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흥집 전 강원랜드 사장이 권성동 자유한국당 의원의 강원랜드 채용 청탁 혐의에 대한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강원랜드와 지역사회 현안이 있을 때 도움을 받기 위해 채용 청탁을 들어 주었다”고 인정했다.
최흥집(69) 전 사장은 서울중앙지법 형사22부(재판장 이순형) 심리로 11일 열린 권성동(59) 의원의 공판에서 권 의원이 직접 강원랜드 채용을 부탁하고, 지역 현안에 도움을 준 사실이 있다고 증언했다. 이날 재판은 오전 10시에 시작해 저녁 7시가 넘도록 이어졌다. 최 전 사장은 채용 비리 혐의로 지난 1월 1심에서 징역 3년을 선고받은 바 있다.
검찰 신문에서 최 전 사장은 2012년 말 강원랜드 교육생 채용 당시 권 의원의 청탁 명단을 전달받은 뒤 직접 통화한 사실도 인정했다. 교육생 1차 선발 기간 중 권 의원이 전화로 “교육생이 정규직은 아니네” “잘 챙겨달라”는 말 등을 했다고 증언했다. 이 시기 최 전 사장은 권 의원과 친분이 있는 강원랜드 전 아무개 본부장으로부터 10명의 이름이 적힌 청탁 명단을 받았다고도 했다. 이에 대해 권 의원 쪽 변호인이 “권 의원에게 청탁을 받았다면 권 의원과 가까워질 수도 있는 기회인데 그런 적이 있나”라고 묻자 최 전 사장은 “그때는 그런 청탁이 많아서 생색낼 것도 없었다”고 답했다.
최 전 사장은 강원 지역 새누리당 의원들에게 지역 내 사안과 관련해 도움을 받았다는 사실도 인정했다. 최 전 사장은 재직 당시 입장료 인상과 워터월드 사업, 카지노 증설 등 주요 현안 해결을 위한 도움을 받았다고 했다. 그러면서 “강원지역에 새누리당 의원 9명이 있었고, 그중에서도 권 의원에게 많이 부탁했고 도움도 받았다”고 밝혔다. 검찰이 강원랜드 대외동향보고 문건을 제시하며 입장료 인상을 위한 개별소비세 인상과 관련해 “권 의원이 기재부 세제과장에게 직접 전화해 개소세 인하 비협조 시 기재위 법안에 협조하지 않을 수 있다고 말한 사실을 알고 있느냐”고 물었더니 “보고를 받았다”고 답했다.
강원랜드 채용과 관련해 부정 청탁과 업무방해, 제3자 뇌물수수,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혐의를 받는 자유한국당 권성동 의원이 4일 오전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위해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2018.7.4 연합뉴스
2013년 권 의원이 자신의 비서관 김아무개씨의 채용을 청탁한 점도 인정했다. 최 전 사장은 권 의원이 “‘비서관 챙겨주십시오’라고 말한 것이 기억난다”고 했다. 최 전 사장은 “춘천지검 조사 당시엔 현직 의원들에게 누가 될 것 같아 진술하지 않았다”라며, 강원랜드 채용비리 관련 수사단의 조사를 받을 때에야 권 의원 등으로부터 청탁을 받은 사실을 진술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장예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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