한 것으로 ‘일기장’과 비슷하다”고 말했다.

임 전 차장측은 검찰의 공소사실 중 일부는 사법행정권을 일탈·남용한 것이라 볼 수 있어도, 형법상 직권남용죄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논리를 폈다. 같은 혐의 등으로 기소된 양승태 전 대법원장측과 같은 취지의 주장이다. 임 전 차장은 “직권남용 혐의의 경계선을 어떻게 볼 것인가 하는 것이 이 사건의 핵심이다. 검찰의 의견은 재판에서 수용될 수 없고 수용되서도 안 된다고 생각한다. 그에 대해 판단하고 경계선을 긋는 것은 재판부의 몫”이라며 재판부에 대한 ‘당부의 말’도 덧붙였다.

임 전 차장측은 10분 간의 ‘작심 발언’을 하면서 각종 비유를 끌어다쓰기도 했다. 임 전 차장은 늙은 노인이 젊은 여인의 젖을 물고 있는 모습을 그린 서양의 고전 명화 페테르 루벤스의 ‘시몬과 페로’를 언급했다. 그는 “처음 접한 사람은 포르노라고 하고 어떤 사람은 성화라고 한다. 그러나 노인과 여인은 아버지와 딸 사이다. 포르노가 아닌 성화다. 피상적으로 보이는 것만으로 그림을 판단할 수 없다”고 말했다. 임 전 차장이 자신의 처지를 빗댄 이 그림은 아버지 시몬이 감옥에 갇혀 굶겨 죽는 벌을 받게 되자 면회를 간 딸 페로가 아버지를 살리려고 몰래 모유를 먹이는 장면을 묘사한 것이다.

이날 오전 재판은 임 전 차장에 대해 검찰이 공소사실 요지를 한 시간 넘은 시간을 들여 설명했고, 차례로 임 전 차장과 변호인이 이에 대한 의견을 진술했다. 재판은 오후 공판에서 이어진다. 고한솔 기자 so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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