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바이오로직스의 고의 분식회계(회계사기)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분식회계의 동기’인 삼성그룹 경영권 승계 과정을 정조준하고 나섰다.
이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부장 송경호)는 15일 삼성바이오 상장 때 규정을 개정하는 등 특혜를 제공한 것으로 의심되는 한국거래소를 이틀째 압수수색했다. 전날엔 삼성그룹 컨트롤타워인 옛 미래전략실(미전실) 출신 관계자들의 사무실을 압수수색했다. 지난해 6월 이후 8개월 동안 사법농단에 집중됐던 서울중앙지검 특수부 수사력이 이제 삼성바이오 관련 의혹 규명에 집중되는 모양새다. 검찰 관계자는 이날 압수수색과 관련해 “추가로 수사가 진전된 부분이 있다. 그 부분이 법원에서 소명돼 영장을 발부받아 집행한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검찰은 지난해 12월 삼성바이오와 자회사인 삼성바이오에피스, 삼정·안진 등 회계법인 4곳을 압수수색했다. 검찰은 그 뒤 석달가량 진행된 압수물 분석 및 관련자 조사를 통해 옛 미전실이 삼성바이오와 긴밀히 소통하며 분식회계를 진두지휘한 단서를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삼성바이오 분식회계가 없었다면 2015년 7월 제일모직(옛 에버랜드)이 삼성물산을 1 대 0.35의 비율로 흡수합병할 수도 없었고, 2016년 11월 삼성바이오가 유가증권 시장에 상장될 수도 없었을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검찰은 특히 분식회계가 이뤄진 2014~15년 당시 삼성바이오가 자산보다 부채가 많은 자본잠식 상태에 가까웠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금융감독원이 감리 과정에서 확보한 삼성바이오 내부 문건에도 “(콜옵션을) 부채로 반영 시 로직스는 자본잠식 예상” 등의 내용이 나온다.
검찰은 이날 거래소 압수수색을 통해 삼성바이오 상장 당시 관련 서류 등을 대거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향후 삼성바이오가 개정된 상장규정조차 충족하지 못했던 것을 거래소가 알고 있었는지, 삼성의 로비나 정치권의 압력은 없었는지 등을 살펴볼 계획이다. 검찰은 또 거래소가 지난해 12월 삼성바이오의 상장폐지 여부를 심사할 당시 ‘2016년 상장 때 삼성바이오의 부채비율이 300%가 넘는 점을 논의하지 않은 점’ 등 졸속심사 의혹도 들여다볼 예정이다.
앞서 증권선물위원회는 삼성바이오가 2011년 미국 바이오젠과 함께 삼성바이오에피스를 설립한 뒤 2014~15년에 이 회사를 종속회사로 편입하고 다시 관계회사로 바꾸는 과정에서 4조5천억원 규모의 회계사기를 저질렀다고 판단해 검찰에 고발했다.
검찰의 이번 수사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으로 향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건희 삼성 회장이 급성심근경색으로 입원한 뒤 이뤄진 삼성물산 합병 및 삼성바이오 상장의 최대 수혜자가 이 부회장이기 때문이다. 합병 당시 삼성바이오의 대주주는 제일모직(46.79% 보유)이었고, 제일모직의 대주주는 이 부회장(23.23% 보유)이었다.
김양진 임재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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