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영업 약탈자들-①창업 컨설팅의 실체]
입사 첫날 고객 속일 메뉴얼 주며
“권리금 낮출수록 수수료 커진다”
하루 200통 이상 무조건 전화 작업
“사기꾼 되지 않으면 못 벌어”
편집자주>한국은 사실상 세계 1위 자영업 국가다. 대략 한해 100만여명이 새로 창업하고, 80만여명이 폐업한다. 고용 규모로 보면 대기업 몇곳이 매년 생겼다 사라지는 셈이다. 이 거대한 창업 시장의 회로를 돌리는 ‘신흥 엔진’이 ‘창업컨설팅’이란 이름의 산업으로 존재한다. ‘권리금’이라는 연료를 태워 돌아가는 이 신흥 엔진은 자영업자들의 소박한 꿈과 정직한 땀마저 함께 갈아넣어 삼켜버린다. 자영업자에게 기생해 번성하는 컨설팅의 세계를 3차례에 걸쳐 깊이 들어가본다.
서울의 한 창업컨설팅 업체 사무실 모습. 남녀 모두 반드시 정장을 입어야 한다. 손님들이 고품질의 서비스를 받고 있다는 인상을 주기 위해서다. 사진 장나래 기자 wing@hani.co.kr
나이도, 학력도 묻지 않았다. 관련 경력이 전무한 ‘초짜’였지만 입사 하루 만에 ‘과장님’이 됐다. 직원이 200명 넘고, 서울 강남 역세권 오피스 빌딩에 200평 넘는 번듯한 사무실도 있었다. 채용 공고에는 4대 보험 되는 정규직에 연봉은 5천만~8천만원이라고 했다. 그야말로 ‘꿈의 직장’이었다.
팀장이 일대일 면접에서 업무 내용과 연봉 체계를 설명했다. 창업컨설턴트의 수입 구조는 단순하다. 점포 매매 계약이 이뤄지면 양쪽 자영업자로부터 건당 수수료를 받는다. 적게는 2천만원에서 많게는 5천만원 이상이다. 컨설턴트는 대체로 계약금액의 10%가량인 200만~500만원을 인센티브로 챙긴다.
채용 공고와 달리 정해진 월급은 없다. 입사 첫달은 50만원, 이후 두달 100만원의 정착지원금을 준다. 4대 보험도 없다. 계약 건당 인센티브를 받는 ‘프리랜서’다. 팀장은 “능력에 따라 번다. 많이 벌면 억대 연봉도 쉽게 가져간다. 처음엔 계약이 어려우시니까 정착지원금을 주는 것”이라고 했다.
입사 첫날 오전에 신입 교육을 받았다. “우리가 하는 일을 무기중개상이라고 생각하면 이해가 쉬워요. 무기를 실제로 가지지는 않았지만 정보를 파는 일이죠. 변호사가 성공보수를 받는 게 우리로 치면 수수료예요. 대형 법무법인과 함께 일하기 때문에 계약서에도 미리 대비를 해두어서 문제 될 일은 전혀 없어요.” 창업컨설팅은 고부가가치를 창출하는 비즈니스일 뿐, 불법은 아니라는 내용이었다. 팀장은 10여년 전부터 높은 수수료 문제와 공인중개사 자격 유무로 법정 다툼을 벌였지만 아무 문제 없었다며 걱정하지 말라 안심시켰다.
그렇게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창업컨설턴트가 됐다. 옆자리 선배는 “권리금 2억짜리 가게를 8개월 만에 무권리로 후려쳤다”는 무용담으로 상견례를 시작했다. 이후에도 “권리금을 낮추면 낮출수록 수수료를 많이 뗄 수 있다”는 말을 매일 귀에 딱지가 앉도록 들었다. 계약이 없으면 월급도 없는 구조에서 직원들은 누가 시키지 않아도 수수료가 큰 계약에 목숨을 걸 수밖에 없었다. 먼저 양도양수 할 ‘내 점포’를 구해야 했다. 왕도는 없었다. 일일이 매장에 전화를 돌려 매매 의사를 물었다. 콜센터 직원으로 착각할 정도로 온종일 전화기를 붙들고 살았다. 회사 벽에는 ‘진짜 돈을 벌고 싶으면 통화를 하라’는 문구가 걸려 있었다. 행여 전화하고 있지 않으면 상사가 바로 눈치를 줬다. 하루 200통 이상 전화 할당제가 있어 밤늦게 퇴근하는 일이 다반사였다.
