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관 재직 당시 국회에 출석해 의원들의 질의에 답하는 김은경 전 환경부 장관. 이정우 선임기자 woo@hani.co.kr
‘환경부 표적 물갈이 의혹’을 수사하는 검찰이 김은경 전 환경부 장관의 구속영장을 22일 청구했다. 법원이 구속영장을 발부하면, 김 전 장관은 문재인 정부 장관 출신 가운데 첫 구속 수사 대상이 된다.
환경부 표적 물갈이 의혹은 청와대 민정수석실 특감반원이었던 김태우 전 수사관이 지난해 12월 “특감반에서 정당하지 못한 일을 지시받았다”고 밝히면서 시작됐다. 당시 김 전 수사관은 지인의 수사 상황을 경찰청 특수수사과에 문의하고, 업무시간에 골프를 쳤다는 이유 등으로 지난해 11월 검찰로 복귀해 감찰 조사를 받고 있었다. 하지만 김 전 수사관은 “개인 비위가 아니라 정권 실세를 조사하다가 쫓겨났다”며 청와대 특감반에서 근무하던 시절 있었던 여러 비위 의혹을 폭로하기 시작했다.
김 전 수사관의 폭로 직후인 지난해 12월20일 자유한국당은 당시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과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 등을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또 같은 달 26일 자유한국당은 ‘환경부 산하기관 임원들의 사퇴 등 관련 동향’ 문건을 공개하며 ‘문재인 정부판 블랙리스트’라고 주장했다. 환경부가 지난해 1월 작성한 이 문건에는 한국환경공단 등 환경부 산하기관 8곳 임원 24명의 임기와 사표 제출 또는 제출 예정 여부 등이 담겨 있다. 자유한국당은 이를 근거로 청와대가 임기가 보장된 환경부 산하기관의 임원 사퇴 등에 관여했다고 주장했다.
자유한국당 고발 사건을 맡은 서울동부지검 형사6부(부장 주진우)는 환경부 표적 물갈이 의혹을 중심으로 수사의 가닥을 잡았다. 검찰은 지난 1월 환경부를 압수수색해 한국환경공단 임원의 사퇴 계획을 다룬 문건을 확보했다. 감사관실 컴퓨터 속 ‘장관’ 전용 폴더에서 사표 제출을 거부하고 있는 산하기관 임원들의 업무추진비 사용 내용을 감사하겠다는 내용의 문건도 확보했다. 실제 환경공단 상임감사였던 김아무개씨는 환경부에서 열흘 넘게 감사를 받다가 지난해 3월 사표를 냈다.
검찰은 환경부 산하기관 임원 사퇴와 새 임원 선발에 청와대 인사수석실이 개입한 정황도 확인해 수사를 확대해왔다. 김 전 환경공단 상임감사의 후임 선발 당시 청와대가 낙점한 인사가 서류 전형에서 떨어지자 적격자가 없다며 전원 불합격 처리한 뒤 다시 채용을 진행한 과정에 청와대 인사수석실이 영향을 끼친 정황을 확인한 것이다.
검찰은 김 전 장관을 청와대와 협의해 전 정부 출신 산하기관 임원을 표적 삼아 물갈이한 장본인이라고 보고, 이날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검찰은 지난달 28일 박아무개 환경부 기획조정실장의 사무실 등을 압수수색하고, 지난 14일에는 김 전 장관의 정책보좌관을 지낸 이아무개씨도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하며 김 전 장관의 혐의 입증에 주력해왔다.
최근 검찰은 환경부 인사를 담당하는 청와대 인사수석실 산하 균형인사비서관실 행정관 2명을 조사하는 등 수사를 청와대로까지 뻗어가고 있다. 앞서 청와대는 ‘환경부 산하기관 임원 상당수가 재임 기간을 채우거나 현직에 남아 ‘블랙리스트’가 있었다고 보기 힘들다’는 취지의 주장을 해왔다. 김 전 장관이 구속되면 청와대의 이런 주장은 힘을 잃을 것으로 보인다.
한편,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기자들에게 보낸 문자메시지를 통해 “장관의 인사권·감찰권이 어디까지 허용되는지 법원의 판단을 지켜보겠다. 과거 정부의 사례와 비교해 균형있는 결정이 내려지리라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주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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