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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1919한겨레] “조선이 독립했단 게 사실이오?”

등록 2019-03-18 07:17수정 2019-03-18 08:28

만세꾼 돋보기│총독부 부역자들의 촌극
항간에선 “윌슨 대통령이 비행기 타고 온다” 헛소문
총감부 찾아 “장성한 조선을 독립시켜 주시오” 주장한 이들도

<편집자 주> 올해는 3·1운동과 대한민국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입니다. 역사적인 해를 맞아 <한겨레>는 독자 여러분을 100년 전인 기미년(1919)의 오늘로 초대하려 합니다. 살아 숨쉬는 독립운동가, 우리를 닮은 장삼이사들을 함께 만나고 오늘의 역사를 닮은 어제의 역사를 함께 써나가려 합니다. <한겨레>와 함께 기미년 1919년으로 시간여행을 떠날 준비, 되셨습니까?

지난 1일부터 전국 각지에서 만세운동이 열렬히 전개되면서 만세꾼들과 총독부 간에 진풍경이 벌어지고 있다. 그 가운데서도 흥미있는 사연들을 모아서 독자들에게 소개한다.

◇12일 경성 경무총감부에는 경기도 양주 농부와 경성 상인이라고 밝힌 두 남성이 방문하여 총감부의 일본 관헌들을 당황케 한 사건이 있었다. 이 둘은 “중대한 청이 있다”며 총감부 문을 두드렸는데 그 요청이란 다음과 같다. “부모는 아이가 성장하면 장가를 보내 빨리 자립할 수 있도록 해준 다음에 안심하는 법입니다. 일본은 부모이고 조선은 자식이므로 일본은 조선에게 빨리 독립이라는 아내를 갖게 해주시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합니다.”

허나 관헌이 수긍할 리 없을 터. “아직 시집보내는 것은 빠르다”고 소리를 지르자 양인은 “부모가 빠르다면 어찌할 도리가 없지요. 아이고, 아이고” 하며 절을 하고 물러났다는 소식이다. “만세”의 ‘만’자만 들어도 총검을 빼드는 시국에 별일없이 물러나온 것이 천만다행한 일이다.

◇민초들이 이처럼 궐기하는 와중에 한때 위정자라 불렸을 앞잡이들의 사리분별은 우스운 지경이다. 각 지역의 조선인 군수들은 하세가와 총독의 유고를 읽어주며 만세꾼들에게 훈수를 놓으려다 두들겨 맞는가 하면 강제로 끌려나와 도리없이 ‘만세’를 부르고 있다. 경기도의 한 조선인 군수는 독립선언 격문에 놀라 총독부에 전화를 걸어 “조선이 독립했다고 하는데 사실입니까”라고 묻는 촌극을 연출했다는 소식도 전해진다.

◇운동이 번지면서 만세꾼들 사이에는 터무니없는 소문이 퍼지는 경우도 왕왕 있다. “미국 대통령 윌슨이 비행기를 타고 조선에 올 것”이라는 등의 소문이다. 어린아이들마저도 들떠서 이같은 소리를 떠들고 다니는 모양이다. 허나 윌슨 대통령은 우리에게 아무것도 약속한 일이 없다. 독립은 타국의 원조에 의하여서 단박에 가능한 일이 아닐 터. 파리강화회의에 도착한 우리 대표의 외교활동이 전개될 터이니 하루이틀에 목매지 말고 진득하게 만세를 부를 때이다.

△참고문헌

윤소영, <일본신문 한국독립운동기록집: 3.1 운동편>(독립기념관 한국독립운동사연구소·2009>

‘조선 소요사건의 개황’, <독립운동사자료집6> (독립기념관 한국독립운동사연구소·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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