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혼집을 찾고 있는 한 부부의 모습. <한겨레> 자료사진
2014∼2018년 결혼한 부부 절반가량은 신혼집 마련을 위해 빚을 낸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중 37.7%는 1억원 이상 대출을 받았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발간한 ‘2018년 전국 출산력 및 가족보건·복지 실태조사' 보고서를 24일 보면, 2014∼2018년 결혼한 여성 1357명 가운데 50.2%는 본인 혹은 남편이 신혼집 마련을 위해 대출을 받은 적이 있다고 답했다. 1998년 이전 결혼한 여성 2083명에게 같은 질문을 했을 때는 대출 경험이 있다고 답한 경우가 16%에 그쳤다. 청년층 노동소득으로는 주거비를 감당하기 어려워지면서, 신혼집 마련을 위해 대출을 받는 경우가 대폭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
대출 금액도 커지고 있다. 1998년 이전에 결혼한 부부 가운데 1억원 이상 대출받은 경우는 0.7%에 머물렀으나, 2014~2018년 결혼한 부부 34.7%는 1억~2억원, 3%는 2억원 이상의 고액 대출을 받았다. 연구진은 “신혼집 마련을 위한 대출 부담 증가는 결혼 이후 이자 납부·대출 상환 등 지속적인 부담으로 이어지면서 출산을 가로막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한편, 부부 소유의 집(자가)에서 결혼 생활을 시작하는 신혼부부가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014~2018년 결혼한 여성 34.9%는 신혼집이 자가라고 답했다. 이들의 주택 구매 가격은 주로 1억~2억원 미만(45%), 2억~5억원 미만(40.4%)이었다. 1998년 이전 결혼 여성의 13.8%, 2004~2008년 결혼 여성의 23%, 2009~2013년 결혼 여성의 29.5%가 자가에서 결혼 생활을 시작했다. 반면, 주거 안정성이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보증부 월세로 신혼집을 마련하는 경우도 증가 추세다. 2014~2018년 결혼한 여성의 14.5%(1998년 이전 결혼 여성은 10%)는 신혼집이 보증부 월세라고 답했다. 이런 현상에 대해 연구진은 “부모의 주거비 지원이 늘어나는 등 신혼부부 사이에서 주거 마련과 관련해 (빈부)격차가 커지고 있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박현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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