전화로 팔 매장을 구하는 작업을 ‘매물화’라고 한다. 매물화 작업은 신분을 속이는 ‘사칭’으로 시작한다. 알바 노동자만 근무하는 매장에서 점주의 번호를 알아내기 위해서다. 포스(판매정보관리시스템) 업체, 주류회사, 타 지점 점주, 세무사, 커피 원두 공급 업체 등 주인 번호를 따는 ‘10가지 사칭 매뉴얼’을 받았다. “같은 프랜차이즈 ○○점 점주입니다. 사장님하고 긴히 상의할 게 있어서 연락드렸습니다. 직접 말씀드려야 하니까 핸드폰 번호 좀 알려주세요.” 그런데 하필 전화를 받은 매니저가 ○○점 점주와 아는 사이여서 사칭이 들통나 망신을 당했다. 회사는 “그럴수록 당당해야 한다. 걸리면 ‘센 언니’처럼 받아치라”고 가르쳤다. 사칭 작업을 능숙하게 해줄 ‘거짓말 매뉴얼’을 더 숙지하란 당부와 함께 “어차피 그 사람들은 다 가게를 팔고 싶어 한다는 걸 잊지 말라”고 했다.
점주와 연락이 닿으면 그때부턴 ‘심리전’이다. 빨리 팔되 권리금도 많이 받고 싶은 점주의 이중성이 공략 지점이다. 권리금 산정에 명확한 근거는 없다. 컨설턴트의 월급이 되는 수수료와 팔려는 사람의 권리금은 반비례 관계다. 권리금이 내려갈수록 수수료는 올라간다. 팀장은 “감으로 차차 알게 될 것”이라며 “어차피 주 고객인 양수인은 우리 수수료를 모르고 양도인은 계약할 때나 알게 된다. 당당하게 하라”고 했다.
권리금을 누르는 가장 손쉬운 방법은 가짜 손님을 만드는 것이다. 존재하지도 않는 손님을 내세워 지금 바로 가게를 살 것처럼 연기한다. 선임은 “가령 매장이 강남구에 있다고 하면 ‘지금 송파에 사시는 남자 손님이 회사에 와 계시는데, 거리 때문에 강남 쪽 매장만 원하시네요’ 이렇게 구체적으로 말해 진짜 손님으로 믿게 해야 한다”고 교육했다. “손님이 지금 바로 계약하려는데 돈이 조금 부족한 척” 애달프게 연기를 해줘야 한단 것이다. 한번 후려쳐진 권리금은 다시 올라가지 않는다.
그래도 권리금을 낮출 기미가 없으면 반협박을 시작한다. “이런 점포 요새 누가 삽니까. 내놓으신 지 1년 다 돼가시잖아요. 파신다고 소문만 나고 있는데 절대 이 가격엔 못 팔아요. 그럼 장사 계속하시든가요. 빚만 더 느시는 거죠.” 이때 중요한 건 정보 우위를 과시하는 건방짐이다. 입사하자마자 ‘과장’이라는 직함을 준 이유도 여기에 있다. 점주와의 심리전에서 지지 말고, 점주 위에 올라서라는 것이다. 팀장은 “어차피 계약은 우리가 우위를 가져야 하는 것”이라며 “반협박이 먹히지 않는 매장은 ‘블랙리스트’로 구별하라”고 지시했다. 이렇게 반협박이 먹혀 점주의 불안감이 커지면 이른바 ‘달래기’ 작업을 시작한다. “점주님 몇달째 적자만 보시는데, 이번 겨울에 더 떨어지기 전에 어떻게든 파셔야 하잖아요. 권리 조금만 낮추시면 제가 제대로 도와드릴게요. 제가 오래 뵀는데 이러다 나중엔 아예 권리도 못 받고 나오실까 봐 걱정돼서 그래요.”
이 작업이 끝나고 권리금을 더는 낮출 수 없을 만큼 다 눌렀단 판단이 들면 비로소 손님을 붙인다. 손님을 붙일 때는 ‘우리 계산’으로 수익을 짜 맞춘다. 월평균 매출을 확인하고 인건비, 카드수수료, 세금 등 필수적인 금액을 누락하거나 축소해 수익을 부풀린다. 장사 경험이 있는 사람들은 ‘우리 계산’의 허위를 금방 알아채니 “여윳돈으로, 월 순익만 보고 장사를 시작할 사람, 귀가 얇은 사람을 먼저 공략”해야 한다.
손님은 주로 업체에서 운영하는 창업사이트의 허위 매물을 보고 연락해 온다. 연락해 온 손님은 무조건 사무실로 부르는 게 원칙이다. “장나래 과장님, 손님 오셨습니다. 2번 회의실입니다.” 안내 직원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주변에서 “오” 하는 소리와 박수가 쏟아졌다. 각 팀의 내방 결과는 달마다 벽에 붙여 공개한다. 고객이 내방하게 하는 것을 ‘고객 기죽이기’라고 부른다. 강남 한복판에 있는 번듯한 사무실 브이아이피(VIP)룸에서 안내데스크 직원들이 음료와 필요한 서류를 준비해주고, 정장을 차려입은 컨설턴트가 매물을 설명해주는 상황에 압도되면 나중에 고액의 수수료를 쉽게 용인하게 된다는 것이다.
