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 복무를 피하기 위해 청력을 일시적으로 마비시켜 장애가 있는 것처럼 꾸민 뒤 진단을 받아 실제 병역을 면제받은 이들이 무더기로 적발됐다.
병무청(청장 기찬수)은 전 국가대표 사이클 선수와 인터넷 게임방송 진행자 등 병역 대상자 7명이 브로커 이아무개(32)씨의 도움을 받아 고의로 청력을 마비시켜 장애진단서를 발급받는 수법으로 실제 병역을 면제받거나, 면탈을 시도한 사실을 적발했다고 19일 밝혔다. 브로커 이씨는 지난 2011년 같은 수법으로 병역을 면제 받았고, 이후 지인이나 인터넷 동호회 등에서 만난 사람들에게 병역 면제 수법을 알려준 뒤 돈을 받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은 장애 진단을 받기 직전 병원 주차장에 세워둔 차 안에서 자전거 경음기, 응원용 나팔에 귀를 대는 방식으로 청각을 일시적으로 마비시킨 뒤 곧바로 병원 진단을 받아 장애판정을 받았고, 결국 군 복무를 면제받았다. 브로커 이씨는 인터넷 동호회 회원, 동생 친구, 지인 등에 접근해 병역면제 수법을 알려주고 실제 청력 마비를 위한 도구를 전달하는 대가로 최소 800만원에서 5000만원을 받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브로커 이아무개(32)씨가 병역 면탈 수법을 알려 준 이는 모두 7명이다. ① 이씨는 인터넷 자동차 동호회에서 당시 국가대표 사이클 선수 ㄱ(31)씨를 알게 됐고, ㄱ씨에게 1500만원을 받는 대가로 청력 장애 진단을 받아 군 복무를 면제받을 수 있는 방법을 알려준 혐의를 받고 있다. 실제 ㄱ씨는 2015년 초 브로커 이씨가 알려준 수법으로 청력장애 진단을 받았고 병역 면제 판정을 받았다.
이 외에도 브로커 이씨는 자신의 선배, 동생 등 3명을 통해 병역 면탈을 원하는 이들을 소개 받았다. 그 중에는 현재 인터넷에서 게임방송을 진행하고 있는 ②25살 ㄴ씨도 있었다. 그는 브로커 이씨에게 5000만원을 주고 병역 면탈 수법을 전달 받았다. 다만 병역 면탈을 시도하던 중 병무청 특별사법경찰에 적발돼 면제 판정을 받지는 못했다. 브로커 이씨의 동생이 소개한 ③25살 ㄷ씨는 브로커 이씨에게 800만원, 그를 소개해 준 이씨 동생에게 500만원을 준 뒤 이씨한테서 같은 수법의 병역 면탈 방법을 전수받았고 실제 병역면제 판정을 받았다. 브로커 이씨는 자신의 또 다른 동생이 소개한 ④ㄷ(26)씨, ⑤ㄹ(26)씨에게 같은 수법을 전수했고 그 대가로 각각 800만원, 1200만원을 받아 챙겼다. ㄷ씨는 병역 면탈을 시도하던 중에 수사 중이던 경찰에 병무청 특별사법경찰에 적발됐고, ㄹ씨는 병역면제 판정을 받았다. 브로커 이씨는 자신의 ⑥⑦지인 2명에게도 같은 수법을 전달해 이들이 병역면제를 받도록 한 혐의를 받고 있다.
병무청은 장애가 있는 것처럼 꾸며 허위 진단서를 발급받고, 그 진단서를 악용해 병역면탈을 시도해 병역면제 판정을 받은 이들과 시도하던 중 적발된 이들, 그리고 이씨와 함께 면탈 과정을 도운 이씨의 동생 및 선배 3명을 공범으로 보고 이들 모두에게 병역법 위반 혐의를 적용해 검찰에 넘길 계획이다. 병무청은 이미 전 국가대표 사이클 선수 ㄱ씨와 브로커 이씨를 검찰에 송치했고, ㄱ씨는 불구속 기소, 이씨는 구속 기소된 상태로 재판을 받고 있다.
병무청은 이번 사건을 계기로 최근 7년 동안 청력 이상으로 병역 면제 판정을 받은 1500여명을 전수조사할 방침이다. 병무청 특별사법경찰 관계자는 “이번에 적발한 사람들이 병역법 위반으로 유죄가 확정되면 형사처벌과 함께 다시 병역판정검사를 받고, 그 결과에 따라 병역의무를 이행해야 한다”고 밝혔다. 병무청은 이번 수사를 계기로 의무기록지 등을 통해 병역 대상자에게 과거력이 있는지 여부를 확인하고, 중앙신체검사소 정밀 검사를 강화해 일시적 청력마비 여부를 확인하는 방안을 도입하는 등 병역판정 검사의 청력검사시스템을 개선하기로 했다.
노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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