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짬] 불가리아 출신 유학생 키추코바 마르가리타
마르가리타는 지난 1월30일 ‘3·1 100주년 위원회’에서 ‘100년 서포터스’ 위촉장을 받았다.
한국학중앙연구원 정치학과 석사과정
“이승만은 민주주의 지도자로서 잘못” “동학혁명 공부하다 대장 ‘김구’ 발견”
‘3·1운동 100년 서포터스’로도 뽑혀
18일부터 중국내 ‘임정루트 탐방’ 나서 “외국 사람들은 이승만에 대해서는 이름이라도 들어서 알고 있는데 김구에 대해서는 잘 모르거든요. 임시정부를 끝까지 이끈 김구 선생에 대해서 제대로 알고 이를 불가리아에 소개하고 싶어서 지원하게 됐어요.” 그는 조선후기 실학사상에 대해 흥미를 느끼다 동학혁명을 알게 되었고, 동학군 지휘한 김구 선생에게 ‘꽂혔다’며, 이승만 전 대통령에 대해선 조심스럽게 비판적인 의견을 내놓았다. “책에는 여러 의견이 나와 있지만 제가 보기에 이승만은 민주주의 지도자로서는 잘못한 점이 많다고 생각해요.” 마르가리타씨가 지금처럼 한국을 속속들이 알게 된 것은 학부에서 한국학을 전공하면서부터다. 그는 불가리아에서 가장 오래된 국립 소피아대학의 한국학과를 졸업했다. “한국학과는 1995년에 만들어졌어요. 한국인 교수와 불가리아 교수들로 이뤄져 있는데 매년 15명의 신입생을 뽑았으니까 4년생까지 전체 60여명 정도가 재학하죠. 저도 처음에는 한국과 중국, 일본이 역사와 문화에서 다 비슷한 나라들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필수과목인 한국사 외에 선택과목으로 중국·일본사 수업을 들으면서 그 차이를 알게 됐죠.” 가끔은 고향 음식이 그립다는 그가 좋아하는 한국 연예인은 배우 이종석이다. 그가 나온 드라마나 영화도 좋았지만 정작 ‘인생 한국영화’로 꼽은 것은 <국제시장>이다. “불가리아 극장에서도 <국제시장>을 무료로 볼 수 있었거든요. 가족들과 함께 봤는데 가난과 전쟁 속에서 가정을 지키려고 한 아버지의 삶에 감동 받았어요.” 그는 올초 ‘3·1 100주년 위원회’에서 전국민을 상대로 모집한 ‘100년 서포터스’로 뽑혀 3·1운동 알리는 일에도 앞장서고 있다. “100주년을 맞아 3·1운동이 보여준 평화와 인권의 의미를 제대로 복원하면 불가리아처럼 한반도도 통일될 날이 오지 않을까요.” 3·1운동을 비롯해 한국의 독립운동사에 눈길을 뗄 수 없는 이유가 온전히 한국학 연구자의 사명 때문은 아니다. 그는 고난의 한국사에서 불가리아의 아픈 역사를 본다고 했다. “일제강점기를 보면 불가리아와 정말 비슷한 거예요. 일본이 자신들의 종교인 신도(神道)를 한국인들에게 강요한 것처럼 투르크족이 불가리아 사람들에게 이슬람교를 믿도록 했거든요. 또 일본이 한국여성들을 위안부로 만들었듯이 투르크족도 불가리아 여성들을 괴롭혔어요.” 마르가리타가 참여하는 임정루트 탐방 프로그램은 오는 23일까지 5박6일간 상하이·항저우·중칭(중경) 등 중국 내 임시정부 청사의 이동경로를 따라 진행된다. 이번 임정 현장 탐방에는 문체부 국민소통실에서 운영하는 ‘대한민국 정책기자단’ 10명과 ‘3·1운동 100년 서포터스’ 20명이 참가한다. 독립운동가 후손부터 마르가리타와 같은 외국인, 유명 역사 유튜버, 일반 청년들까지 다채로운 이력의 참가자들이 함께 한다. 이들은 현장을 돌아보며 임정 수립 100주년의 의미를 되새기고 이를 현재적 가치에 담아낸 다양한 콘텐츠를 제작할 예정이다. 국적을 떠나 마르가리타와 같은 청년 세대의 시각으로 재해석한 임정의 이야기가 기대되는 이유다. 오승훈 기자 vin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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