고객은 초보냐 아니냐에 따라 ‘상태 좋은 구매자’와 ‘빠꼼이’로 분류된다. 업계에 빠삭한 빠꼼이는 기피 대상이다. 초보 창업자이면서 귀까지 얇으면 최적화된 대상이다. 코인노래방 광고를 보고 문의해 온 박정민(가명)씨가 그랬다. 주변에서 자영업으로 ‘대박’ 친 친구를 보고 본인도 해보고 싶다는 말을 해서 ‘귀 얇음’과 ‘상태 좋음’으로 분류됐다. 하지만 팀에는 코인노래방 매물이 없었다. 다른 팀에서 가지고 있는 매물을 가져다 팔 수도 있지만 그럼 절반의 수수료를 떼 줘야 한다. 자신의 매물을 자신의 고객에게 파는 이른바 ‘더블’을 해야 수수료 100%를 모두 가진다. 무조건 우리 매물을 팔기 위해서 뜬금없지만 박씨에게 독서실을 추천했다. 과거 이력을 조사해 “학원을 했었으니 연관 업종인 독서실 운영이 코인노래방보다 낫다”고 조언했다. “최근 브랜드 독서실이 뜨고 있고, 교육 사업은 늘 호황”이라는 전문가적 트렌드 분석도 곁들였다.
다음 단계는 추천한 매장을 직접 보여주는 것이다. 최고급 승용차로 손님을 정성껏 모신다. 이때는 이른바 ‘뷰가 죽이는’ 시간을 잘 선택하는 것이 중요하다. 손님이 가장 많이 몰리는 시간을 확인해 우연인 척 그때 방문하는 것이다. 신규 점포(업종을 바꾼 가게)라면 길가에 사람이 가장 많은 시간대를 선택한다. 신입 교육에서 팀장은 “창업자들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서는 무조건 ‘뷰’가 좋아야 한다”며 “뷰가 계약을 결정하는 가장 큰 심리적 요인”이라고 주입했다.
매장을 본 손님이 마음에 들어 해도 계약 도장을 찍는 순간까지 작업은 계속된다. 소위 ‘입단속’이 틀어지면 언제든 계약은 무산될 수 있다. 입단속은 여러 차원에서 이뤄진다. 매물화 단계에서는 양도인이 부동산이나 경쟁 컨설팅 업체에 내놓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 “부동산 여기저기 내놓으시면 안 팔리는 데라고 소문나서 더 안 나가요. 저희가 조용히 팔아드릴 테니까 다른 데 내놓지 마세요.”
다음 단계는 양도인과 양수인이 계약 도장을 찍기 전까지 서로 만나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다. ‘깜깜이 계약’을 위해서다. 거의 모든 계약에서 서로에게 고지되는 금액이 다르고, 매물화 작업을 거친 ‘권리금’이 얼마인지는 도장을 들고 오는 계약 당일에야 알려준다. 고액의 수수료를 알게 될 경우, 공인중개사를 끼고 직접 계약하려 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성공한 계약은 수수료의 크기에 따라 4단계로 평가받는다. 가장 낮은 엘(L)은 1500만원 이하, 엠(M)은 1500만~2500만원, 엔(N)은 2500만~3500만원, O(오)는 3500만원 이상 수수료를 받은 계약이다. 전체의 33%를 회사에 내고 남은 금액의 70%를 팀장에게 떼 줘야 하는 구조여서 ‘엘’ 등급 계약은 고생만 하고 실속은 없다는 평을 받는다. ‘엠’과 ‘엔’은 기본은 한 정도고 ‘오’는 모두의 부러움을 샀다. 등급에 따른 계약 결과는 월별 순위가 매겨져 게시판에 공개되고, 저조한 팀은 일명 ‘나공팀’(나머지 공부 팀)으로 분류돼 밤 9시까지 연장 근무를 하는 ‘벌칙’을 받았다.
함께 입사한 동기들은 크게 두 부류였다. 먼저, 자책감에 시달리는 유형. 가게를 열 돈을 모으기 위해 창업컨설턴트를 택했다는 이하나(가명·33)씨는 “사기꾼이 되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는 회사라 자꾸 작아지는 느낌을 받는다”며 “부모님이 자영업을 하시는데 이런 식으로 당했다는 생각이 들면 분통스러워 참을 수가 없다가도 일단 돈을 한푼이라도 벌고 나가야 하니까 같은 짓을 하고 있다”고 괴로워했다. 이씨는 입사 10일 만에 퇴사했다. 반면 높은 수수료에서 가능성을 찾는 직원도 있었다. 영업 일만 7년 넘게 해왔다는 조인수(가명·35)씨는 “창업컨설팅은 영업 중에서 가장 수수료가 센 직군”이라며 “정수기, 자동차 판매 등 영업 쪽에서는 안 해본 일이 없었는데 수수료로만 따지면 비교가 안 될 정도”라고 했다. 그는 오늘도 억대 연봉을 향한 강한 열정을 불태우고 있다.
장나래 김완 기자 wing@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